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사람 더 안 살아요"…2년 전 침수됐던 반지하의 변신

권현지 2024. 7.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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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반지하 침수 사건 이후 서울시 내 반지하 주택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시와 SH공사 등이 반지하 입주민의 주거복지를 위해 '반지하 소멸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공실이 되거나 커뮤니티 시설 등 주택 외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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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반지하, SH공사 매입 후 공실로
커뮤니티시설, 임시대피소 등 주민 공간 활용
SH공사, 약 3년간 반지하 2946가구 줄여
매입 2718가구, 지상 이주 228가구

#1 지난 12일 오전 찾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반지하 주택. 창문을 활짝 열어놨는데도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습한 공기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2022년 8월 서울에 내린 폭우로 침수 피해를 봤던 곳이지만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서둘러 매입, 퇴거 조치해 현재는 공실로 남아 있다.

#2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또 다른 반지하 주택에는 화이트 톤의 벽지와 바닥이 깔린 멀끔한 방 안에 테이블과 의자 대여섯 개가 놓여 있었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사람이 살았지만, 지금은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SH공사가 매입, 퇴거 조치 후 관할구청인 관악구청에 무상 제공하면서다. 양수기 물막이판 등 수방자재를 보관하거나 침수 피해 시 임시 대피를 위한 장소로도 쓰이고 있었다.

지난 12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반지하 주택.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매입 후 퇴거 조치가 이뤄져 현재 공실로 남아 있다. 사진=권현지 기자
지난 12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반지하 주택.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매입 후 관악구청에 무상 제공해 현재 주민 커뮤니티 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권현지 기자

2022년 8월 반지하 침수 사건 이후 서울시 내 반지하 주택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시와 SH공사 등이 반지하 입주민의 주거복지를 위해 ‘반지하 소멸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공실이 되거나 커뮤니티 시설 등 주택 외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서울의 반지하 주택은 2022년 기준 약 23만 가구로 추산된다. SH공사는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총 2946가구의 반지하 주택을 없앴다. 매입으로 줄인 것은 이들 중 2718가구다. SH공사는 2002년 처음 반지하 주택 매입에 나선 후, 침수 사건이 있었던 2022년 8월 이후 본격적으로 반지하 주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올해도 2351가구를 사들인다는 목표다. 지난달 말까지 638가구를 매입했다.

매입으로 공실이 된 반지하 주택의 활용에도 적극적이다. SH공사가 관할구청에 무상(임대) 제공하면 관할구청이 주민 커뮤니티 시설 등 복리시설을 조성해 운영하는 식이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구청과 협의해 주차장, 커뮤니티 공간, 창고 등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SH공사는 이와 함께 반지하 입주민의 지상층 이주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1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228가구의 반지하 주택 감소를 이뤄냈다. 공사는 보유한 반지하 주택 총 713가구 중 288가구에 대해 ▲이주 희망 수요 ▲이주 선호지역 ▲이주 거부 사유 등을 조사해 맞춤형 지상층 이주를 추진해왔다. 남은 60가구 중 26가구가 현재 지상 이주를 진행 중이며, 34가구에 대해서는 지상 이주를 지속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정부와 서울시의 ‘반지하 점진적 소멸’ 방침에 따라 반지하 주택을 지속 매입하고 매입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을 적극 건의할 것"이라며 "주거 상향(지상층 이주)과 재해예방시설 설치 등을 통해 반지하 거주민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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