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로만 알고 있는 우도의 다른 이름

이루리 2024. 7. 1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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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양보호구역 탐사기 ②] 우도 편

[이루리 기자]

제주 해양보호구역 파란탐사대(이하 '탐사대')는 제주도의 해양보호구역을 탐사하며 잘 알려지지 않은 해양보호구역의 생태적 가치를 발견하고,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바다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조사하고 기록하는 프로젝트이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과 해양다큐멘터리 제작팀 돌핀맨, 시민들로 구성된 탐사대는 지난 5월 17일, 우도 해양보호구역 탐사를 진행했다. 제주도에 소속되어 있는 섬 중 제일 큰 섬, 제주 동쪽에 위치한 우도 주변 해역을 살펴보기 위해 탐사대는 돌핀맨 이정준 감독의 탐사선 베롱호를 타고 항해를 시작했다.

200만 년 전 화산활동으로 물속에서 솟은 우도의 해안 절벽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던 탐사선이 협곡 아래 잠시 멈춰 섰다. 올려다본 하늘에는 칼새들이 절벽을 타고 어지러이 날고 있었다. 들리는 건 비행하는 바닷새와 절벽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뿐. 우도가 품은 비경에 둘러싸인 탐사대 모두 숨을 죽이고 바다의 시간 속에 잠시 머물렀다.
 
▲ 바다에서 본 우도의 해안절벽 베롱호를 타고 탐사대가 바라본 우도의 해안절벽.
ⓒ 파란탐사대 이루리
 
섬 전체가 하나의 용암 지대로 독특하고 가치 있는 자연환경과 해양자원을 보유한 우도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지정한 해양도립공원이다(2000년 우도 해양군립공원 지정, 2007년 우도 해양도립공원 승격). 제주특별자치도는 우도의 자연풍경을 보호하기 위해 우도 주변 해역(해면 면적 25.836k㎡)과 섬 내 항구(우도항 및 하우목동항 주변), 자연경관 자원(우도봉, 이중동굴, 홍조단괴 해빈, 검멀레, 우도 팔경)을 자연공원법에 따른 보호 관리 대상으로 지정했다.
다양한 생물 서식처이자 화산섬 고유의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잘 보전하기 위해 지정한 보호구역. 우도와 주변 바다는 제대로 보호받고 있을까.
 
▲ 우도 홍조단괴 해빈 홍조단괴 해빈에서 바라본 에메랄드빛 바다와 제주 본섬
ⓒ 파란탐사대 이루리
우도 동쪽에는 새하얀 모래로 뒤덮인 아름다운 해변인 '홍조단괴 해빈'이 있다. 홍조단괴는 해조류 중 하나인 홍조류가 돌에 붙어 자라면서 축적한 탄산칼슘이 단단하게 돌처럼 굳어져 만들어진 것이다. 오랜 세월 산호 해변으로 알려져 있던 해변의 새하얀 모래는 산호가 아니라 굳어진 해조류가 오랜 세월 잘게 부서지면서 만들어진 퇴적물이다.
탐사대가 해빈 주변 물속에 들어가 직접 확인한 홍조단괴는 호두알 크기에서 잘게 부스러진 모래알 크기까지 다양했다. 10cm 크기의 홍조단괴는 수천 년 동안 자라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알려져 있다. 바다의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홍조단괴는 미국의 플로리다반도와 바하마를 비롯한 몇몇 지역에서도 서식이 보고되었지만, 우도처럼 홍조단괴가 해빈의 주요 구성 퇴적물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문 사례다.
 
▲ 해변에 널려있던 다양한 크기의 홍조단괴 해변에 널려있던 다양한 크기의 홍조단괴
ⓒ 파란탐사대 이루리
학술 가치가 높아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 관리되고 있는 홍조단괴 해빈은 우도를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다. 탐사대가 방문한 5월은 본격적인 휴가철이 아님에도 관광객들이 많이 보였다. 대부분의 관광지가 그러하듯 천연기념물 홍조단괴가 있는 해변 곳곳에도 방치된 쓰레기가 쉽게 눈에 띄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의 홍조단괴 해빈 장기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홍조단괴는 기후 위기로 인한 풍랑 변화와 해수면 상승, 호반 시설과 해안도로 공사로 인한 침식 등으로 점점 면적이 감소하고 퇴적물이 유실되고 있다고 한다.

방문객이 많아지고 해안가의 개발이 진행되면서 겪게 되는 변화가 조사됨에도 해변 입구에는 퇴적물이 유실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시설은 보이지 않았고, 이용객들이 해수욕장 방문 시 주의할 점을 안내하는 시설물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천연기념물인 홍조단괴 해빈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있었지만, 보호구역 인식 증진을 위한 내용은 미비해 보였다.
 
▲ 천연기념물 홍조단괴 해빈 입구에 버려진 쓰레기 천연기념물 홍조단괴 해빈 입구에 버려진 쓰레기
ⓒ 파란탐사대 이루리
 
우도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우도는 보호지역이라는 인식보다 관광지라는 인식이 더 크다. 우도의 또 다른 유명 관광지 검멀레해수욕장 관리 현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던 검은 모래의 아담한 해수욕장과 보트 선착장이 있는 검멀레해수욕장은 현재 해양도립공원 용도구역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자연을 관광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훼손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이를 보호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섬 전체가 관광지화된 우도는 도립공원이자 자연풍경을 보호하고 이용할 목적으로 자연공원법에 따라 지정된 국립공원에 준하는 자연공원이다. 관광지로서의 우도만이 아니라 우도의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체계적인 관리와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 검멀레해수욕장 레저보트를 즐기는 관광객들 검멀레해수욕장 레저보트를 즐기는 관광객들
ⓒ 파란탐사대 이하영
관광산업으로 변해가는 섬, 우도 해양도립공원의 현실
 
▲ 우도 해중전망대 사업 조감도 우도 해중전망대 사업 조감도
ⓒ 제주시
 
2000년 초반, 영화 속 배경으로 우도의 비경이 등장한 이후 우도의 아름다움이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관광산업의 물결이 밀어닥친 섬은 빠르게 변해갔고 오랜 우도의 풍경은 사라져갔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개발은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우도 해양도립공원에 포함되어 보호 관리 대상으로 지정된 하우목동항 인근 전흘동 포구에는 바다 방향으로 112m 길이의 인도교와 깊이 23.5m의 해중전망대가 설치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사업비 600억의 해중전망대 건설 사업은 공유수면 개발로 인한 해양생태계 훼손 논란이 있었고, 우도면 주민들 사이 찬반 논란으로 보도가 되기도 했다.

2019년부터는 여러 차례 사업 변경과 심의, 사업자 계약 해지가 반복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우도해양관광이 추진하는 '우도 해중전망대 조성 사업'은 해양수산부의 설계자문위원회 자문을 검토 중이다.

탐사대가 방문했던 지난 5월 19일, 굴착기 한 대가 전흘동 작은 포구 안 얕은 물 속에서 지반 공사를 하고 있었다. 포구 해안도로를 걸으며 바다 건너 본섬과 한라산과 오름의 능선을 바라봤다. 바다로 더 나아가지 않아도 마주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공사 소음과 먼지로 가득했던 포구 수면에는 오탁방지망이 설치되어 있지만, 틈새로 현장의 분진과 기름이 포구 밖 바다로 흘러가고 있었다. 
 
▲ 전흘동 포구 공사 현장 전흘동 포구 공사 현장, 굴착기가 포구에 들어가 공사를 하고 있다.
ⓒ 파란탐사대 이루리
 
우도는 여의도 면적(2.9㎢)의 두 배가 조금 넘는 6.18㎢ 면적에 1600명 정도가 거주한다. 우도의 관광객은 한 해 160만 명에 달하며 발생하는 쓰레기는 하루 평균 3톤, 성수기에는 5톤이 넘는다는 보고가 있다. 섬 내 도로가 생기고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육지의 오염원은 바다로 흘러 들어갔고, 물속은 점점 황폐해지고 있다고 달그리안 강계헌 전 편집장은 말했다.

"수십 년째 물질을 해 온 해녀들이 말하길 점점 더 바다에 물건이 없다고 해요. 백화현상도 심각하고 괭생이모자반도 너무 많이 몰려온다고. 쓰레기랑 같이 섞여서 떠밀려오면 감당하기가 힘들어요." 

난개발과 관광 열풍으로 퇴색되고 있는 우도의 삶을 기억하고 지키기 위해 섬사람들은 마을신문 '달그리안'을 만들었다. '달그리안'은 우도 팔경 중 제1경인 '주간명월'을 뜻하는 이름으로 2017년 창간 이후 꾸준히 우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탐사대는 '달그리안' 강계헌 전 편집장을 만나 우도 내의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주민들의 삶은 어떻게 변해갔는지, 관광산업이 마을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물었다.
 
▲ 우도 마을신문 ‘달그리안’ 강계헌 전 편집장과 파란탐사대. 우도 마을신문 ‘달그리안’ 강계헌 전 편집장과 제주해양보호구역 파란탐사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파란탐사대 홍상희
 
"우리가 추구하는 우도의 삶은 공동체가 함께 어우러진 삶을 추구하는 것인데, 지금은 일방적인 개발만 목적으로 진행되니까. 개발의 목적은 결국 돈, 자본이잖아요."
개발 사업으로 몸살을 앓는 우도에는 축구장 7개 규모의 대규모 리조트가 있다. 2020년, 우도봉과 자연경관 보전지구 1등급인 톨칸이 인근에 들어선 '훈데르트바서 파크 앤 리조트'는 부지 규모를 4만 9990여㎡로 조성, 5만㎡ 이상이면 받아야 하는 환경영향평가를 피해 건설을 시작했고, 톨칸이 절벽 아래 해변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보수 공사하며 기암절벽을 훼손하기도 했다.
 
▲ 톨칸이 절벽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 모습. 톨칸이 절벽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 모습.
ⓒ 파란탐사대 이루리
 
▲ 보수 공사로 훼손된 톨칸이 절벽 보수 공사로 훼손된 톨칸이 절벽에 시멘트가 묻어있다.
ⓒ 파란탐사대 이루리
 
톨칸이 해안절벽 아래 몽돌 해변은 약 8만~9만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 주변 개발이 진행되기 전 이곳에는 몽돌로 쌓은 계단이 있었다고 한다. 톨칸이는 과거 우도 주민들의 오랜 쉼터이자 아이들의 놀이터였고, 어선이 출항하기 전 안전을 기원하며 제사를 지내며 신성시하던 해안 동굴이 있다. 주민들이 오르고 내리며 소중했던 삶의 일부였던 톨칸이의 몽돌 계단은 리조트 공사가 시작되면서 시멘트로 대체됐다. 개발이 진행되면서 자연을 훼손하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무관심하지 말자, 그것이 옳은 일이든 잘못된 일이든
 
▲ 우도봉에서 바라본 톨칸이 해안절벽과 훈데르트바서 파크 앤 리조트 우도봉에서 바라본 톨칸이 해안절벽과 훈데르트바서 파크 앤 리조트
ⓒ 파란탐사대 이루리
 
개발이 불어닥친 어느 곳이나 오랜 공동체는 이해관계로 복잡하게 얽히고, 개발과 보전에 대한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충돌을 피하기 어렵다. 강계헌 전 편집장은 이러한 현실을 목도하면서 지역 공동체 스스로가 확고한 문제의식을 지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뜻을 모은 이들이 모여 옳은 일이든 잘못된 일이든 섬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무관심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마을신문을 만들어 간다고 했다. 

탐사대는 달그리안 작은 회의실을 나와 마을의 좁은 돌담길을 걷고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들판을 가로질러 바다로 향했다. 탐사 첫날, 바다에서 올려다본 해안의 검은 절벽을 어지러이 날던 칼새의 군무가 떠올랐다. 협곡에서 울리던 바닷새와 파도 소리가 생생히 들리는 듯했다. 바다 건너 본섬을 바라보니 한라산과 동쪽 오름의 실루엣이 부드러운 선으로 연결되어 이어져 있다.

우도에서 보낸 삼일, 섬의 변화와 개발의 흔적을 따라가던 길은 혼잡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도가 아름다울 수 있는 건 화산섬의 경이로운 자연과 바다에 기대 살아가는 삶을 지켜내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참고문헌]
제주특별자치도(2020). 제주특별자치도립공원 보전 관리 계획 2021~2030.
사단법인 한국동굴연구소(2010). 우도지역 지질유산의 세계자연유산과 천연기념물로서의 가치분석 및 보전에 관한 정책연구
제주특별자치도(2019). 제주 우도해양도립공원 자연자원조사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주투데이에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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