[기고] 낙도에서 보내온 전도 이야기(5) 무당집은 사라지고 예배하는 집으로
변상호 목사·보길도 동광교회
세상에는 여러 가지 엄청난 일들이 이어집니다. 낙도 섬에서도 별의별 일들이 벌어지고 그래서 늘 기도하며 살피고 지역 전체를 주님께 올려놓고 기도합니다.
그런 가운데 믿음 생활을 시작한 춘방 어르신 집이 불타면서 어르신 본인이 가장 힘드시겠지만 한 영혼을 섬겨야 할 교회도 같은 심정으로 이 난국을 수습해야 했습니다. 모든 섬 목회자들이 그렇게 했던 것처럼 힘든 어른의 손을 든든히 잡아야 했습니다.
화재로 모든 것을 잃자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은 평소보다 더 당황하셨습니다. 불탄 살림은 젓가락 하나도 건지지 못한 가운데 화재 발생 이유와 책임 소재로 인해 여러 기관에 조사를 받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관계 기관의 도움을 요청하면서 관공서를 뛰어다녔고 추운 날씨에 터전을 잃은 어른을 대신해 발이 아프도록 이리저리 다녔습니다.
교회의 모든 성도님도 함께 중보기도를 드렸고 도움을 주려는 마음을 나누는 헌금에도 동참했습니다. 어르신의 살림살이 장만을 위해 교회는 살림살이를 하나하나 보탰습니다. 우선 어르신을 여관방으로 모셔 20일간 머물도록 했습니다. 이후 불탄 자리를 치우고 새롭게 기초를 놓아 조립식 컨테이너 건물을 중고로 마련했습니다. 앞뒤에 비를 막는 패널을 붙이면서 저는 5년 전 교회당을 만들어 가던 시절로 돌아가 날마다 어르신을 모시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 덕분에 반듯한 거처가 세워졌습니다.
이번에 큰일을 겪으며 관할 관공서 공무원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또 교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여력을 모아 어르신께서 노후를 살아가시기에 충분하도록 거처를 마련했고 덕분에 모호하던 땅 문제도 정부와 임대계약이 이루어져 안심하고 살아가실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자 그동안 충격에 휩싸여 절망 중에 계시던 어르신의 마음은 풀렸고 과거의 어둡고 침침하던 무당집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대신 아담하고 예쁜 모습으로 새단장이 되어 전화위복 시키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마지막 지붕 공사를 마무리하면서 지붕에 무릎을 꿇고 “이곳의 악한 귀신은 나사렛 예수 이름으로 떠나가라”고 선포했습니다. 할렐루야!
도시에 계시는 성도님들은 농어촌 목회자들이 무조건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하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도시 상가 등지에서 힘에 겨운 임대료를 내면서 어렵게 버티는 목회자들이 더 많고 그 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일 것입니다.
반면 섬에 사는 목사 입장에서 본다면 날마다 좋은 공기를 마시며 빼어난 경치의 푸른 바다를 바라봅니다. 전도할 대상자는 너무 많고 전도 대상자인 어부들이 갓 잡은 싱싱한 생선을 먹습니다.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며 언제든 은혜의 줄만 놓지 않는다면 농어촌 목회자만큼 행복한 사역은 없을 것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힘으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곳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글을 모르고 제사 때문에, 교회 헌금이 부담된다고 복음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던 섬사람들이 찬송을 외우고 주일을 지키려 하고 토요일부터 목욕하고 예배를 준비합니다. 또 도시에 사는 아들 집에 갔다가 하룻밤 주무시고 가라고 붙잡아도 주일 예배에 가야 한다며 고집하면서 섬으로 오시는 그분들을 볼 때면 살아계신 성령님의 엄청난 역사가 아니고서는 해석할 수 없습니다. 낙도에서 평생을 예수님이 누구신지 모르고 살아왔지만 이제는 하나님의 자녀로 변화되는 성도님들의 생생한 모습을 목도하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이 아니고서는 경험할 수 없습니다. 저절로 “내 잔이 넘치나이다” 하는 고백이 입술에서 나오게 됩니다.
투박한 어부들의 언어 습관이 가끔 거칠어 조금만 방심하면 상처로 다가오듯, 섬 지역은 사탄 마귀가 온통 진을 치고 대대로 지배하던 지역이라 날마다 영적 전쟁을 치르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하지만 그런 일을 하려고 여기 왔기에 무섭지도 두렵지도 않다는 것이 이번 어르신집 화재 사건으로 배우게 된 교훈입니다. 무당집은 불이 나서 다 없어져야만 하는, 하나님의 오묘하신 시간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무지한 어부들을 속이며 굿하던 그 무당집은 이제 찬송하며 예배드리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이만하면 섬 목회, 할 만하지 않나요?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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