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하기까지 한 상어의 공격... 해양 재난영화의 퇴보인가

김성호 2024. 7. 1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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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의 씨네만세 779] <노 웨이 업>

[김성호 기자]

무더운 날씨다. 에어컨 없이는 하루를 버티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매순간 에어컨 앞에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 땀이 뻘뻘 흐르는 순간이 수시로 닥쳐온다.

이런 계절에 특별히 인기 있는 영화가 있다. 바로 해양액션영화다. 멀리 바다까지 갈 여유가 없어도 괜찮다. 스크린 위로 저 푸른 바다가 원 없이 펼쳐지니. 그저 펼쳐지는 것만도 아니다. 그 푸른 바다가 섬뜩하고 두려운 공간으로 화해 더위를 씻은 듯이 데려간다.

시간 죽이기용 팝콘영화들 사이에서도 꽤 큰 시장을 이루는 게 바다를 배경으로 한 해양액션영화다. 세기의 명작 <죠스>를 선두로, 지금껏 수많은 해양액션영화가 제작돼왔다. 철저한 소비 목적으로 나왔다 사라지는 수많은 작품군 가운데 <죠스>는 예외적 걸작일 뿐이다. <죠스> 후속작을 표방한 시리즈가 무려 수십 편이 있지만 평범한 이들이 떠올릴 수 있는 건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뿐이 아닌가.

간단히 검색엔진에 '상어 나오는 영화'라고 쳐보면 수십 편의 해양액션영화를 만나볼 수 있을 테다. 해양액션영화란 결국 주인공이 바다에서 뜻하지 않은 고난과 맞닥뜨리는 방식으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바다는 태반이 휴양지거나 일터였을 것인데, 영화는 순식간에 이를 미지와 공포의 공간으로 뒤바꿔 놓으려 든다.
 
▲ 노 웨이 업 포스터
ⓒ 스튜디오 에이드
 
고립된 인간 위협하는 상어

상어는 그중 쉬운 수법이다. 생긴 것부터가 어딘지 흉폭해보이고, 실제 해양생물 가운데 상위포식자란 점이 공포심을 자극한다. <죠스>가 효과적으로 활용한 등지느러미는 상어의 상징이라 해도 좋다. 실제로 이따금, 아주 이따금이긴 하지만 상어가 인간을 공격했다는 사실이 보고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 십 수 년 동안 상어영화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딥 블루 씨> 시리즈, <베이트>, <47미터>, <메가로돈> 같은 작품이 있었으나 대부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리하여 해양액션영화도 변화를 꾀하게 되었는데, 이를테면 지난해 말 개봉한 <다이브: 100피트 추락>과 같은 류의 작품이다. 끊임 없이 발생하는 해양사고에서 착안해 바다 밑에 고립되어 구조를 기다리거나 탈출을 시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다.

<노 웨이 업>은 앞서 언급한 해양액션영화의 두 갈래 설정을 모두 취하려든 욕심 많은 영화다. 즉 바다 아래 고립된 인물들을 그리고, 상어도 등장시킨다는 얘기다. 상어가 인간을 거듭 습격하는 가운데 탈출을 도모하는 인간들이라니, 이 설정만 듣고도 영화가 보고싶어지는 이가 적지는 않을 테다.
 
▲ 노 웨이 업 스틸컷
ⓒ 스튜디오 에이드
 
추락, 고립, 그리고 상어

영화는 세 명의 남자와 한 여자가 멕시코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며 시작한다. 주지사의 딸 에이바(소피 매킨토시 분)와 그녀의 애인 제드(예레미아스 아무레 분), 그의 친구 카일(윌 애튼버러 분)에 더해 에이바가 어릴적부터 경호를 맡아온 브랜드(콤 미니 분)가 함께 하는 여정이다. 제드와 카일은 사사건건 에이바를 뒤따르는 브랜드가 여행길까지 따라오는 것이 못마땅하지만 어쩔 수 없이 허락한 상태. 미묘한 관계 속에서 비행기가 공항을 떠난다.

이런 영화가 늘 그렇듯 비행기는 어김없이 추락한다. 망망대해 위에 떨어진 비행기는 얼마 안 가 깊은 바다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한다. 추락의 충격으로 많은 승객이 사망하고 살아남은 건 단 7명 뿐, 속수무책으로 비행기가 가라앉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다행이라면 수면 아래서도 비행기 외벽이 버텨주어 제법 에어포켓이 형성됐다는 점이랄까. 에이바를 비롯한 생존자들은 에어포켓 안에 자리를 잡고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상황이 급변하는 건 상어의 등장부터다. 백상아리처럼 보이는 상어가 갑자기 나타나서는 비행기 안팎을 오간다. 비행기 외벽에 난 구멍을 통해 기내까지 자유롭게 헤엄치는 그의 공격에 살아남은 일행은 에어포켓이 있는 위쪽에 모여들어 간신히 버틸 뿐이다.
 
▲ 노 웨이 업 스틸컷
ⓒ 스튜디오 에이드
 
통하는 장치에 기대는 안이한 기획

빤하지만 분명한 효과를 일으키는 설정에 의지하여 영화는 거듭 앞으로 나아간다. 에어포켓의 산소는 점점 줄어가고, 얇은 비행기 외벽이 외부 압력에 얼마나 견뎌줄지 자신할 수 없다. 구조 또한 마찬가지, 아무리 주지사의 딸이 타고 있다고 해도 망망대해 가운데 추락한 비행기를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심지어 바다 밑에서 상어가 호시탐탐 생존자를 노린다면야.

<노 웨이 업>은 올라가야만 하는 이들과 올라갈 수 없는 사정을 함께 링 위에 올려 드잡이질 하도록 만든다. 그 싸움이 지켜보는 이에게 긴박감을 불어넣는 동안은 봐줄 만한 영화가 된다. 펀치가 느려지고 클린치를 거듭하는 싸움이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안타까운 건 안이함이다. 해양액션영화가 주는 시원한 감상이 기계적으로 작동하고 있지만, 참신함을 던질 수 있는 새로움을 스스로 기획하지 못한 단점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특히 철 지난 상어를 마치 괴수처럼 표현하는 방식은 이제 영화계에서도 물러나야 할 것이어서 보기가 좋지 않다.

1974년 <죠스> 원작 소설이 쓰이고, 이듬해 스필버그가 영화로 만들었을 때만 해도 상어는 인간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바다의 괴수였다. 실제로 상어가 인간을 습격한 사례가 적기는 하여도 보고되고 있었고, 연구는 얼마 이뤄지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반 세기가 흐른 지금은 어떠한가.
 
▲ 노 웨이 업 스틸컷
ⓒ 스튜디오 에이드
 
상어의 괴수화, 민망하지 아니한가

상어가 인간을 해치는 경우가 지극히 드물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다. 400여종의 상어 가운데 인간을 공격한 사례가 보고된 건 고작 10여 종, 심지어 식인상어라고 할 수 있는 종류는 더 적다. <죠스>의 괴수로 이미 멸종위기종인 백상아리는 인간과 만나기도 어려울뿐더러 공격성도 그리 크지가 않다. 그나마의 공격도 백상아리의 주식인 물개와 구분하기 어려운 착장을 한 사례에서 발생했다. 이를테면 잠수복 같은 경우 말이다.

도리어 상어의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인간은 그야말로 치명적인 생명체일 수 있겠다. 오늘날 여러 상어종이 멸종위기에 처하는 데 인간이 미친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샥스핀을 비롯해 화장품과 건강보조식품에 쓰이는 원료를 얻으려 상어를 남획하는 사례, 참치 등을 잡으려다 상어를 잡는 사례 등이 수없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참치잡이 어선에 의해 잡혀 죽는 상어의 수는 충격적인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린피스 등의 환경단체는 연간 1억 마리 이상의 상어가 참치잡이 배의 조업 과정에서 혼획돼 죽는다고 추정하고 있다. 해양관리협의회(Marine Stewardship Council)가 조업 방식 등을 평가해 지속가능한수산물에 붙이는 MSC 어업인증을 받은 참치캔이 한국에선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 아니라 판매 또한 저조하다. 윤리적 소비를 위해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려는 의지가 그만큼 부족하다 봐도 좋겠다.

여러모로 <노 웨이 업> 속 상어의 활용은 안이할 뿐 아니라 부적절하기까지 하다. 당시로선 상어에 대한 인식을 알 길 없던 스필버그가 수차례 안타까움을 표현한 바 있는 주제다. 그러나 여전히 상어를 인간을 위협하는 괴수로 표현한 작품이 거듭 만들어진다. 그와 같은 안이함은 극중 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을 얼마 고민하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영화를 본다는 말인가.

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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