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야구 '신흥 강호' 부산과기대, '야구만' 가르치지 않으니 실력도 '쑥쑥'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부산과학기술대는 최근 몇 년 동안 대학야구 무대에서 단연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2020년 창단 이후 올해 4년차를 맞이한 가운데 여러 대회 호성적은 물론 매년 KBO리그 지명 선수들을 배출 중이다.
첫 졸업생이 나왔던 2022년에는 박건과 이기석이 각각 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프로행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동아대, 동의대, 원광대 등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한 야구부원들도 있었다.
2023년에는 상위 라운드 지명 선수도 나왔다. 투수 최현석이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4라운드, 전체 40순위로 SSG 랜더스 유니폼을 입었다. 외야수 김대현은 롯데 자이언츠, 투수 장원호는 두산 베어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프런트도 지속적으로 배출했다. 2022년에는 두 명의 선수가 롯데 자이언츠에 인턴으로 입사, 프로야구단에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2023년 졸업생 김민성은 NC 다이노스에 프런트로 입사하면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다.
성적도 꾸준했다. 부산과학기술대는 지난해 대학야구 U리그 경상권 대회에서 9승 2패를 기록,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기세를 몰아 U리그 왕중왕전 정상에 오르는 쾌거까지 이뤄냈다.
부산과학기술대의 선전은 올해도 이어졌다. 전국체전 부산시 대표선발은 물론 '제2회 한화이글스배 고교 vs 대학 올스타전'에서 대학팀 최다 선수를 배출했다. 김동현, 김백산, 최민규 등이 수도권의 쟁쟁한 대학 선수들을 제치고 선발됐다.
김동현의 경우 '제2회 한화이글스배 고교 vs 대학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 1위에 오르면서 프로 스카우트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부산과학기술대는 지난달 말부터 충북 보은에서 열리고 있는 제79회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하고 토너먼트에 진출, 우승을 향한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부산과학기술대 야구부를 이끌고 있는 이승종 감독은 아마추어 야구의 '명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순천 효천고등학교 수석코치를 거쳐 2020년 6월 부산과학기술대 야구부 창단 때부터 올해까지 4년 동안 눈부신 성과를 얻어냈다. 지난해에는 '2023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의 날' 행사에서 아마특별상을 수상했다.
지방 소재 전문대라는 핸디캡 때문에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던 초창기와는 다르게 이제 부산과학기술대로 오고 싶어 하는 고교 선수들의 숫자가 적지 않아졌다.
이승종 감독은 "고3 때 프로팀에 지명을 받지 못하고 원했던 대학교에 합격하지 못하면 선수들이 어린 나이에 두 번이나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며 "이런 친구들을 잘 다독여서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주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야구부 창단 초창기를 돌아봤다.
또 "그래도 올해 한화 이글스배 아마야구 올스타전에 서울에 있는 명문대학교보다 우리 부산과기대 선수들이 가장 많이 뽑힌 게 뿌듯하다. 선수들에게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줄 수 있게 됐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승종 감독의 지도 철학은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한 선수들의 기량 향상 외에도 시야를 넓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야구 외적으로도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게끔 학교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전국 대학 최초로 베이스볼 스카우팅 수업을 개설한 것도 이승종 감독의 열정 덕분이었다. 현재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아시아 담당으로 일하고 있는 남궁훈 스카우트를 강사로 초빙, 지난 2021년부터 매주 월요일 강의를 진행 중이다.
현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수업은 선수들의 야구 'IQ'를 높여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선수들은 남궁훈 스카우트의 강의를 들은 뒤 곧바로 공식 대회, 연습 경기 때마다 실습해 보는 과정까지 거친다.
남궁훈 스카우트는 "스카우트들이 아마추어 선수들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평가하는지 기준과 최근 트렌드를 얘기해줬다. 학생들이 연습경기 때 직접 선수들의 야구 센스, 체력, 타격, 수비 등을 점수로 수치화하는 부분을 실습하게 했다"며 "고교 시절 '내가 저 선수보다 더 잘했는데 왜 나는 지명이 안 됐지?'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스카우팅 수업을 통해 시야를 넓혀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승종 감독은 선수들이 프로행의 꿈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스스로 다른 길을 개척하는 데 조금이나마 지도자로서 보탬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각종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도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이유다.
부산과기대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학교 내 유일한 운동부 학생들을 위해 수업과 연계한 스포츠 마사지사 등 자격등 취득에도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 있는 중이다.
이승종 감독은 "꼭 프로야구 선수가 되어야만 성공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분야에서도 성공할 수 있게끔 개개인별로 상담을 하고 선수들에게 필요한 게 있으면 도와준다"며 "이은주 재활운동건강과 교수님이 야구부 단장님으로 계시는데 학생들을 위해 수업도 해주신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들이 대학에서 더하고 싶은 공부가 있다고 하면 4년제 대학 편입을 도와주기 위해 훈련 스케줄을 줄이고 학점 관리도 도와준다"며 "선수들이 수중 재활 전문가 등 여러 자격증을 딸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갖춘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승종 감독이 야구적으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예의'다. 유니폼을 입고 있는 동안에는 조금이라도 흐트러지거나 단정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건 용납하지 않는다.
이승종 감독은 "창단 때부터 '할 때는 열심히하고 쉴 때는 확실히 쉬자'라는 메시지를 학생들에게 전했다. 대신 예의범절이나 지켜야하는 규율도 명확하게 했다"며 "이 부분도 체계가 잘 잡히면서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문화가 자리잡았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이승종 감독 제공/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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