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너무 흘려, 휴대폰도 고장…한겨울에도 샌들 신는 이 병
비정상적 땀 분비 질환
여름이 되면 더 괴로워지는 사람들이 있다. 남들보다 땀을 유난히 많이 흘리는 ‘다한증’ 환자다. 조금만 더워도 땀을 비 오듯 흘린다. 과장이 아니다. ‘좀 불편하겠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들이 겪는 괴로움은 생각보다 크다.
직장인 A씨는 맨주먹을 10~20초 정도만 쥐고 있어도 손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남들과 악수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그래서 항상 손수건을 손에 쥐고 생활하는 것이 습관이다. 손의 땀 때문에 휴대폰도 자주 고장 나기 일쑤다. 직장인 B씨는 발바닥 땀 때문에 괴롭다. 양말이 한나절을 버티지 못한다. 오후가 되면 양말이 땀에 범벅이 돼 돌려 짜면 땀이 주르륵 흘러내릴 정도다. 그는 한겨울에도 샌들이나 슬리퍼를 신고 지낸다. 겨드랑이 사정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덥거나 활동량이 많아지면 폭발하는 땀샘에 티가 덜 나는 검은색 옷만 입는다. 본인의 불쾌감도 불쾌감이지만 주위에 땀 냄새가 날까 항상 불안하고 위축된다. 다한증 환자들은 다한증 자체로 인한 불편함과 불쾌감 외에도 강박증, 대인기피증, 우울증 등 이중고, 삼중고를 겪게 된다.
딱히 원인은 없어, 호르몬 변화로도 야기
다한증(多汗症)은 말 그대로 땀이 많은 질환이다. 과도하게 땀 분비가 일어나는 것이다. ‘땀이 많은 체질’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다한증과는 다르다. 땀을 흘리는 것은 우리 몸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정상적인 반응이다. 다한증은 단순히 땀이 많은 수준을 넘어선다. 일반적으로 성인이 하루에 600~800㎖의 땀을 흘리고 여름에는 이보다 많은 1~1.5L의 땀을 흘리는데, 다한증 환자는 2~5L에 달한다. 일반인의 최대 4~5배 수준으로 엄청난 양이다. 다한증에 딱히 수치적인 진단 기준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원인은 다양하다. 이차적으로 다한증(속발성)이 생긴 경우다. 대표적인 것이 갑상샘 기능 항진증이다. 더위를 심하게 타고 땀을 너무 많이 흘리는 게 주요 증상이다. 이외에도 심장질환, 뇌하수체 기능항진증, 당뇨병, 파킨슨병의 경우에도 다한증이 이차적으로 따라올 수 있다. 고려대안암병원 마취통증의학 고재철 교수는 “갑상샘 등 호르몬 이상, 뇌하수체 이상 등 다른 질환으로 인해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평소와 달리 갑자기 땀이 많이 나기 시작한다면 원인질환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해 보고 있다면 바로 치료해야 한다.
사실 이보다 흔한 것은 원발성(일차성) 다한증이다. 전체 성인 인구의 약 1%가 겪는 것으로 보고된다. 딱히 원인이 없는 경우다. 원발성 다한증은 호르몬 변화가 심해지는 사춘기에 생기거나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다한증은 일차성이든 이차성이든 조심한다고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다한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우선 가장 먼저 시도해보는 것은 약물치료다. 보통 바르는 약물부터 시작한다. ‘데오클렌’과 ‘드리클로’가 대표적이다. 모두 염화알루미늄 성분의 약물이다. 땀구멍을 물리적으로 막아 땀이 분비되는 것을 막는 원리다. 주로 겨드랑이 다한증에 많이 사용하고 일반의약품이라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심하지 않은 국소적인 다한증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심한 다한증에는 추천되지 않고 치료 효과도 일시적이라는 점이 단점이다. 또 환자들이 피부 자극 때문에 쓰리고 따갑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민간요법 병 키워, 부작용 적은 치료 중요”
경구 투여제도 있다. ‘글리코피롤레이트’와 ‘디트로판’이라는 약물이 쓰인다. 글리코피롤레이트는 원래 소화성 궤양치료제로 개발된 항콜린성 약이다.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효과 때문에 수술 전 위산 등 분비액 감소의 목적으로도 쓰인다. 우리 몸의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기관지 확장, 심박동 수, 침 분비, 땀 분비, 말초혈관 확장, 동공 확대 등에 관여하는 무스카린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방해함으로써 땀 분비를 억제한다. 기저질환이 없는 10~80세 다한증 환자 36명에게 글리코피롤레이트를 하루 1~2㎎, 최대 8㎎ 투여한 결과 75%의 환자에서 땀 분비 정도가 60점에서 35.9점으로 떨어졌다는 보고가 있다. 이와 함께 삶의 질 척도는 57.9점에서 38.7점으로, 불안장애는 12.1점에서 9.7점으로 개선됐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교감신경에 관여하는 약물이다 보니 땀 분비만 선택적으로 제어할 수 없다. 따라서 입마름, 안구건조증, 눈부심, 두근거림(심계 항진), 안압 상승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녹내장 환자나 부정맥 환자에겐 사용이 금지되고 저용량부터 시작하는 게 원칙이다. 반면 디트로판은 빈뇨, 절박뇨, 요실금 치료에 사용되는 항콜린성 약물이다. 주로 글리코피롤레이트가 안 들을 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미 식품의약국(FDA)이 환각 위험을 경고한 적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수술은 교감신경을 절제함으로써 땀 분비를 차단하는 방법이다. 겨드랑이 밑과 가슴에 작은 구멍을 내고 흉강내시경으로 접근해 흉부 교감신경을 절단하거나 2~3번 흉추 쪽 교감신경, 2~4번 요추 쪽 교감신경을 절단하게 된다. 흉추 쪽은 손, 겨드랑이 등 상부 다한증을, 요추 쪽 교감신경절제술은 다리, 발 등의 하지 다한증을 컨트롤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부위에서 땀이 나는 보상성 다한증이 올 수 있고, 절제한 신경이 6개월에서 11개월 만에 재생할 수 있어 재발 가능성도 있다. 이외에도 해당 부위 신경을 마비시키는 보톡스 치료, 전해질 용액에 증상 부위를 담근 채 전류를 흘려 전기 자극으로 땀구멍을 막는 이온영동치료법도 있다. 결국 완전무결한 치료법이 있는 게 아니라 저마다 장단점이 다른 치료가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개인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재철 교수는 “환자들은 당장 끝장을 보는 치료를 원하는 경향이 있지만,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선 가능한 한 부작용이 적은 방법부터 차근차근 찾는 과정과 자신에게 맞는 옵션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민간요법에 의존하다 병을 키우거나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해결하지 못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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