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15일 남은 미국 “극단 폭력 확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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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총격 테러는 미국의 정치적 극단주의가 우려 수준에 올랐다는 방증으로 평가된다.
미국 대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간 괴리가 커지면서 국민적 분열은 심화했고, 특히 이민자 등을 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막말 비판 등이 극단주의 세력을 더욱 자극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들을 "미국 혈통에 독" "벌레" 등으로 부르는 막말도 지속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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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총격 테러는 미국의 정치적 극단주의가 우려 수준에 올랐다는 방증으로 평가된다. 미국 대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간 괴리가 커지면서 국민적 분열은 심화했고, 이민자 등을 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막말 비판 등이 극단주의 세력을 더욱 자극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화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다며 공세에 나섰다. 대선을 불과 115일 앞두고 대선 후보이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암살시도가 발생하면서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오후 6시쯤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지역 유세 단상에 올라 “우리나라는 지옥으로 가고 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교도소와 정신 병원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경 개방으로) 미국에 있어선 안 될 수백만 명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장에 마련된 전광판에 불법 이민자 수치를 나타낸 그래프를 띄운 뒤 “국경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 번 보라”고 말했고, 총격은 이때 시작됐다. 총격 테러 장면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를 흘리며 호송되는 장면은 전국에 생중계됐다.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살해하기 위한 암살시도였다고 설명했다. 저격범은 비밀경호국 대응팀과 교전을 벌이다 현장에서 사망했다. CNN은 총격범이 유세장 밖에 있는 건물 옥살에서 저격하려다 비밀경호국에 의해 사살됐다고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사법당국은 현장에서 사살된 총격범에게서 AR-15 공격용 소총을 회수했다. 총격범은 백인 남성이며, 외국 정부와 결탁한 흔적은 없는 것으로 수사당국은 파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에서 이런 종류의 폭력이 설 자리는 없다. 병적”이라며 “우리는 이를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캠프는 총격 사건 이후 지지자들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선거 메시지 발송을 일시 중단했고, 관련 TV 광고 철회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대선을 불과 4개월 앞두고 극도로 양극화된 정치 분위기 속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시사주간지 애틀랜틱도 “이번 사건은 이미 극도로 고조된 선거 긴장을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는 정적들에 대한 보복을 캠페인 중심에 놓고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들을 “미국 혈통에 독” “벌레” 등으로 부르는 막말도 지속해 왔다.
공화당 내 친트럼프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했다. 부통령 후보군으로 지목된 JD 밴스 상원의원은 “바이든 캠페인의 핵심 전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막아야할 권위주의적 파시스트라는 것”이라며 “그 수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콜린스 의원은 “조 바이든이 (암살) 명령을 내렸다. 펜실베이니아의 공화당 검사는 그를 암살 선동 혐의로 즉시 기소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마조리 테일러 그린 의원은 “민주당과 미디어가 오늘 흘린 피의 책임이 있다”며 “그들은 수년간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을 악마화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캠프 크리스 라시비타 공동선대위원장은 엑스(X)에 “그들(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투표용지에서 제외하려 했고, 그를 감옥에 넣으려 했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이 사건을 보게됐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정치적 폭력에 대한 경고음은 계속 고조돼 왔다. 2022년 10월에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자택에 극우 음모론 단체인 큐어넌에 심취한 데이비드 드파페가 무단 침입해, 남편을 둔기로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브레넌정의센터는 올 초 주 정부 의원들 43%가 위협을 경험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 국토안보국도 최근 테러 경보를 업데이트하면서 “일부 국내 폭력 극단주의자들이 미국 정부가 국경을 보호할 의지가 없거나 보호할 능력이 없다는 인식과 관련해 불만을 표명했고, 불법 이민자의 미국 유입을 막기 위한 폭력을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또 “선거를 앞두고 민주주의 기관, 정치 후보, 정당 사무실, 선거 행사, 선거 관리자를 표적으로 삼아 국내 폭력 극단주의자들이 폭력을 부추길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경고했다.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총격 테러는 1981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앞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로버트 F. 케네디는 1968년 6월 팔레스타인 난민에게 총격을 받아 피살됐다. 1972년에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조지 월러스 앨라배마 주지사가 메릴랜드주 선거 유세 도중 총을 맞았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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