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문화유산도 호우 피해…복구작업 발 벗고 나선 이들

신진호 2024. 7. 1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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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내린 폭우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한 대전 ·충남에서 자원봉사자와 공무원, 군인 등 2000여 명이 복구에 구슬땀을 흘렸다.

지난 10일 내린 폭우로 시설하우스 침수 피해가 발생한 충남 부여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토사를 퍼내는 등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부여군]

14일 부여군과 부여군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의용소방대와 해병대전우회 등 180여 명의 자원봉사자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양화면과 충화면에서 침수 주택 정리작업을 벌였다. 이들은 마당에서 토사를 퍼내고 거실과 주방에 있던 가재도구를 꺼내 물로 씻은 뒤 햇볕에 말렸다. 진흙으로 범벅이 된 가전제품은 손수레에 실어 큰길로 옮겼다. 낮 기온이 30도를 웃돌면서 수건으로 땀을 닦아내는 게 소용이 없을 정도지만, 자원봉사들은 쉬지 않고 손길을 움직였다.


충남 부여, 의용소방대 등 180여 명 봉사


이틀째 정리작업에 나왔다는 한 자원봉사자는 “낼모레 다시 비가 내린다는 데 그 전에 조금이라도 더 도와주고 싶어서 왔다”며 “한 사람이 아쉬운 상황인데 시간이 되는 분들이 더 많이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중호우로 주택 28가구와 상가 점포 11곳이 침수 피해를 본 부여에선 주말인 13일에도 충남도청 직원과 자율방재단, 자원봉사자 등 300여 명이 토사 제거 등 복구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벼 등 농작물 침수 피해 면적이 1519㏊에 달해 완전한 복구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부여군은 전망했다. 부여에서는 이번 폭우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나성 등 문화유산 6곳이 피해를 입었다.

지난 13일 박정현 충남 부여군수(오른쪽)이 침수 피해 주택에서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부여군]

지난해 침수 피해를 보았던 충남 청양군 공무원들은 인접 지역인 부여군을 찾아 복구에 일손을 보탰다. 김돈곤 청양군수는 공무원과 의용소방대, 자율방범대원 등 100여 명과 함께 부여군 양화면 블루베리 농가를 찾아 토사에 묻힌 농작물을 정리하고 침수된 시설을 씻어내는 등 대민지원 활동을 벌였다.

김돈곤 청양군수는 “우리 지역도 지난해 수해를 입었기 때문에 농민의 아픔과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 잘 안다”며 “조그만 보탬이지만 주민의 빠른 일상 회복을 돕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서천·논산 등에서도 자원봉사 이어져


서천군에서도 주말과 휴일을 맞아 공무원과 군 장병 등이 투입돼 복구작업에 속도를 냈다. 서천에서는 집중호우로 주택 247채가 물에 잠기면서 8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도로와 제방 유실 등 시설물 354건, 농작물 침수 4715㏊ 등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논산시는 14일까지 비닐하우스와 농경지, 축사 등의 피해조사를 마치고 공무원과 군 장병, 자원봉사자 등이 신속하게 복구에 나설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 10일 내린 폭우로 주택과 농경지가 침수된 충남 서천여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토사를 퍼내는 등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서천군]
노태현 서천부군수는 “군(郡) 전역에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복구와 민생 안정에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 같다”며 “장비 임차와 폐기물 처리 등 응급복구를 위한 중앙정부와 충남도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대전 용촌동, 군 장병·경찰관 등 투입


새벽 시간 제방이 무너지면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긴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마을에선 군 장병과 대전경찰청 직원, 서구청 직원, 자율방범대원 등 400여 명이 이틀째 복구 작업에 나섰다. 이들은 주택에 가득 찬 진흙더미를 물로 씻어내고 물에 젖은 가재도구를 밖으로 옮겨내 햇볕에 말렸다.

지인들과 자원봉사를 나온 김모(70)씨는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금세 땀이 흐르지만, 폐허로 변한 마을을 보면 쉬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라며 “다시 장마가 시작된다는 데 그 전에 조금이라도 더 도우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내린 폭우로 시설하우스 침수 피해가 발생한 충남 논산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토사를 퍼내는 등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논산시]

충남도는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주민에게 피해액 전액을 지원하는 대책을 발표하고 정부에도 특별재난지역 조기 선포를 요청했다. 김태흠 지사는 앞서 지난 10일 부여군 피해 현장을 방문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관련 내용을 건의했다.


충남도, TV·냉장고 등 가전제품 구입 지원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 지원금은 전파 4100만원, 반파 2000만원, 침수 400만원 등이 지원된다. 충남도는 주택 피해의 경우 정부 지원에 더해 추가 지원에 나서 실제 피해액 전액을 지원할 방침이다. TV와 냉장고 등 침수로 사용하지 못하게 된 가전제품도 구입비를 전액 지원키로 했다. 영농시설에서 피해가 발생한 농가는 정부 지원 35%에 더해 피해액의 80~90%를 지원하고 영농소득 상실분에 대해서도 재해보험금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상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 10일 내린 폭우로 주택과 농경지가 침수된 충남 서천에서 경찰관들이 토사를 퍼내는 등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서천군]
김태흠 충남지사는 “정부 지원과 함께 특별한 지원을 추가, 피해 주민들이 신속하게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정부와 협의, 호우 피해 예방을 위해 금강 지천 정비 등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태흠 충남지사 "금강 지천 정비 등 추진"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7~10일 전국에 내린 비로 가축 76만7000여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금류가 76만4100여 마리로 대부분이고 돼지와 소가 각각 650마리, 41마리 등이다. 농작물 침수 면적은 1만756㏊로 축구장(0.714㏊) 1만5000여 개와 비슷한 수준이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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