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아니라 손놈"…오버투어리즘 몸살에 빗장 거는 그들
종로구 북촌 등 우리나라도 남의 일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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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최근 시민 수천 명이 관광객들에게 물을 뿌리며 시위하는 일이 벌어졌다. 시위대는 관광객들에게 물총을 쏘며 “관광객들은 돌아가라!(Tourists go home!)”고 외쳤다. 지난 4월에는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에서 주민 수만 명이 참여하는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ㆍOvertourism)’ 반대 시위가 열렸다. 지난해 카나리아 제도를 방문한 관광객은 1390만명에 이른다. 섬 전체 인구(약 221만명)의 6배를 넘는다. 이곳은 TV 예능프로그램인 ‘윤식당2’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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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는 지난 1일 전국 최초로 북촌 한옥마을 일대를 관광진흥법에 따른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관광객이 몰리는 북촌로 11길(3만4000㎡)은 레드존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관광객이 방문할 수 있다. 오후 5시 이후는 원칙적으로 통행금지다. 구는 레드존 외에 오렌지존(북촌로5가길ㆍ계동길), 옐로우존(북촌로12길)을 집중 모니터링 지역으로 정했다. 이 지역은 통행을 막지는 않지만 북촌마을지킴이를 동원한 계도 강화, 안내판 설치 등이 진행된다. 2026년부터는 전세버스 통행도 제한된다. 종로구는 2025년 3월부터 이 정책을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양날의 검'이 된 관광객들
북촌도 관광객들로 인해 몸살 중이다. 2018년 8437명이던 종로구 북촌한옥마을의 인구는 지난해 6108명으로 최근 5년 새 27.6%(2329명)가 줄었다. 소음과 쓰레기, 불법 주정차 등으로 이곳을 떠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북촌한옥마을 관광객은 644만명에 이르렀다. 주민들 사이에선 ‘손님이 아니라 손놈’이란 말까지 나온다.
"비매너 꼴 보기 싫어"…사진 명소에 가림막 설치도
문제는 마냥 관광객들을 밀어낼 수는 없다는 점이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가 ‘입도세(제주환경보전분담금)’ 논의를 중단한 것도 결국 ‘관광객 감소’라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대신 관광지에 부담을 덜 주는 바람직한 관광객을 유치하는 동시에 일부 지역에 몰린 발길을 최대한 분산시키는 일이 대안으로 꼽힌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외국인 서울관광 3000만명’이란 비전을 내걸면서 “서울 곳곳에 체험형 관광콘텐트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실제 서울시는 자치구별로 지역 관광 기반을 활성화해 북촌과 명동 등 몇몇 지역에 몰리는 관광객 발길을 분산시키려 노력 중이다. '주거지역 관광명소 주민피해 개선사업'도 꾸준히 추진한다. 한옥마을로 유명한 전북 전주시 역시 관광수요 분산을 위한 전주관광케이블카 설치 용역을 진행 중이다. 강원도 속초시는 지역 주민과 기업 등으로 구성된 지역관광조직을 통해 속초해수욕장과 중앙시장 등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을 집중 관리한다. 권도석 서울시 지역관광팀장은 “북촌 등 특정 지역의 피해를 줄이는 동시에 관광객들이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관광객과 일상 보호를 원하는 주민이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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