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석촌호수 수영·123층 수직마라톤… 800명 철인 모였다
완주율 96%… 안전사고 無
석촌호수 수질 개선작업 호평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아레나 광장. 아침이 스며드는 시간이면 조깅이나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찾곤 한다. 14일은 달랐다. 밤이 물러나자 수영복이나 사이클링 쇼츠를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운집하기 시작했다. 석촌호수를 수영하고 123층 높이 롯데월드타워를 뛰어오르는 '롯데 아쿠아슬론' 참가자들이었다. 모두 철인 동호회 또는 수영 동호회 회원들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기 위해 이날, 이곳에 모인 것이다.
철인들이 또 한 번 서울 롯데월드타워에 모였다. 롯데월드타워는 이날 도심 속 이색 스포츠 대회 '2024 롯데 아쿠아슬론'을 개최했다. 아쿠아슬론은 석촌호수 동호를 2바퀴(총 1.5㎞) 수영한 뒤 롯데월드타워 1층부터 123층까지 모두 2917개 계단을 오르는 철인 스포츠 이벤트다. 올해 3회째로, 주최 측인 롯데물산은 이번 대회를 위해 지난달 800명의 참가자를 모집했다.
레이스 개시는 사단법인 대한철인3종협회에서 선정한 '철인 유망주'들이 끊었다. 국가대표 꿈나무로 꼽히는 남녀 중학생 16명이 석촌호수 물결을 가르며 대회 시작을 알렸다. 일반 참가자들은 6개 그룹으로 나뉘어 차례로 레이스에 돌입했다. 사전기록 순으로 석촌호수에 몸을 던졌다. 주최 측은 "기록이 처지는 사람이 앞서 출발할 경우 기량이 우수한 참가자의 레이스에 방해될 수 있다"며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도 있어 사전 기록 순으로 그룹을 나눠 출발시켰다"고 했다.
대회 남자 일반인 부문에서는 김완혁씨(27)가 43분40초 기록으로 우승했다. 김씨는 석촌호수 동호 2바퀴를 20분14초 만에 돈 뒤 롯데월드 2917개 계단을 21분3초 만에 주파했다. 그는 "철인 3종을 도로 위에서 하는 것보다 더 극한의 상황에서 하는 것 같아 즐거웠다"며 "생소하지만 좋은 훈련이 된 것 같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여자부에선 편차희씨(25)가 49분21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편씨는 "작년 출전 때는 비도 오고 습해서 결과(3위)가 좋지 않았는데 올해는 날씨도 좋고 해서 경기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요리연구가 겸 방송인인 오스틴 강도 이날 참가자로 이름을 올려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1시간 9분 13초 기록으로 결승 테이프를 끊은 뒤 "수영과 계단 오르기로 구성된 대회라서 재미있을 것 같아 참가 신청을 했다"면서 "수구 선수 출신이라 수영은 따로 연습하지 않았고, 아파트에서 계단 오르기 연습을 했다"고 했다. 오스틴 강은 "내년에 더 열심히 준비해서 또 참여하고 싶다"고도 했다. 이번 대회 최고령자는 하금분씨(77·여)로, 1시간 50분 52초 기록으로 완주에 성공했다.
이날 참가자 800명 가운데 중도 포기자는 32명에 불과했다. 완주율로 따지면 96%다. 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앞서 주최 측은 사고대책본부를 편성해 인근 소방서와 경찰서, 병원 등과 비상연락망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구축했다. 이날도 석촌호수에 패들보드 30대, 모터보트 4대, 라이프가드 40여명을 배치하고 구급차 3대를 대기시켰다. 또 롯데월드타워 피난안전구역마다 응급구조사를 배치하고 3개층마다 안전요원을 배치했다.
롯데물산은 2021년부터 송파구청과 석촌호수 수질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석촌호수 투명도는 0.6m에서 최대 2m로 증가했고, 수질환경기준 대부분의 항목에서 1등급 판정을 받았다. 이날 대회 참가자들 또한 이런 개선 효과를 몸소 느꼈다고 밝혔다. 남자부 우승자 김씨는 "수영하면서 물맛도 보고 그랬는데, 수영장 물처럼 깨끗했다"고 전했으며, 여자부 우승자 편씨는 "작년보다 수질이 더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장재훈 롯데물산 대표는 "롯데는 송파구청과 함께 맑고 깨끗한 쉼터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자 꾸준히 석촌호수에 대한 수질 개선 사업을 진행해왔다"며 "이번 대회가 깨끗해진 석촌호수를 계기로 환경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됐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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