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가 푸틴에게 손 내민 이유…트럼프 재선 대비 시작
트럼프 당선시 러 유리한 휴전 우려
유럽국가들도 트럼프측에 줄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줄곧 반대해 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크게 긴장하고 있다. 미국 대선 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려는 계획까지 세우며 트럼프 재선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도 일부 유럽국가들이 앞다퉈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들과 접촉을 시도한 상황이라 미 대선 전후 유럽 안보 및 외교의 방향성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 美 대선 전 푸틴과 정상회담 희망"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11월 미 대선 이전에 2차 평화회의 개최를 계획하고 있고,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원하고 있다"며 "트럼프 재선 가능성이 높아진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가 느끼는 긴박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평화회의는 지난달 15일 스위스에서 개최돼 90여개국이 참석했지만,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반대로 초청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의 정권교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크라이나 정부도 입장이 바뀌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휴전을 강요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유세에서 "당선되면 1월 취임 전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바람대로 정상회담 및 휴전협상에 응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지난 5일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서 자신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단할 준비가 됐다고 선언한 사실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러시아가 받아들일 수 있는 조치를 취할 때까지 휴전을 선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 군사지원 줄기차게 반대해온 트럼프…러 유리한 휴전 승인 우려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아예 끊어버리거나 대폭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 BBC에 따르면 지난 3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플로리다 자택에서 만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한푼도 주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미국 공화당도 우크라이나 지원이 과도하다며 부정적 입장이다. 지난해 말에는 공화당이 600억달러(약 83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통과에 수개월간 반대하다가 지난 4월 가까스로 통과된 바 있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 센터가 지난 5월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의 49%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쓰는 비용이 너무 많다고 답했다.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크라이나는 향후 미국정부로부터 러시아와의 휴전을 강요받거나 아예 버림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아예 나토에서 탈퇴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는다.
영국 로열할러웨이 대학교에서 국제 관계를 연구하는 미셸 벤틀리 박사는 BBC에 "트럼프의 이러한 메시지는 이미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에 힘입어 벌써 대담해지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주최 나토정상회담인데 …트럼프 측근에 줄서는 유럽지난 9일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해 미국 워싱턴DC서 열렸던 나토 정상회담에서도 유럽 국가들의 주요 관심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들과의 접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많은 유럽 국가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가능성에 미리 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나토 정상회담 개최 전후로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키스 켈로그 미국우선주의연구소(AFPI) 미국안보센터장 등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들과 유럽 정부 관계자들간 접촉이 크게 늘었다. 켈로그 센터장은 WSJ에 "지난해 11월 이후 외국 정부 관계자들과 160차례 이상 접촉했다"며 "간단히 말해 그들은 정치적 배팅 헤지(위험 회피)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유럽 정상들이 워싱턴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에 관심을 두고 있다. 백악관보다 트럼프의 플로리다 골프 리조트 마러라고를 바라보는 '마러나토 회의'"라며 "트럼프를 향한 구애는 러시아와 인접해 안보가 취약해진 동유럽과 북유럽 국가들이 적극적"이라고 진단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결혼해도 물장사할거야?"…카페하는 여친에 비수꽂은 남친 어머니 - 아시아경제
- "37억 신혼집 해줬는데 불륜에 공금 유용"…트리플스타 전 부인 폭로 - 아시아경제
- 방시혁·민희진, 중국 쇼핑몰서 포착…"극적으로 화해한 줄" - 아시아경제
- 연봉 6000만원·주 4일 근무…파격 조건 제시한 '이 회사' - 아시아경제
- "고3 제자와 외도안했다"는 아내…꽁초까지 주워 DNA 검사한 남편 - 아시아경제
- "너희 말대로 왔으니 돈 뽑아줘"…병원침대 누워 은행 간 노인 - 아시아경제
- "빗자루 탄 마녀 정말 하늘 난다"…역대급 핼러윈 분장에 감탄 연발 - 아시아경제
- 이혼 김민재, 재산 분할만 80억?…얼마나 벌었길래 - 아시아경제
- "전 물만 먹어도 돼요"…아픈 엄마에 몰래 급식 가져다 준 12살 아들 - 아시아경제
- 엉덩이 드러낸 채 "뽑아주세요"…이해불가 日 선거문화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