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위로 곰처럼 사람 올라간다…트럼프 연설 5분 뒤 경찰에 신고"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벌어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군(county)의 군청 소재지 버틀러는 주민 1만3000명에 불과한 소도시다. 백인 블루칼라가 대부분인 공화당 우세 지역으로, 오는 15일부터 시작하는 공화당 전당대회(전대)를 앞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몰이’를 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다.
이날 오후 6시2분, 버틀러의 공연장인 ‘버틀러 팜 쇼’에 미국의 애국가요로 공화당의 비공식 당가격인 ‘신이시여, 미국을 축복하소서’(God bless the USA)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단에 올라섰다.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가 급증했다는 통계를 내밀면서 대선 쟁점 중 하나인 국경 문제에 대해 발언했다. 불볕 더위 속에서도 모인 트럼프 지지자들은 ‘바이든 당신은 해고야!’라 적힌 전단지를 흔들었다.
트럼프는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정책을 성토했다. “정말로 안타까운 일을 보고 싶다면….” 트럼프가 불법이민 통계가 투사된 스크린이 있는 오른쪽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대체 (국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십시오!” 6시 11분쯤이었다.
그 때 멀리서 “따다닥”하는 소리가 울렸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과 청중들은 폭죽소리나 공사현장의 굴착기 소음처럼 들렸다고 전했다. 이때 트럼프가 오른쪽 귓가에 손을 가져갔다. 장내는 곧 비명소리로 가득 찼다. “모두 고개 숙이세요!” 비밀경호국 경호팀이 연단으로 다급하게 올라와 트럼프를 감쌌다. 한 여성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단상 아래에 몸을 숙이고 있던 트럼프가 1분쯤 뒤 천천히 일어섰다. 트럼프는 요원들에게 “신발 좀 챙길게”(Let me get my shoes)라고 말했다. 그의 오른쪽 귓가엔 피가 흐리고 있었다. 경호원들이 “이동합시다”라며 그를 연단 아래로 데려가려했다.
트럼프가 말했다. “기다려, 기다려.” 그리곤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수차례 치켜들었다. 화난 듯한, 강렬한 표정으로 지지자들에게 무언가 말을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스카이뉴스는 그가 “파이트(fight)”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비명소리로 가득하던 유세장은 곧 “유.에스.에이.(U.S.A.)” 함성으로 가득찼다.
용의자는 비밀 경호원들의 대응사격으로 즉사했다. 일부 언론에선 용의자가 펜실베이니아 출신의 20대 백인 남성이라고 보도 했다. FBI는 용의자가 “토마스 매튜 크룩스“라고 공식 확인했다.
유세장에서 약 120m(130야드)가량 떨어진 공장 건물 지붕에 용의자의 시체가 널브러진 모습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졌다. NYT는 “오디오 분석결과, 총격이 발사된 곳과 시체가 놓인 곳의 거리가 거의 같다”고 보도했다.
이날 미국 수사당국은 “용의자 DNA를 분석하며 신원을 확인 중”이라고 했다. 현장에는 범행에 사용된 콜트사의 AR-15 계열 소총 한 정이 발견됐다. M-16소총의 민간버전인 AR-15는 높은 살상력으로 악명높다.
미국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을 “암살 시도”로 규정했다. 수사당국은 ‘외로운 늑대’(lone wolf)의 범행인지, 동기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만 밝혔다.
유세 현장에 있었던 그레그 스미스는 영국 BBC 방송에 “연설 시작 후 5분 쯤 지나서 소총을 든 남성이 건물의 지붕 위로 곰처럼 기어올라갔다”며 경찰에 이를 알렸다고 말했다. 수사당국은 용의자가 5발을 쐈다고 발표했지만, 최대 8발을 사격했다는 보도 역시 잇따르는 중이다. 수사 브리핑을 맡은 FBI 요원 케빈 로젝은 여러발을 쐈다는 데에 “놀랍다”고 했다.
트럼프는 SNS 트루스소셜에 “총알이 내 오른쪽 귀 윗부분을 관통했다”며 “웅웅거리는 소리와 총소리를 듣고,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즉각 알았고 바로 피부를 찢는 총알을 느꼈다”고 밝혔다. 미국 NBC방송은 “트럼프가 제때 고개를 돌여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유세 관객의 증언을 보도했다. 용의자 말고도 유세장에 온 청중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상자는 모두 성인 남성이라고 수사당국은 밝혔다.
비밀경호국과 트럼프 선거 캠프는 “(그의 상태가) 괜찮다”고 했다. 그는 병원에서 긴급 치료를 받은 퇴원한 후 뉴저지의 개인별장으로 향했다. 트럼프는 총격 사건이 벌어진 후 지지자들에게 “난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I WILL NEVER SURRENDER!”)이라는 짧은 이메일을 보냈다. 트럼프는 오는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전당대회 일정을 예정대로 치를 방침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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