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경찰은 왜 '공직의 서자'라 불리나
[유형섭]
시·구청, 공공 기관이나 기타 중요 시설을 지키는 노동자들이 있다. 청원경찰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경찰서장의 감독하에 배치된 기관 및 시설에서 경찰관의 직무를 행한다. 그런데 공무원도 민간인도 아닌 애매한 위치다. 최근 인천 서구청, 마산지방해양수산청 등 지역별, 기관별 청원경찰 노조가 생겨나고 있다. 이에 2018년 전국 최초로 결성된 서울 공공안전관지부 지부장 장정훈씨를 만나 청원경찰의 업무 환경과 고충 그리고 앞으로 노조가 나아갈 방향을 들었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 공공안전관 지부장 장정훈입니다. 서울시에서 근무한 지는 20년 정도 되었습니다. 과거 상수도 사업본부에서 14년 근무하다 현재 한강사업본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희 서울공공안전관지부는 청원경찰 중에서 전국 최초로 결성된 노동조합이고, 임단협도 전국 최초로 했습니다.
공무원인 듯 공무원 아닌
- 청원경찰들의 근로 계약이나 업무내용, 업무시간, 휴가 등 업무환경들이 궁금합니다.
▲ 청원경찰의 직무는 직무는 사업장별로 다르다. 시청에서 일하는 청원경찰은 청사 경비를 하면서 집회나 시위 있을 때 들어오는 시위대를 막기도 한다. 2023년 12월 6일 경남도청 중앙현관 앞 마당에서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자 청원경찰들이 막아서고 있다. |
ⓒ 윤성효 |
국가기관이나 지자체에 배치되는 우리 청원경찰은 사업장에 위치한 중요 시설의 경비를 주 업무로 하고 있어요. 경찰관 직무집행법 상에 명시하는 업무 중 수사를 제외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직무는 사업장별로 다릅니다. 미래한강본부라면 시민들이 많으니 조례 위반 단속, 안전사고 발생 시 현장 파악, 동향 보고 등을 맡는데, 단속 계도가 주 업무라고 보시면 돼요. 다른 사업장에서는 주로 정문에서 시설 경비가 많고, 시청에서는 청사 경비를 하면서 집회나 시위 있을 때 들어오는 시위대를 막기도 하고, 종합운동장이나 체육시설에서는 행사나 콘서트가 열릴 때 시설 유지나 인원 관리 업무를 중점으로 하고 있죠.
저는 현재 교대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주간은 8시에서 17시, 야간은 16시에서 다음 날 오전 10시로 주야비휴 4조 2교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야간 근무할 때 자정부터 2시까지 휴게시간이 정해지긴 하는데, 새벽에 일이 있을 때도 많아요. 경찰이나 소방서에서 오는 경우 차단기를 열어준다거나 하는 경우도 많아서 제대로 쉬지 못하고 어정쩡해요. 휴가는 공무원 복무규정에서 보장하는 법정 휴가 21일까지 사용할 수 있어요.
- 잘 모르는 사람은 보통 청원경찰이라는 말을 들으면 경찰은 아닌 것 같은데 일반 경비노동자도 아닌 것 같고, 구분이 어렵습니다. 청원경찰과 민간 청원경찰의 차이가 궁금합니다.
민간 청원경찰과 국가기관 지자체에 근무하는 청원경찰이 있어요. 민간 청원경찰은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고, 저희는 공무원법이랑 근로기준법을 같이 쓰거든요. 그러니까 저희끼리는 "공직의 서자"라고 합니다. 공무원도 민간인도 아닌 상태죠. 차라리 공무직으로 편성이 돼서 민간 근로자가 된다면 임금 협상 같은 것도 근로기준법을 준용할 텐데, 사측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굴어요. 청원주에게 공무원이랑 똑같은 대우를 해달라 그러면 '너희 상위법에 공무원으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지 않냐' 그러고, 우리가 근로기준법을 얘기하면 공무원법을 들이대며 '아직 공무원 신분이 아니냐'고 해요.
▲ 회의 중인 서울공공안전관지부 조합원들. |
ⓒ 서울공공안전관지부 |
- 예전에는 청원경찰이 공무원이었다고 하셨는데 지금의 애매한 지위에 놓이게 된 배경도 궁금합니다.
청원경찰 제도가 62년부터 시작됐는데, 당시 청원경찰법 시행령에는 4, 5급에 따른 공무원이라고 명시가 되었어요. 그러다 청원경찰법 시행령이 1974년에 전부 개정되면서 법률상 공무원으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이 추가1)되고 공무원 신분이 박탈되었어요. 직무는 그대로인데, 공무원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문구 하나 추가되어,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겁니다.
공무원 신분이 박탈되었지만, 국가기관이나 지자체에 근무하는 청원경찰은 공무원 연금은 유지가 되거든요. 그런데 공무원으로 보지는 않아서, 고용보험도 또 내고 있어요. 공무원법으로 채용되고 공무원 보수 규정을 따릅니다. 저희는 급여 산정도 순경, 경장, 경사, 경위에 해당하는 보수를 지급받아요. 예산도 청원경찰법이라는 테두리에서 경찰청에서 매년 고시하거든요. 국가기관, 지자체에 근무하는 청원경찰들은 공무원이랑 유사한 일을 하고, 공무원에 준해 관리되는데, 지위는 민간인이죠.
노조 결성 후 사측에게서 많은 것 얻어내
- 노동조합 역시 유사한 어려움이 있었죠? 청원경찰법 내 공무원법 66조(집단행위의 금지)를 준용해야 한다는 문구 때문에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했다가, 2017년 헌법재판소에서 청원경찰 노동3권을 전면 금지하는 청원경찰법 위헌 결정이 나오고, 이후 2018년에 단체행동권을 제외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도록 법이 개정되고 나서 노동조합 결성이 시작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노조를 결성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예, 맞아요. 그전에는 실질적인 노동권이 없었죠. 공무원노조, 공무직노조는 있지만, 청원경찰은 노조가 없다 보니 불합리한 일들에도 말 한마디 못 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청원주 면담하기도 어렵고요. 그래서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노조 결성 후에는 사측에서도 무시하지 않고, 복리 후생에 대해서는 꽤 들어주려고 합니다. 노조 결성되고 나서 민간 경력까지 인정해 주도록 했고, 임금 상승, 노조 활동 타임 오프, 노조 사무실 등 많이 얻어냈어요. 그래서 그런지 노조가 일파만파 퍼지는 중입니다. 청원경찰 친목협의회라고, 노조를 안 만들고 비공식 협의회를 운영하다가 저희에게 자문 얻으러 오는 분들도 많아요. 전국적으로 노조 결성이 많이 됐어요.
- 지금의 이중적이고 불합리한 상황을 극복하려면 상위법 개정이 정말 필요해 보이네요. 그 외에 일하다가 겪는 고충이나 생기는 건강 문제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예전에 청원경찰은 경비로 여겨졌죠. 우리가 시설 안전 계도를 하거나 조례 위반을 지적하면, 욕설도 듣고요. 사업장별로 업무 난이도 차이가 커요. 좀 편한 데는 경비만 설 수 있지만 시청 같은 데는 시위자들이 들어오면 못 들어오게 하고 진압하는 과정에서 폭언이나 폭행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죠. 공원에서는 노점 단속을 해야 하니까 노점인들한테 멱살 잡히는 일도 있고요. 주차장이 꽉 찬 상태에서 우리 직원들이 교통 정리를 하다 보면 저 차는 들어가는데 나는 왜 안 되느냐 항의받고, 폭행당한 적도 많아요.
야간에 잠을 못 자는 것도 문제죠. 한강 같은 경우 24시간 개방된 공원이기 때문에 민원이 계속 들어와요. 새벽에 투신자가 있으면 소방, 경찰과 함께 나갑니다. 그런 점 때문에 숙면이 안 돼서 두통이 생기기도 하고 피로감이 심해지기도 합니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공공안전관지부 장정훈 지부장. |
ⓒ 유형섭 |
앞으로 제일 중심 과제는 공무원 신분 회복 그리고 상위법 개정입니다. 저희는 공무원 규정에 맞게 일하지만, 공무원 신분이 아닌 상황에 놓여있어요. 옛날의 공무원 신분 찾기를 주 과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중요한 것은 해양경찰, 철도경찰처럼 국가기관 지자체에 근무하는 청원경찰은 명칭을 바꾸고, 공직 내 행정 부처에 소속되어 근무하도록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솔직히 공무직들도 다 공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공서의 행정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은 다 공무원으로 해 줘야, 직렬 간 무의미한 다툼과 분쟁이 없을 거로 생각합니다.
1) 청원경찰법 시행령 제18조(청원경찰의 신분) 청원경찰은 형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른 벌칙을 적용하는 경우와 법 및 이 영에서 특별히 규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무원으로 보지 아니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유형섭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 일터 7월호에도 실립니다. 한노보연 후원 문의 : 02-324-8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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