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감추는 윤 대통령? "박근혜 탄핵에서 잘못된 교훈"
[이영광 기자]
▲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
ⓒ 천하람 의원실 제공 |
이런 가운데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특검 추천권을 대한변협에 주자고 제안했다. 천 원내대표의 이야기 들어보고자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천 원내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대통령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서 잘못된 교훈 얻었다"
- 국회의원 된 지 40일이 지났어요. 어떻게 보내셨어요?
"바쁘게 보냈죠. 개혁신당은 원내 의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한 사람이 멀티태스킹 해야 됩니다. 저 또한 등원한 것도 처음인 데다 원내대표까지 맡아 상임위 협상도 하고 원 구성 협상 중재나 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고요. 요즘은 채상병 특검법 관련해 여야 의원들을 만나 접점이 없을지, 소위 말하는 '천하람 중재안'으로 통과돼서 특검 시행할 수는 없을지를 소통하면서 굉장히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 개혁신당 원내대표 맡으셨잖아요. 초선에 원내대표 하기 어렵지 않나요?
"건방진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재미있습니다. 원내에 들어온 건 처음이지만 저 나름대로 하이텐션으로 정치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당대표 출마한 이후 또 굉장히 스트레스가 큰 상황에서 이준석 대표와 함께 당 만들고 총괄선대위원장 맡아서 총선 치렀을 때 비하면 지금이 훨씬 편합니다. 다만 저희 당도 신생 정당이고 저도 원내 경험이 처음이기 때문에 늘 한 발 잘못 디디면 낭떠러지라고 생각하고 긴장해서 임하고 있습니다."
- 1일 국회 운영위 활약으로 국민에게 각인시켰는데 어땠나요? 사실상 데뷔 무대였잖아요.
"데뷔 무대를 무사히 마쳐서 기쁩니다. 제가 한 건 디올백이 어디 있는지 물어본 것밖에 없었습니다. 정진석 비서실장께서는 '대통령실 몇 층 어디에 보관되어 있습니다'라고 하면 되죠. 이런 간단한 질의에도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답변이 즉각 나오지 않으니 지금 윤석열 정부가 국민들이 보셨을 때 뭔가 숨기고 있거나 솔직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것 아닌가 해요."
- 왜 대통령실은 자꾸 뭔가 감추는 느낌을 줄까요?
"두 개가 섞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로는 이쯤 되면 정말 감춰야 될 일들도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서 잘못된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 어떤 거죠?
"'특검을 받지 말았어야 했는데'나 '사과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같은 식으로 잘못된 기출 문제 해설로 사안에 접근해요. '물러나면 안 된다', '사과하면 안 된다', '특검받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여당과 대통령이 한 몸이 돼서 방어하고 뚫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국민들께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사과하기보다는 우리끼리 뭉치면 된다는 방식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봅니다."
- 운영위에서 나온 게 02-800-7070이란 전화번호잖아요.
"저도 전화해 봤는데 안 받더라고요. 저는 대통령실의 설명도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기존의 관행들을 봐도 대통령실의 전화번호는 문재인 정부나 기존 정부에서도 굉장히 보안 사항으로 관리해 왔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처럼 임기 반환점 돌기도 전에 20% 초반의 지지 받을 정도로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다시피 한 정부는 굉장히 이례적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기존의 관례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고 기존 정부들보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정보들을 내놓고 국민 앞에 설명하고 다소 부적절한 일이 있었다면 사과하는 자세를 취해야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그런 태도는 없는 것 같아서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 그 전화번호가 대통령실 5층 아니겠냐는 추측도 있던데.
"그런 추측이나 의구심을 갖게 만들죠.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비서실장과 안보실장은 본인 번호가 아니라고 하시니 대통령 또는 영부인이거나 직접적인 지시를 받는 인물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계속 제기되는 국면인 것 같긴 합니다. 물론 확인된 건 없고 저도 합리적인 추측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특검 기차 이미 출발... 방어할 수 없어 보여"
-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통과됐잖아요. 그러나 9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했죠. 예상보다 빠른 것 같은데.
"대통령실은 이미 거부권 행사를 공언해 왔고 시간을 더 끌게 되면 오히려 채상병 1주기에 가까워지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빨리 거부권 행사한 걸로 보입니다. 그러나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실도 끝까지 거부만 할 수는 없을 거예요. 여당 통해 중재안이나 타협안을 협상하는 시도라도 해야 되는데 거부로 일관하면서 대통령실로 법안이 넘어오자마자 거부권을 행사하는 행태는 굉장히 실망스럽습니다."
- 그런 모습이 국민에게 뭐가 있으니 거부한다는 안상 줄 수밖에 없을 거 같아요.
"윤석열 대통령께서 후보 시절에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바로 범인이라고 얘기 하신 적이 있습니다. 결국 부메랑이죠. 그렇다고 우리가 특검을 무분별하게 발의하고 특검 받지 않으면 무조건 너가 잘못이라고 몰아가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는 단순한 의구심만 있는 것이 아니죠. 기존 재판 과정이나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의 격노는 부인하고 있지만 최소한 개입이나 과도한 통화 내역은 이미 대중들에게 공개된 바 있습니다. 국민들의 의구심이 근거가 없다고 말하기 어렵고 60%가 넘는 국민들이 특검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저는 정치적으로 대통령실이 이 부분은 받아야 한다고 봐요. 그게 아니었다면 국민들의 의구심이 증폭되지 않도록 기존에 잘 관리했어야죠.
저는 특검 기차가 이미 출발했다고 생각해요. '대통령실의 설명처럼 격노도 없었고 외압도 없었고 단순히 박정훈 대령의 항명 사건이라면 반대로 특검을 못 받을 이유도 없지 않느냐. 잘못한 게 없는데'라는 주장을 방어할 수 없어 보입니다."
- 재의결 때 8명이 더 필요한데 가능할까요?
"우리가 희망과 전망을 분리해야 되는데 희망이야 당연히 8명 이상이 나오셔서 200석 이상으로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전망은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안철수 의원 정도 동참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은 김재섭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반대표를 누른 이후에 특검 통과를 바라는 국민들로부터 비판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표현이 그렇지만 채상병 특검법 문제에 있어서 국민의힘 상위 1%가 안철수 의원이라면 김재섭 의원은 상위 2%입니다. 어쨌든 채상병 특검이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지금의 민주당 안이 아니라 한동훈 안이나 천하람 안으로 가야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죠. 그 정도 주장은 충분히 합리성의 범위 내에 있고 그 정도의 주장을 대외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굉장한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김재섭 의원이나 조경태 의원 같은 분들이겠죠.
그러나 이 두 분마저도 지금 민주당 안에는 반대한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에 이번 재의결에서 이탈할 것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무의미한 통과와 거부권 행사의 쳇바퀴를 깨려면 더불어민주당도 본인들 안만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고 조국혁신당이 했듯이 본인들의 추천권을 일정 부분 내려놓는 결단이 필요하지 않나 해요. 제가 이런 말 하는 게 이상하지만 결국 천하람 안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의원님은 채 상병 특검 추천권을 대한 변협에 주자는 거잖아요, 이에 대해 신인규 변호사는 대한변협이 외부에서는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내부를 뜯어보면 전혀 중립적이지 않다는 건데.
"더 나은 제3자적 추천 기관이 있나요? 저는 대법원장도 중립성을 크게 의심하지 않아요.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원장이기 때문에 민주당은 대법원장과 대한변협을 비교하면 대법원장이 더 부담스러울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3자적 기관을 찾자면 더 나은 데가 없어요.
대한변협의 중립성에 대해 민주당 일각에서 지적하신 분이 있는데요. 굉장히 재미있는 게 뭐냐면 국민의힘 의원들 만나서 대한변협 어떠냐고 하면 자기들이 대한변협에 대해서 서운했던 거 이야기 하면서 대한변협은 민주당 편 아니냐고 해요. 민주당 의원들 만나서 얘기하면 국민의힘 쪽 아니냐고 합니다. 그 정도면 중립적인 거 아닙니까? 그리고 민주당이 21대에서 통과시켰던 안도 크게 보면 대한변협 안이었어요. 그때는 대한변협 신뢰했다가 몇 달 지나서 지금은 못 믿겠다? 그건 말이 안 되는 거예요."
- 21대에서 민주당이 발의한 법과 차이는 뭔가요?
"제가 낸 법안의 차이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민주당 법안은 대한변협에서 4명을 추천하고 야당이 2명 고를 수 있게 해놨습니다. 저는 그런 장치 없이 대한변협에서 추천한 사람 중에 대통령이 고를 수 있도록 해놨고요. 언론 브리핑도 기존 민주당 안에는 제한 없이 할 수 있도록 해놨습니다. 이거는 좀 과도하다고 생각해서 저희는 30일에 한 번 정도씩 언론 브리핑도 제한적으로 실시하도록 하자라는 정도의 안을 낸 겁니다."
▲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
ⓒ 천하람 의원실 제공 |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녹취는 아니기 때문에 법률적으로는 스모킹건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어요. 하지만 정치적으로 국민들의 의구심을 폭발시키는 면에서는 스모킹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이후에 내놓는 해명들이 더 웃겨요. VIP가 해병대 사령관이었다? 이건 아무도 믿지도 않을 거죠. 차라리 전체적으로 내가 허풍 떤 거라면 모르겠는데 그런 게 아니라 VIP가 해병대 사령관이었다는 건 거의 말장난 수준이죠. 그런 것들을 들으시면 국민들이 임성근 사단장을 둘러싼 대통령과 대통령 배우자의 과도한 개입이 있었던 거 아니냐는 의구심 가지실 것 같습니다."
-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이 열심히 일한 건 채상병 사망사고 관련해서인 거 같거든요. 전화를 엄청 많이 했죠. 왜 그랬을까요?
"대통령께서 열심히 하시는 일이 채상병 사망사고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지난번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입도 그만큼 열심히 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분야에서 열정 가지고 계신다고 저는 평가 하고요. 다만 국민들께서 보셨을 때 이게 대통령께서 그렇게까지 많이 전화하시고 직접적으로 챙겨야만 했었던 일인가 잘 이해가 안 가죠. 그래서 특검하자고 하는 겁니다."
-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건이 올라왔고 지난 3일 100만 건 넘었잖아요. 어떻게 보세요?
"국민의 열망이고 그걸 가벼이 여길 수는 없을 겁니다. 대통령실에서도 지금 분출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예방 주사로 생각해야 됩니다.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지금 100만이 1천만이 되고 2500만이 넘어가는 순간 걷잡을 수 없어집니다. 현재 국민들의 목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는 거죠.
다만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더불어민주당이 모든 걸 잘하고 있다거나 모든 것을 밀어붙여도 된다고 하는 허가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민주당도 보면 이재명 대표를 수사했던 검사들을 탄핵한다고 하질 않나 폭주하고 있어요. 윤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해서 야당들이 아무 행태나 해도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점을 야당들이 더 유의하고 자중하면서 정치적인 행보 해나간다면 대통령을 견제하고 심판해야 된다고 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 법사위에서 대통령 탄핵 건으로 입법 청문회 한다는 건데.
"국민 청원이 5만 명 넘었다는 이유로 모든 이슈에 대해서 모든 사람을 증인으로 채택해 청문회 할 수 있는 상황이면 거의 상시 청문회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조금 과도하다고 생각합니다. 운영위 같은 공식적인 회의체도 있는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자주 입법청문회를 여는 게 과연 바람직하기만 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국민들이 그걸 원하세요. 민주당이 이렇게 하는 걸 저는 과하다고 생각하지만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된다고 하는 민심의 크기 자체도 굉장히 센 것 아닌가라고 싶어요. 그래서 입법청문회 하는 걸 반대한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매사에 너무 오버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 김건희 여사가 1월 한동훈 후보에게 보낸 문자로 논쟁이에요.
"국민의힘 나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총선에 참패한 이후 치러지는 여당의 전당대회인데 여당을 어떻게 혁신할까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듣기로는 윤상현 후보 정도만 열심히 하셨고 나머지 분들은 무슨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 후보 사이 문자 메시지에 관한 진흙탕 싸움만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난장판입니다."
- 이거 대통령실이 개입한 건가요? 아닌가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문자 메시지가 공개된 타이밍이나 그 이후에 한동훈 후보에게 가해지는 공격 같은 걸 봤을 때는 결국 대통령의 한동훈 후보에 대한 강한 반감이 어떤 형태로든 작용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쉽다고 생각하는 점은 한동훈 후보의 대응입니다. 결기 있게 대응하지 못하고 굉장히 수세적으로 반응하고 있을뿐더러 본인이 처음에 호기롭게 이야기했던 채상병 특검법에 어떤 대안조차도 지금은 제대로 주장하고 있지 않은 걸로 보입니다.
결국 한동훈 후보가 당심과 민심 사이에서 간 보는 행보를 하고 있죠. 간을 과하게 보는 사람은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민심이 바라는 형태의 대통령과 차별화된 리더는 아니라는 걸 여실히 노출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 전당대회 결과는 어떻게 예측하세요?
"저는 결선은 갈 것 같습니다. 결선에 간다면 친윤의 조직력이 당원 투표에 있어서는 생각보다 강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예전에 겪어봤잖아요. 김기현 대표의 조직력이라고 하는 조직 세가 굉장히 강력했습니다. 당 지지층 여론조사보다 당원들에게는 친윤 조직표가 더 강하게 작동할 소지가 있지 않나 예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전북의 소리'에 중복게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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