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임신 뒤늦게 안 탈북여성…조산에도 무사 출산

이길여(가운데) 가천대학교 총장이 지난 11일 가천대 길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을 찾아 최근 쌍둥이를 출산한 탈북민 산모(오른쪽 세번째)를 만나 격려하고 있다. 길병원 제공

정부가 제정한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7월 14일)’을 앞두고 쌍둥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탈북한 여성이 조산으로 미숙아를 출산하며 또 한 번 어려움을 겪은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가천대 길병원은 산모와 아기들을 위한 지원을 결정하며 따뜻한 정을 나눴다.

김수연(가명·37)씨는 지난해 10월 탈북해 탈북민지원 의료기관에서 검진을 받던 중 쌍둥이 임신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예상치 못한 임신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탈북 과정 속에서도 굳건하게 지켜낸 생명은 김씨에게 한국에서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출산예정일을 한 달 여나 앞둔 지난달 3일 오후 11시 갑자기 양수가 터졌다. 김씨는 출산을 위해 거주지인 경기도 부천시 인근의 병원을 방문했지만 야간인 데다 임신당뇨가 있는 고위험산모의 미숙아 쌍둥이를 출산할 수 있는 병원을 찾을 수 없었다.

김씨는 결국 119구급대의 도움을 받아 다음날 오전에서야 인천의 가천대 길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김석영 산부인과 교수의 집도로 1.68㎏, 1.64㎏의 쌍둥이 딸을 출산했다. 산모는 나흘 만에 퇴원했고 임신 33주차에 태어난 쌍둥이들은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아 퇴원을 앞두고 있다.

앞서 김씨는 지난 4월 탈북민 정착 지원시설(하나원)에서 퇴소해 부천에 거처를 마련했다. 현재 한국 국민 자격을 취득해 기초생활수급비를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양육과 교육, 생계를 위해서는 경제 활동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에 다른 가족이 전혀 없어 혼자 쌍둥이를 길러내기에 어려움도 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 정착한 탈북민은 약 3만4000여명으로 알려졌다. 이 중 70∼80%는 여성들이다. 또 많은 탈북민이 건강보험료, 주택임대료, 통신비 등을 체납할 만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성 탈북민의 경우 경제적 문제는 물론 양육의 어려움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김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탈북민을 돕는 선교사를 통해 통일부와 길병원, 이길여 가천대 총장에게 알려지게 됐다.

이에 이 총장은 지난 11일 쌍둥이가 입원 중인 신생아집중치료실을 직접 찾았다. 이 총장은 “혼자 몸으로 쌍둥이를 기르려면 힘들텐데 앞으로도 아이들이 아프거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길병원으로 오라”며 김씨를 격려하고 필요한 육아용품을 선물했다.

길병원은 산모와 미숙아에 대한 국가 의료비지원 제도 외 진료비는 물론, 여성 종합건강검진권을 산모에게 전달한 상태다. 아울러 쌍둥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성인이 되기 전까지 진료비 일부 감면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 총장은 14일 “생사를 넘나드는 고된 여정 끝에 마침내 한국에 온 세 모녀가 희망을 품고 사회일원으로 살아가면서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따뜻하게 보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