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 레전드 '양심선언', 들불처럼 번질까…"법적 대응?" 이동국도 KFA 비판 가세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21세기 한국 축구를 빛냈던 레전드들의 양심선언이 들불처럼 번질까. 이번에는 K리그와 전북 현대의 레전드인 이동국이 대한축구협회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동국은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이동방송국(이동국TV)'를 통해 현재 한국 축구계에서 연일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 자신의 의견을 내비쳤다.
앞서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7일 홍명보 감독을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했다고 전했고, 이어 8일 축구회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홍 감독을 선임했다고 알렸다. 브리핑을 진행한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8가지 이유를 들어 대한축구협회가 최종 후보들 중 홍 감독을 선택한 배경도 설명했다.
13일에는 이사회 승인을 통해 홍명보 감독을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공식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대한축구협회는 홍 감독이 유럽 출신 코치들을 포함해 코칭스태프 구성에 들어간다면서 9월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 준비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축구협회의 홍명보 감독 내정 및 선임 소식은 축구팬들과 관계자들, 전문가들 사이에서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으나 대한축구협회는 꿋꿋하게 홍 감독 선임을 강행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인물은 다름아닌 박주호였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국가대표팀 사령탑 인양 작업에 함께했던 박주호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력강화위원회에 대해 밝혔는데, 영상 촬영 도중 홍명보 감독 내정 소식을 접한 뒤 큰 회의감을 느낀 표정으로 말을 잉어갔다.
박주호는 전력강화위원회가 3월 임시 감독을 정할 때부터 감독 후보군을 두고 투표를 진행해 임시 감독을 선임했고, 정식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여러 해외파 감독들을 연결시켰으나 일부 위원들이 국내 감독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국내파 감독 선임을 밀어붙였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박주호가 올린 영상은 앞서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의 브리핑 내용 중 전력강화위원회를 추가로 소집하지 않는 등 정식적인 행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는 발언과 맞물려 큰 파장을 일으켰다. 대한축구협회는 전력강화위원회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논란이 커지자 대한축구협회는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대한축구협회는 9일 입장문을 통해 박주호의 발언을 조목조목 따지면서 영상 내용에 반박했다. 또한 규정상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 신중하게 검토해 필요할 경우 박주호에게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 예고하기도 했다.
이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홍명보 감독과 함께 4강 신화를 작성한 이영표 해설위원도 의견을 냈다. 이 위원은 한 방송에 출연해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이라며 공개적으로 대한축구협회 행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영표 위원은 "후보 세 분에게 의사를 묻고 나서 기존 전력강화위원들과 소통을 하고 발표하는 게 원래 절차였는데, 그 과정이 생략됐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선임 정보가 전달됐을 때 보안 문제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이는 5개월 동안 함께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노력했던 전력강화위원들이 결국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행정적으로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협회가 여러 행정적인 실수를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누구든지 실수를 할 수 있으니까, 실수였겠지, 믿어보자'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실수가 반복되면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 실력이 될 수 있다. 이런 걸 보면서 어떤 전체적인 변화가 필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을 통해 다시 한번 드러난 대한축구협회의 어설픈 행정을 꼬집었다.
또 다른 2002 멤버인 이천수도 박주호를 밀어줬다. 축구계 선배들이 목소리를 쉽게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배가 용기를 냈다는 점, 특히 박주호가 축구계에 만연한 '꼰대 문화'에 정면돌파를 선택한 점에 박수를 보냈다.
이천수는 10일 개인 유튜브 채널 '리춘수'를 통해 대한축구협회의 홍명보 감독 선임과 관련해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영상 촬영 중 이천수는 박주호가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지도자 경험이 없다는 발언을 들었다는 것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천수는 "축구계에 없어져야 할 풍토다. 위원장과 나이 차이가 많은 사람들은 구석에서 말을 못 한다. 그래도 (박)주호는 외국 생활을 해서 발표는 한 것 같다. 근데 보통은 말을 안 하고, 들어주지도 않는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축구계가 가장 심한 꼰대 문화(를 갖고 있다). 그거를 (박주호가) 혼자 싸우고 있는 거다"면서 "선배들이 못났다. 축구인들이 멋있게 늙어야 하는데 얼마나 답답했으면 주호 같은 후배가..."라며 축구계의 꼰대 문화를 지적했다.
이천수는 계속해서 "나는 진짜 주호에게 미안하다. 후배가 내부 총질, 내부 고발까지 하면 솔직히 엄청 힘들어진다. 이천수처럼 된다. 또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면 걔는 축구계에 정착을 못한다. 후배들이 그러고 있는데, 얼마나 선배들이 못난 건가"라며 박주호를 두둔하고 여전히 함구하고 있는 선배들을 비판했다.
한국 축구 최고의 레전드 중 하나인 박지성도 입을 열었다. 평소 자신의 의견을 잘 밝히지 않고 발언에 조심스러운 편인 박지성이 강한 어조로 대한축구협회를 비판하자 팬들도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을 정도였다.
박지성은 12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교육동에서 열린 '박지성과 함께하는 미래세대 토크-주니어 풋살'에 참가해 대한축구협회의 홍명보 감독 선임과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박지성은 "프로 스포츠에서는 결과가 상당히 중요하다. 결과가 과정을 이기는 때가 너무나 많았다는 걸 나 역시 잘 안다"라면서 "하지만 이번 사례는 너무 커서 그 결과가 이 사례를 과연 바꿀 수 있을까가 나로서는 가늠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라며 "결국 감독 선임을 하느냐 마느냐, 지금 했지만 번복을 하느냐 마느냐는 결국 홍명보 감독님과 협회의 결정이 남은 상황이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또 "하지만 쉽사리 이 분위기에서 어떻게 할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은 가지고 있다"라며 우려했다.
박주호, 이영표, 이천수, 그리고 박지성에 이어 또 다른 21세기 레전드 중 하나인 이동국이 이번 사태에 대해 생각을 밝힌 것이다.
이동국은 "5개월이 넘는 시간을 지켜보며 참 아쉽단 생각을 했네요. 과정이 좋아야 하는데 한국 축구 팬들의 걱정과 기대만큼 잘되지 않은 것 같네요. 국가대표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K리그에서 오랜 시간을 뛰었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네요. 후배로서 선배로서 더 잘 챙겨야 하는 부분도 있을텐데 그러지 못해서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드네요"라고 했다.
또 "지금의 이슈에서 한 단어가 제 머릿속을 강타하네요. 법적 대응이요. 누구보다 노력을 한 사람한테 이런 단어는 아니죠. 신뢰를 잃은 지금 누구의 탓이 아니라 모두가 본인의 탓이라고 생각하고 변화가 필요한 필요한 시점이란 생각이 드네요"라며 대한축구협회가 박주호에게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내용을 저격했다.
이동국은 아울러 "저도 앞으로 여러 부분에서 K리그와 국가대표팀에 힘이 될 수 있게 노력할게요. 여러분도 지금처럼 한국 축구 응원도 해주시고 쓴소리도 해주세요. 요즘 갑자기 스케줄이 바빠서 뉴스를 못 접하다가 이번 이슈에 대해 글로나마 남기는 점 양해 드려요"라고 덧붙였다.
대한축구협회의 홍명보 감독 선임과 관련해 레전드들의 '양심선언'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이었던 박주호의 발언이 축구계를 환기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전직 국가대표 선수들의 강한 비판이 계속해서 이어질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유럽 무대를 경험했고 K리그1에서 MVP를 차지하는 등 누구보다 훌륭한 현역 생활을 한 30~40대 소장파들이 용기를 내고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대한축구협회, 박주호 유튜브, 이천수 유튜브, 연합뉴스, 이동국 유튜브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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