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후반기 첫승 따낸 손주영... 영광의 좌완 계보 이을까
[양형석 기자]
▲ LG트윈스의 희망으로 떠오른 손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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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한화를 제물로 4연패의 늪에서 벗어나며 후반기 첫 승을 따냈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는 1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하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9안타를 터트리며 7-3으로 승리했다. 후반기 개막 후 내리 4연패를 당한 LG는 5위 SSG랜더스에게 1.5경기 차까지 추격을 허용하며 4위로 떨어졌지만 늦게나마 후반기 첫 승을 신고하고 상위권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47승2무42패).
LG는 1회 1사 만루에서 선제 희생플라이를 때린 박동원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박해민이 2회 솔로포, 문보경이 6회 투런포를 터트리며 짜릿한 '손맛'을 경험했다. 후반기 부진했던 김현수도 멀티히트와 함께 3득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4연패의 부진을 끊고 LG의 후반기 첫 승을 안겨다 준 투수는 외국인 원투펀치도, 토종 에이스도 아닌 올해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리그 최강 5선발' 손주영이었다.
봉중근 이후 끊어진 LG의 좌완 에이스
사실 류현진(한화)이나 양현종(KIA 타이거즈), 김광현(SSG) 같은 뛰어난 왼손 선발투수를 보유하고 싶은 욕망은 어느 구단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LG팬들의 '좌완 에이스 사랑'은 조금 유별난 편이다. LG구단의 최고 황금기라 할 수 있는 1990년대 중반 시즌 20승을 비롯해 2년 연속 다승왕에 오르며 3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LG팬들에게 최고의 좌완 에이스로 남아있는 '야생마' 이상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훈 이후에도 LG의 좌완 에이스 찾기는 계속 이어졌다. 현재 SSG의 불펜코치를 역임하고 있는 동명이인 선수가 있어 야구팬들 사이에서 '큰 이승호'로 불리던 1976년생 이승호(키움 히어로즈 투수코치)는 1999년에 데뷔해 5년 차가 된 2003년 11승11패 평균자책점3.19를 기록하며 LG의 새로운 좌완 에이스로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2003년은 미국에서 돌아온 이상훈이 30세이브를 기록하며 마지막으로 구원왕에 올랐던 시즌이었다.
이승호는 이상훈이 트레이드를 통해 SK 와이번스로 이적한 2004년에도 9승7패2.71의 좋은 투구내용을 선보이면서 자연스럽게 이상훈의 자리를 물려 받는 듯 했다. 하지만 이승호는 2003년과 2004년의 '화려한 불꽃' 이후 잦은 부상으로 고전하며 성적이 추락했고 2009시즌을 앞두고 이진영(삼성 라이온즈 타격보조코치)의 보상선수로 지명 받아 SK로 이적했다. SK에서 불펜투수로 활약한 이승호는 2014 시즌을 끝으로 현역생활을 마무리했다.
2007년에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대형좌완 봉중근이 LG에 입단해 좌완에이스의 계보를 이었다. 봉중근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해 한국 마운드를 이끌었다. 물론 LG가 키워낸 선수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봉중근은 분명 이상훈 이후 가장 뛰어난 LG의 좌완투수였다.
하지만 선발투수로 맹활약하던 봉중근은 2011년 부상으로 4경기 등판에 그쳤고 2012년부터 마무리로 변신했다. LG는 2010년대에도 임지섭과 이우찬, 김윤식 같은 좌완 유망주들이 꾸준히 입단했지만 좌완 에이스가 되긴커녕 풀타임 선발로 활약한 선수도 거의 없었다. 특히 2021년7승, 2022년7승을 기록하며 순조롭게 성장하던 김윤식은 올 시즌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을 받으며 병역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5선발
울산에서 태어나 고 최동원과 이대호 등을 배출한 부산의 야구명문 경남고를 졸업한 손주영은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1라운드 전체 2순위로 LG에 지명됐다. 그 해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에는 리그 정상급 내야수로 성장한 김혜성(키움)과 박성한(SSG), 각 팀의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는 박상원(한화)과 김재웅(키움) 등 좋은 자원들이 많았지만 LG의 선택은 청소년대표 출신의 좌완 유망주 손주영이었다.
191cm 95kg의 좋은 체격을 보유한 손주영은 입단 초기부터 불펜보다는 선발에 어울리는 유망주로 꼽혔다. 하지만 손주영은 입단 후 2년 동안 9경기에서 2패만을 기록한 후 현역으로 입대해 군복무를 마쳤다. 손주영은 전역 후에도 매년 선발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지만 2019년부터 작년까지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할 정도로 상위권 경쟁을 했던 LG에서 유망주 투수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긴 쉽지 않았다.
그렇게 '유망주' 딱지를 떼지 못한 채 어느덧 프로 8년 차가 된 손주영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몸 상태가 완전히 올라오지 못한 김윤식 대신 5선발로 낙점 받았다. 지난 3월28일 삼성과의 시즌 첫 경기에서 6이닝3피안타 무실점의 퀄리티스타트로 첫 승을 따낸 손주영은 전반기 16경기에서 80이닝을 던지며 5승5패3.83이라는 좋은 성적을 올렸다. 손주영은 두 외국인 투수를 포함해 LG선발진에서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전반기 놀라운 투구내용을 보였음에도 손주영은 후반기에도 선발순번이 달라지지 않았고 공교롭게도 LG가 후반기 개막 후 4연패를 당하면서 연패를 끊어야 하는 미션을 안고 13일 한화전에 등판했다. 자칫 부담을 느낄 수도 있는 원정경기 등판이었지만 손주영은 6이닝 동안 99개의 공을 던지며 한화 타선을 5피안타1볼넷3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손주영은 시즌 6승과 함께 시즌 평균자책점을 3.56으로 끌어 내렸다.
올 시즌 손주영 외에 리그에서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하고 있는 20대 좌완 선발투수는 SSG의 오원석과 KIA의 윤영철,삼성의 이승현 정도 밖에 없다. 그만큼 리그 전체에서도 젊은 좌완 선발은 드물다는 뜻이다. 특히 손주영처럼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좌완 선발요원은 더욱 귀할 수 밖에 없다. 손주영이 올 시즌 LG 마운드가 배출한 '최고의 수확'으로 불리기에 충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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