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비인간적 걸림돌, 대인지뢰[필사의 탈주③]
절반 이상 비행기 대량 살포…위치 파악 불가
미국 오타와협약 동참 "한반도는 예외"
규남은 탈북을 준비하면서 대인지뢰 파악에 가장 공을 들인다.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비인간적인 방어 수단이다. 선전포고도 없이 순식간에 목숨을 앗아간다. 겨우 살아남아도 발목 절단 등으로 평생 불구로 지내야 한다. 지뢰는 아군과 적군, 어른과 아이도 가리지 않는다.
세계에서 대인지뢰가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는 곳이 DMZ다. 국제대인지뢰대책회의(ICBL)에 따르면 이 지역을 중심으로 한반도 전역에 최소 220만 개가 묻혀있다. 절반 이상은 계획적으로 매설되지 않고 비행기에서 대량 살포해 위치를 파악할 수 없다. 향후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바뀌어도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국군은 방어 목적으로 전선 248㎞ 주요 지점에 계획을 세워 지뢰를 매설했다. 각 작전 부대에서 위치와 종류, 개수 등이 표시된 지도를 보관한다. 전시가 아닌 상황에 쓸모없다고 판단하면 비교적 쉽게 제거할 수 있다. 그렇다고 미확인 지뢰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한국전쟁 때 치열한 전투 과정에서 살포하거나 매설한 지뢰는 어디에 있는지 알 방법이 사실상 없다. 1960년대에 헬기 등 항공기로 살포하기도 했다. 그 종류나 수량은 알 수 없다. 어디서 아군과 민간인을 위협할지 모른다.
북한군이 관리하는 군사분계선 이북 지역 상황도 다르지 않다. 북한은 북방 한계선 인근 철책선 전면에 대규모 계획 지뢰 지대를 구축했다. 이를 '지뢰원'이라 부른다. 위치는 그들의 대표적 철책선인 고압전선 아래로 추정된다. 전선 248㎞ 전체에 수십에서 수백 m 폭으로 형성됐다고 전해진다. 종류는 목함 지뢰, 플라스틱 지뢰, 대전차 지뢰, 말뚝 지뢰 등 소련(러시아)과 중국에서 사용했던 것들이 주를 이룬다. 방어 목적으로 매설됐으나 최근에는 탈북 저지선으로 더 많이 기능한다. 적잖은 북한군 병사가 고압전선을 통과하고도 지뢰원에서 발목을 잡혀 사망했다.
국제사회는 1997년 체결된 오타와협약으로 대인지뢰의 사용, 생산, 비축을 억제한다. 중국, 러시아, 한국, 북한 등 냉전을 선도했거나 국제적 분쟁의 중심에 있는 나라들은 서명과 비준을 하지 않았다. 미국은 2022년 대인지뢰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으나 한반도를 예외 지역으로 명시했다. 백악관은 "한반도의 특수성과 미국의 한국 방어 약속에 따라 한반도의 대인지뢰 정책은 유지한다"며 "대인지뢰를 대체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에서도 동맹 한국의 안보가 계속 중요한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북한이 극적으로 오타와협약에 서명한다 해도 지뢰는 단번에 사라지지 않는다. 제거 방법과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서다. 통상 군부대가 군사 작전하듯 제거하면 DMZ와 민통선 생태계는 극심한 훼손을 피할 수 없다. 토양과 산림 기반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지뢰만 제거하는 기술과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기술적 차원에서 훼손 없이 제거가 어렵다면 일정 기간 유보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제사회가 DMZ를 영원히 보전한다는 전제 아래 해결책을 찾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편집자주 - 최근 극장가 화두는 군사분계선을 넘는 사람이다. '하이재킹'에서 용대(여진구)는 월북, '탈주'에서 규남(이제훈)은 월남을 시도한다. 다른 방향은 변화한 시대상을 가리킨다. 전자의 배경은 1970년대 초반이다. 한 해 탈북민이 많아도 열 명 미만이었다. 정부가 유공자나 귀순 용사로 대접할 만큼 귀했다. 오랫동안 이어진 흐름은 1990년대 중반에 뒤집혔다. 탈북민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주요 원인은 남북한의 경제 변화. 남한은 고도성장과 함께 생활 여건이 크게 향상됐다. 반면 북한은 무리한 정치 논리 속에 계획경제 시스템이 붕괴해버렸다. 유례없는 자연재해로 수백만 명이 아사하기도 했다. 북한 정권 스스로 '고난의 행군'이라 명명할 만큼 최악의 시련을 맞았다. 여파는 규남이 목숨을 건 지금도 계속된다. 이들의 실제 역사를 되짚고 실태를 들여다본다.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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