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제2의 루스벨트’?…끊이지 않는 미 대선 총격 사건
" 미국에 이처럼 강인한(tough) 후보가 있었던 것은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마지막이었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3일(현지시간) X(옛 트위터)를 통해 유세 도중 총격으로 부상을 입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건넨 말이다. 귀에 피가 나면서도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 이후 가장 강한 대선 후보란 찬사를 보낸 것이다.
26대 대통령(1901~1909년)을 지낸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자신의 후임인 윌리엄 태프트 대통령의 재선 운동 지원을 거부하고 공화당을 탈당, 진보당을 창당해 1912년 대선에 출마했다. 그해 10월 14일 위스콘신주 밀워키 유세 도중 존 슈랭크라는 독일계 청년이 쏜 총탄에 맞았다. 가슴에 총알이 박혀 붉은 피가 흘러내렸지만 “불무스(당의 상징인 큰사슴으로 루스벨트 자신을 지칭)를 죽이려면 총알 이상이 필요하다”고 외치며 1시간 넘게 연설을 한 뒤 병원으로 후송됐다.
총알은 폐에서 불과 1㎜ 떨어진 곳에 박혔는데, 양복 주머니 안쪽에 넣어 둔 금속 안경집과 50페이지 분량의 원고 뭉치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다만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이때 빼지 못한 총알을 평생 몸에 지니고 살아야 했다. 당시 대선에선 루스벨트의 출마로 공화당 표가 양분되면서 민주당의 우드로 윌슨 후보가 당선됐다.
총기 사용이 합법인 미국에선 루스벨트 전 대통령 사례 외에도 대선 후보들을 겨냥한 암살 시도가 끊임없이 있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2008년 미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1835년부터 2005년까지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 대선 후보자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 15건 있었다”며 “그 이후로도 공격이 추가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것이 1968년 6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로버트 F. 케네디가 팔레스타인 난민 시르한 시르한에게 총격을 받아 숨진 사건이다. 케네디는 당시 캘리포니아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승리한 후 자축 연설을 한 뒤 호텔을 빠져나가는 중에 시르한의 22구경 리볼버에 3발의 총알이 가슴과 뒷목 등에 박혀 숨졌다. 케네디는 이번 대선에서 무소속 후보로 완주를 공언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부친이자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이다.
1972년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선 조지 월러스 앨라배마 주지사가 메릴랜드주 선거 유세 도중 정신 질환을 앓고 있던 아서 브레머가 쏜 총에 맞았다. 총격 직후 중태에 빠진 월러스 주지사는 후보에서 사퇴한 뒤 긴 수술 끝에 목숨을 건졌지만, 평생을 하반신 마비로 살아야 했다.
전·현직 대통령을 겨냥한 총격 사건도 끊이지 않았다. 역대 미국 대통령 46명 중 암살 표적이 된 사람은 이번 사건을 포함해 총 11명이며, 이 중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처음으로 암살당한 대통령은 에이브러햄 링컨으로 1865년 워싱턴에 있는 포드 극장에서 남부 출신 배우 존 윌크스 부스의 총에 맞아 숨졌다.
제임스 가필드 전 대통령은 1881년 취임 6개월 만에 워싱턴의 한 기차역에서 총격으로 암살당했다. 윌리엄 매킨리 전 대통령은 1901년 뉴욕 버펄로에서 열린 범미주 엑스포에서 한 무정부주의자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1963년 11월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차량 시가행진 중 미국 해병 출신 리 하비 오스왈드에 저격당해 숨졌다.
이 외에도 프랭클린 루스벨트, 해리 트루먼, 제럴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등이 암살 위기를 넘겼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인 1981년 3월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연설을 마치고 리무진 차량에 탑승하던 중 존 힝클리 주니어가 쏜 총에 가슴을 맞았으나 응급 수술 끝에 목숨을 건졌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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