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감독은 처음이라서" 박지성 작심 발언
[이준목 기자]
▲ 전 축구선수 박지성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문화행사 'MMCA: 주니어 풋살'에서 미래세대 토크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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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의 레전드' 박지성(전북 현대)도 축구대표팀 감독 사태에 마침내 생각을 밝혔다. 박지성은 축구협회가 신뢰를 잃었다는 비판은 물론,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 선임 '번복'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강도 높은 돌직구를 던졌다.
박지성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한 주니어 풋살 대회 행사에 참석했다가 취재진과 만나 최근 대한축구협회의 대표팀 감독 선임을 둘러싼 논란에 대하여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박지성은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기분이 든다. 우리가 이거밖에 되지 않았나. 마음이 상당히 아픈 상태다"라고 말했다.
후배인 박주호 전력강화 위원이 협회 내부의 감독 선임 절차의 문제를 폭로하면서 축구협회가 법적 조치를 예고한 것을 두고도 쓴소리를 날렸다. 박지성은 "인재들을 제대로 활용도 하지 못하고 결국 그 인재들을 제물로 써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부분이 가장 안타까운 결과"라며 "답이 보이지 않을 만큼 한국 축구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게 우려스럽다"고 안타까워했다.
더 나아가 박지성은 정몽규 회장의 사퇴-홍명보 감독의 선임 번복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박지성은 "협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어떻게 재확립시키고, 신뢰를 어떻게 심어줄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런 상황을 위해 책임을 져야 하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며 결국 회장님이 스스로 선택을 하셔야 할 사항이라는 것만은 사실"이라고 정 회장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한다는데 무게를 실었다.
또한 홍명보 감독에 대해서는 "보통 새로운 감독이 왔을 때는 팬들의 기대심리가 큰 상황에서 시작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시작하는 감독은 솔직히 저도 처음"이라고 진단하며 "프로스포츠에서 결과가 과정을 이기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경우에는 과연 결과가 이 상황을 바꿀수 있을까. 저로서는 가늠이 되지 않는다"라고 홍명보호의 미래를 우려했다.
이어 박지성은 "감독을 선임했지만 이것을 번복하느냐 마느냐는 협회와 홍명보 감독의 결정에 달렸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저도 걱정을 가지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감독직을 번복하고 물러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선택지까지 언급했다.
그동안 정몽규 회장과 축구협회의 실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많았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의 선임이 결정된 지 불과 6일만에 번복 카드까지 직접 거론한 인물은 박지성이 사실상 최초다.
박지성은 그동안 축구협회 행정이나 민감한 현안에 대하여 발언을 자제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대한 신중하게 표현했음을 감안해도 축구협회와 정몽규 회장-홍명보 감독의 책임을 정면으로 지적한 박지성의 작심 발언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박지성만이 아니라 박주호, 이영표, 이천수 등 여러 국가대표 출신 축구인들이 최근 축구대표팀 사태에 대하여 연이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축구팬들은 국가대표 출신 축구인들의 용기있는 목소리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만큼 같은 축구인들의 눈에 보기에도 옹호가 불가능할만큼 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의 행적이 상식을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박지성의 진단은 충분히 곱씹어봐야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 홍명보호 2기 출범이 확정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대표팀의 미래를 향한 긍정적인 전망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대표팀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고 해서 과연 정상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할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협회가 홍명보 감독을 선임한 절차적 과정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여기에 홍 감독이 대표팀에 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뒤집은 말바꾸기와 울산-K리그에 끼친 피해, 자신의 행동을 '한국축구를 위한 희생'으로 포장한 인터뷰 실언 등이 겹치며, 시간이 흘러도 여론은 진정되는커녕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역대 대표팀 감독중에서 시작도 하기 전부터 이렇게 많은 비판과 구설수에 휘말린 감독은 지금까지 없었다. 박지성의 표현대로 현재 홍명보 감독의 부임은 그 자체로 '한국축구 대표팀 역사상 이전에 없었던 초유의 상황'이 되어버렸다.
본래 홍명보 감독의 장점은 뛰어난 전술가 유형이라기보다는 선수단 관리와 결속에 능한 매니저형 감독에 특화된 인물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현재로서 홍 감독은 선수단 장악은 고사하고 자칫하다가 시작부터 '레임덕' 위기에 몰릴 판국이다.
국가대표 선수들, 특히 홍명보 감독으로 인하여 피해를 받은 울산과 K리그 출신 선수들이 과연 홍 감독의 리더십을 얼마나 신뢰하고 충성심을 이끌어낼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지 6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SNS와 각종 미디어에서 연일 홍명보 감독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 쏟아져나오고 있다.
어쩌면 홍명보 감독이 10년전 브라질월드컵 대표팀 감독 시절 '의리축구' 논란과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등으로 뭇매를 맞았을 때보다도 여론이 더 심각하다. 박지성이 축구계 대선배인 홍명보 감독의 선임 번복이라는 극단적인 초강수까지 언급한 이유다.
더구나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정몽규 회장은 아직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절차적 시스템이 무너진 협회와, 억지로 대표팀 감독직을 떠넘긴 홍 감독이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축구계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어버린 가운데, 정작 누구보다 이 상황을 가장 앞장서서 수습해야할 회장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정몽규 회장이 마지막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은 지난 5일 충남 천안축구종합센터 협회 행사였다. 당시 정 회장은 "감독을 누구로 뽑더라도 여론은 45% 대 55%로 갈릴 것 같다. 누가 맡든지 반대하는 여론이 55%일 것"이라고 고충을 토로하며 "감독 선임이 마무리되면 뒤에 한번 그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우여곡절 끝에 감독 선임 작업은 일단 완료됐다. 그렇다면 이제는 정 회장이 약속한 대로 전면에 나서서 입장을 밝혀야할 때다.
정 회장의 선택지는 둘중 하나다. 지금이라도 성난 축구계 여론을 달래고 각종 의혹들에 대하여 납득할수 있는 해명과 대안을 내놓던지, 아니면 박지성과 축구팬들의 요구대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든지, 분명하게 태도를 밝혀야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결국 본인과 홍명보 감독, 축구대표팀, 그리고 축구협회 전체까지 계속해서 혼란의 소용돌이속에 무책임하게 방치하겠다는 꼴밖에 되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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