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사기로 했는데 복날이네"…4명 삼계탕값 10만원으로 부족[조선물가실록]
6월 닭 산지가격 35.5%↓
도매 가격도 작년보다 낮아졌지만
삼계탕·치킨값 모두 오름세
팀원 4명이 점심시간 회사 앞 밥집에서 뚝배기 한 그릇 뚝딱하는데 10만원 이상을 지출해야 하는 그런 날이 있다. 바로 여름 복날의 시작인 15일 초복이다. 시청역 인근 고려삼계탕의 경우 가장 저렴한 일반 삼계탕 1인분 가격은 2만원. 나머지 메뉴인 산삼삼계탕, 전복삼계탕, 산삼전복삼계탕 등은 2만6000~3만2000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국내 최대 삼계탕 프랜차이즈 지호한방삼계탕의 삼계탕 가격도 1만7000~2만2000원이다.
여름철 무더위를 극복하기 위해 보신하는 복날이 비싸진 삼계탕 가격으로 서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복날 음식인 닭고기 가격은 지난해보다 떨어졌지만, 인건비·유통비·기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삼계탕·치킨 가격은 해마다 오르고 있다. 1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발간한 농업관측월보-육계에 따르면 7월 도축 마릿수는 전년 대비 약 4.4% 증가한 6956만~7097만마리 전망된다. 병아리 입식 마릿수 및 작업 일수가 늘어나면서 도축 마릿수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말복(8월14일)이 있는 다음 달 도축 마릿수는 6830만~6968만마리로, 전년 대비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닭고기 가격은 생산량 증가로 작년보다 낮아진 상황. 6월 산지 생닭 유통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35.5% 하락한 1460원으로 집계됐다. 도계 후 대형마트·프랜차이즈 등에는 각각 4033원, 3262원에 공급됐다. 1년 전보다 공급가격이 대형마트(5150원)는 22%, 프랜차이즈(3791원)는 14% 낮아진 것이다.
하지만 인건비, 유통비, 기타 원자재 가격 증가를 이유로 외식비가 크게 오르면서 삼계탕 가격은 치솟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의 통계를 보면 서울 지역 6월 평균 삼계탕 가격은 1만6885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2.8%, 2022년보다는 13% 올랐다. 유명 프랜차이즈의 삼계탕 가격은 이미 2만원을 넘어섰다.
젊은 사람들의 복날 보양식인 치킨은 가격 상승세가 더 가파르다. 지난해 소비자공익네트워크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3대 치킨 프랜차이즈로 꼽히는 BHC, BBQ, 교촌치킨의 평균 가격 인상률은 12.6%에 달했다. 올해도 BBQ는 다시 한번 가격 인상을 단행했는데, '황금올리브치킨' 등 23개 메뉴의 가격을 6.3% 인상했다.
소비자 "닭고기 가격 떨어지는데" 불만…저렴한 밀키트·편의점으로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6% 상승했다. 하지만 외식물가 상승률은 6.0%로 소비자물가상승률과 비교해 약 1.7배 높았다. 올해 1·2분기에도 외식물가가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을 웃도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1분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0%지만, 외식물가는 3.8% 상승했다. 2분기는 전년보다 외식물가 상승 폭이 완만해지면서 전년 동기 대비 2.9% 올랐지만, 역시 소비자물가상승률(2.7%)보다 높게 나타났다.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협의회)는 지난달 BBQ가 치킨값을 올린 것과 관련 성명을 내고 "주재료인 닭고기 시세가 하락하고 있는데 기타 원부자재값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는 것은 업체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려는 이기적인 발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외식비 부담이 커지자 소비자들은 밀키트, 편의점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양식을 찾아 나서고 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이마트몰에서 판매 중인 올반 삼계탕(900g)의 가격은 5980원, 자연주의 진심 삼계탕(900g)은 6980원으로 삼계탕 평균 외식 비용보다 1만원가량 저렴하다. 치킨도 마찬가지인데, 냉동 치킨의 평균 가격은 100g당 1958원대로 브랜드 후라이드 치킨(평균 879g, 2만3000원)과 비교해 25% 이상 저렴하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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