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착륙 음모론'에 상상력 더했다... 사랑스런 이 영화

장혜령 2024. 7. 14.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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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

[장혜령 기자]

  
 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 스틸컷
ⓒ ㅍ
 
1960년대 후반, 소련과 미국의 우주 경쟁 시대는 극에 달하고 있었지만 NASA는 잦은 실패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탓에 예산마저 넉넉치 않아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구원투수가 등장했다. 북극에서도 냉장고를 팔 정도로 유능한 홍보 마케터 켈리 존스(스칼렛 요한슨)는 NASA를 위해 달을 팔기로 결심한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어도 이번 건은 접근부터 쉽지 않았다. 약점을 쥔 비밀스러운 정부 관계자 모 버커스(우디 해럴슨)의 압력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나 이왕 하기로 한 일 완벽하게 끝내고 싶었다. '모든 건 마음먹기 달렸으니까'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출근 첫날부터 활력이 넘쳤다. 인터뷰를 꺼리는 NASA 직원을 대신해 배우를 섭외해 가짜 인터뷰 영상을 만들어 발칵 뒤집어 놓는 것은 물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녀 물의를 일으키고야 만다. 결국, 깐깐한 원칙주의자인 발사 책임자 콜 데이비스(채닝 테이텀)와 잦은 의견 충돌을 벌이며 티격태격했으나 싸우다 정든다고 했던가. 전혀 다른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지닌 두 사람도 하나의 목표, 달 착륙이라는 미션을 향해 손잡게 된다.

아폴로 1호의 아픔을 간직한 콜은 사고로 잃은 동료의 부채감과 책임감의 무게를 쌓아갔고 이번만큼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다. 켈리 또한 정부 관계자의 은밀한 제안을 거부할 수 없는 처지였다. 미션 실패, 2등도 용납할 수 없는 벼랑 끝에 서게 된 절박한 상황에서 켈리는 실패를 대비한 플랜 B를 계획하게 된다. 달 착륙을 성공했다는 가짜 영상을 송출하기 위해 '할리우드식 영화 촬영'이라는 비밀스러운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달 착륙 실패를 대비한 대외비
  
 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 스틸
ⓒ 소니픽쳐스
 
영화의 메인 소재인 아폴로 프로젝트란 1961년부터 72년까지 진행된 NASA의 원대한 프로젝트다. 러시아가 인류 최초로 쏘아 올린 스푸트니크 무인 위성에 자극받아 인간을 우주로 보내려는 시도에 착수하게 되었다. 미국은 러시아(구 소련)에 뒤처지고 있다는 조바심에 최초의 유인 우주선을 달에 보내겠다는 사명으로 아폴로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게 되면서 많은 게 변해버린다.

조바심이 화가 된 걸까. 아폴로 1호 발사에 앞선 시험 도중 화재로 3명의 우주비행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큰 충격을 겪는다. 이후 거듭된 실패로 대중은 외면하기에 이르고, 막대한 경비를 쏟아붓는 탓에 정부 지원도 줄어든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 전쟁으로 막대한 내외적 출혈을 동반하며 난항의 시기였고. 그와중에 우주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미국과 소련은 치열한 경쟁이 막바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영화 속 콜은 1호의 책임자로서 실패와 동료를 잊지 않고 교훈으로 삼고자 한다. 과학은 거듭된 실패를 통해 수정, 보안을 거쳐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는 학문이다. 안타까운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하는 집념은 성취로 이어진다. 반면, 켈리는 모종의 사건으로 여러 신분으로 바꿔하며 살아온 거짓말쟁이이자 사기꾼이었다. 무형의 것도 유형의 형태로 판매할 정도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화려한 언변으로 상대의 호감을 사는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여러 가지로 힘들었던 NASA는 켈리를 통해 대중과 친근한 이미지를 얻으며 상품성을 갖게 된다. 완고한 정치인까지 포섭해 예산을 확보하는 추진력도 선보인다. 둘은 전혀 다른 성격으로 사사건건 부딪치지만 서로의 정체를 몰랐던 첫 만남의 호감을 쌓아오며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얻는다.

드라마 장인의 발칙한 상상력
  
 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 스틸
ⓒ 소니픽쳐스
 
달 착륙 음모론만큼 오랫동안 대중의 관심을 받은 사건이 또 있을까. 달에 관한 영화가 또 하나 추가되었다. 미스터리하고 어두운 소문이 무성한 달 착륙 조작 음모론을 그렇듯 하게 직조했다. 이데올로기 대립, 대중의 관심, 자본의 힘겨루기, 정치인을 향한 불신 등 시대상이 적절히 반영된 고증을 확인하는 즐거움이 있다.

특히 가짜도 진짜처럼 만들어 버리는 이야기의 힘이 세다. 드라마 장인 '그렉 버랜티'의 연출로 다양한 상상력을 펼쳐냈다. 재미와 의미를 잡는 이야기로 재단해 그럴싸한 상상을 더해 버무렸다. '만약에..'라는 가정을 현실로 만드는데 일조한 시민 영웅의 진솔한 이야기다.

또한 가짜 이야기에 진정성을 덧입힌 스칼렛 요한슨과 채닝 테이텀의 케미스트리가 진가를 발휘한다. NASA 주변에 간혹 등장하는 검은 고양이까지 완벽한 데칼코마니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남자와 고양이 밥까지 챙겨주려 하는 여자가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보는 로맨스도 매혹적이다. 서로에게 첫눈에 반한 상극의 남녀가 사랑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매력이 크다.

진지할 때와 유머를 던질 때를 적절히 조절하고 로맨틱할 때를 적당히 버무렸다. 요즘 유행하는 도파민 과다의 영화보다. 자극적이지 않은 영화를 찾는다면 제격이다. 호감형 캐릭터와 드라마에 집중한 행복 음모론을 마주하고 싶다면 추천한다.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따뜻한 퀴어 정체성 영화 <러브, 사이먼>의 연출자, 소시오패스의 집착과도 같은 사랑 시리즈 [너의 모든 것]의 각본가로도 활약한 감독의 종합선물세트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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