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도시" VS "시 승격"…전주·완주 통합 '산 넘어 산' [이슈추적]

김준희 2024. 7. 1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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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8일 전북특별자치도청에서 열린 '전주·완주 상생협력사업 11차 협약식'에서 우범기(왼쪽부터) 전주시장,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 유희태 완주군수가 협약서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유희태 군수 "주민 갈등 우려"


민선 8기 들어 급물살을 타던 '전주·완주 통합' 재추진 움직임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전북 완주군의회(6월 5일 만장일치 반대 결의문 채택)에 이어 유희태 완주군수마저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다.

14일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완주군은 지난 12일 전주·완주 통합 추진 단체가 제출한 6152명 서명부와 통합 반대 대책위원회가 낸 3만2785명 반대 서명부, 완주군 의견서를 전북자치도에 전달했다. 군 의견서엔 ▶일방적 행정 통합으로 인한 주민 갈등 우려 ▶의회·사회단체 등 지역 여론 ▶익산권을 포함한 광역권 대안 제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유희태 군수는 서명부 제출 당일 "일부 민간단체의 일방적인 행정 통합 추진으로 2013년 주민투표 당시와 같은 주민 갈등이 크게 우려된다"며 "완주군은 늘어나는 행정 수요에 맞춰 군민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시 승격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전북자치도는 통합 찬반 서명부를 검토한 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에 보낼 계획이다. 이후 지방시대위원회와 행정안전부의 통합 방안 마련, 주민투표 등 절차를 거쳐 통합 여부가 결정된다.

완주·전주통합추진연합회 회원들이 지난달 20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시민 1만8100여명의 통합 건의 서명을 받아 전주시에 제출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1997·2007·2013년 통합 시도 무산


두 지역은 1392년 조선 건국 이후 완산부·전주부·전주군·전주읍 등으로 불리던 한 고을이었다. 그러나 1935년 일제 강점기에 전주부와 완주군으로 행정구역이 나뉜 뒤 1949년부터 전주시와 완주군으로 굳어졌다.

도청 소재지인 전주는 전북 14개 시·군 중 면적(206㎢)은 제일 작지만, 인구는 63만9354명(6월 말 기준)으로 가장 많다. 그러나 2020년(65만7400명) 이후 감소세다. 반면 도내에서 땅덩이(821.3㎢)가 가장 큰 완주 인구는 현재 9만8878명으로 2021년(9만1142명) 이후 계속 늘고 있다.

전주·완주 통합은 1997년, 2007년, 2013년 세 차례 추진됐으나 모두 완주군민의 반대로 실패했다. 특히 2013년 주민투표에서 전주시민은 압도적으로 찬성했으나 완주군민 55.4%가 반대해 무산됐다.

우범기 전주시장이 지난 3일 전주시청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주·완주 통합은 선택이 아닌 생존"이라고 말하고 있다. 뉴스1


안호영 "시 승격", 정동영 "탈출구"


이후 10년간 잠잠하던 통합 논의는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이 지역 소멸 위기 극복 등을 위해 전주·완주 통합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면서다. 이를 놓고 "전북이 스스로 힘을 키우기 위해선 100만 도시를 기반으로 미래 세대에게 행복한 삶의 터전을 넘겨줘야 한다"(완주역사복원추진위원회), "완주군 특성·문화 등 자치권이 훼손될 수 있고, 재정 감소와 지방세 부담이 증가한다"(완주군의회) 등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두 지역구 국회의원끼리도 주장이 엇갈린다. 재선인 안호영(완주·진안·무주) 의원은 지난 총선 때 "완주를 '첨단경제특별시'로 만들겠다"며 '시 승격'에 힘을 실었다. 반면 5선인 정동영(전주병) 의원은 "대한민국 도농 복합도시 가운데 통합이 안 된 곳은 전주와 완주뿐"이라며 "전주·완주 통합은 더 이상의 전북 추락을 막기 위한 탈출구"라고 했다.

22대 총선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 10명이 지난 4월 11일 전북자치도의회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원택(군산·김제·부안을), 이성윤(전주을), 김윤덕(전주갑), 신영대(군산·김제·부안갑), 정동영(전주병), 한병도(익산을), 박희승(남원·장수·임실·순창), 윤준병(정읍·고창), 이춘석(익산갑), 안호영(완주·진안·무주) 의원. 뉴스1


우범기 시장 "통합은 선택 아닌 생존"


지역 정치권에선 "완주 지역 일부 반대에도 통합 무산을 예단하긴 아직 이르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 시장은 지난 3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전주·완주 통합은 선택이 아닌 생존"이라고 재차 통합을 강조했다. 전주시는 7월 조직 개편을 통해 자치행정과 아래에 '완주·전주 상생 추진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김 지사도 지난 1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세 번 실패한 전주·완주 통합에 대한 요구가 아주 큰 상황이고, 실패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완주군민의 신뢰를 쌓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그래서 진행된 것이 상생협력사업이고, 앞으로도 통합과 무관하게 (사업은) 지속해야 한다"고 했다.

두 지자체는 도 주재로 2022년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11차례에 걸쳐 협약을 맺고 교통·문화·체육 분야 등 총 26개 전주·완주 상생협력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주·완주 경계 공덕세천 정비, 공공 급식 분야 농산물 상호 공급, 전주사랑상품권·완주사랑상품권 상호 결제, 관광 명소 오가는 버스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부터), 이철우 경북도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이 대구·경북 통합 관계 기관 간담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혐오시설 집중? 오해 해소해야"


앞서 지난해 4월 전주시 의뢰로 전주·완주 상생 발전 연구 용역을 맡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2013년 완주군민이 통합에 반대한 이유로 세금·부채 증가, 혐오시설 완주 집중 등을 꼽았다. 연구원 측은 "(완주군민은) 출처가 불분명한 말로 전해오는 얘기를 사실로 믿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며 "반대 이유에 대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 오해를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1999년 지방자치제도 부활 이후 지자체 통합 시도는 수차례 있었지만, 실제 성공한 사례는 2건에 그친다. 2010년 경남 창원시·마산시·진해시가 통합 창원시로, 2014년 충북 청주시·청원군이 통합 청주시가 됐다. 상급 자치단체만 변경하는 편입에 성공한 사례도 3건뿐이다. 정부는 1995년 직할시를 광역시로 변경하면서 달성군을 경북도에서 대구시로, 옹진·강화군을 경기도에서 인천시로 각각 편입시켰다. 2022년 7월엔 경북 군위군이 대구시에 편입됐다.

전주·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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