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車 탄소 14% 흡수한다"…'바다의 반도체' 물김 놀라운 효능

천권필 2024. 7. 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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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양식장의 모습. 사진 김주형 군산대 교수팀

‘바다의 반도체’로 불리는 김 양식장의 물김이 탄소 흡수원으로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김주형 군산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와 김하련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 박사 등 공동 연구팀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수산양식(Aquacul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물김의 탄소 흡수량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군산대 연구실에서 김 양식장에서 채취한 물김의 탄소흡수량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 김주형 군산대 교수팀

연구팀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겨울철에 남해안과 서해안 양식장에서 물김을 채취한 뒤 탄소 흡수 효율을 측정했다. 그 결과, 1g의 물김이 하루에 약 37mg의 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또, 광합성을 통한 탄소 흡수량이 호흡을 통한 탄소 배출량보다 약 5~12배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물김과 같은 해조류는 수중에서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흡수한다. 또, 바닷물의 pH(수소이온농도)를 높여 해양산성화와 같은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해양산성화는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해수의 pH가 낮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김 양식은 주로 해수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해조류보다 햇볕에 많이 노출된다.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흡수하기에 유리한 환경이라는 뜻이다. 연구를 주도한 김주형 교수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물김은 주로 수온이 낮은 겨울철에 양식이 진행되기 때문에 호흡을 통한 탄소 방출량이 매우 낮은 반면, 다른 해조류에 비해 많은 양의 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자동차가 배출한 탄소 14% 흡수”


미 항공우주국(NASA)가 위성으로 촬영한 남해안 김 양식장의 모습. NASA
김 양식 시장은 한국 김의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조미김·마른김 등 김 수출액은 7억 9000만 달러(약 1조 332억원)로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전 세계 김 시장에서 한국 김이 차지하는 비중도 70%에 이른다. 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양식장 면적도 확대되는 추세다.

연구팀은 국내 김 양식장 면적(2016년 기준 5만 7150ha)과 양식장의 물김 생물량, 기상 조건 등을 토대로 김 양식장의 총 탄소 흡수량 및 제거량을 추산했다. 그 결과, 국내 김 양식장이 6789kt(킬로톤)의 탄소를 흡수하며 이 중 746kt을 저장 및 격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해조류의 경우, 흡수된 탄소의 약 11%가 실제 탄소 제거로 연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이 수치는 서울시내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방출량의 14%에 해당하며, 제주도의 약 1.3배 면적에 해당하는 소나무 숲이 흡수하는 양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양식장의 모습. 사진 김주형 군산대 교수팀

다만 김을 비롯한 해조류는 아직 국제적으로 블루카본(Blue Carbon)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해조류가 탄소를 저장 및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블루카본은 해양 생태계를 통해 흡수하는 탄소를 말한다. 현재 맹그로브숲과 잘피, 염습지 등이 국제적으로 블루카본으로 공인받았다.

김 교수는 “후속 연구 등을 통해 김을 포함한 해조류 양식장이 블루카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를 통해 한국 김이 식품으로서 가치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탄소 상쇄원으로 부가 가치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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