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포토라인 앞에서도 화제몰이… 민희진 말·말·말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지난 9일 업무상 배임 혐의와 관련해 첫 경찰조사를 받았다. 지난 4월 첫 번째 기자회견 때와 같이 편안한 모습으로 등장한 그는 이번 사태를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일축하며 또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민 대표가 카메라 앞에 설 때마다 옷과 모자 등 패션 아이템까지 ‘완판’되는 현상에 ‘민희진 신드롬’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민 대표의 화제가 됐던 발언과 장면들을 종합해 봤다.
국내 최대 기획사 ‘하이브’가 자회사 수장인 민 대표를 상대로 배임 의혹을 제기했던 지난 4월 22일. 민 대표는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즉각 반격에 나섰다. 하이브가 자신의 사적인 메시지 내용을 짜깁기 해 ‘경영권 찬탈 시도’로 비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민 대표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았다. 민 대표가 입장문에서 하이브 산하 다른 레이블의 걸그룹을 저격하며 ‘아류’ ‘베끼기’ 등의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SNS에는 민 대표의 발언을 두고 “무례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론이 반전된 것은 사흘 뒤인 첫 번째 기자회견 때였다. 민 대표는 통상 기자회견에서 볼 수 있는 단정한 차림이 아닌, 볼캡과 맨투맨을 입고 등장했다. 준비한 대본도 없었다. 그는 130분 동안 ‘라이브’로 억울함을 토로했고, 이후 여론은 그를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온라인에서는 ‘국힙(국내 힙합) 원탑’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민 대표가 이런 반응을 끌어 낸 것은 지나칠 만큼 솔직했던 발언 때문이었다. 그는 “씨X” “X밥” 등 격한 욕설을 서슴지 않았고, “투자자나 거래처를 접대한다고 텐프로에 들락대는 이들도 감사했나”라며 아슬아슬한 발언을 이어갔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 거물들을 향해서는 “개저씨”라고 일갈했다. 여론전 대신 “맞다이로 들어와”라며 당당하게 맞서기도 했다.
자신의 법인카드에는 ‘골프 비용’ 대신 ‘야근 식대’ 밖에 없다는 그의 발언은 수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샀다. 그의 기자회견룩을 두고 일 잘하는 제작자, 친근한 언니 등의 모습이 부각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와 관련해 ‘K팝 가부장제와 싸우는 스타 프로듀서, 한국 여성의 흥미를 사로잡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민 대표의 두 번째 기자회견은 지난 5월 31일 이뤄졌다. 첫 번째 기자회견 후 36일 만이었다. 이날 자리는 어도어 이사진 교체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마련됐다.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민 대표는 유임됐지만, 민 대표 측근으로 꼽히는 어도어 이사진 2명이 해임됐다. 새 사내이사로는 하이브 측 임원 3명이 선임됐다.
이날 민 대표는 지난번 기자회견 때 카메라 플래시 때문에 말을 할 수 없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그는 기자들과 눈을 맞추며 중간중간 환하게 웃어 보였다. 옷차림도 정반대였다. 노란색 카디건에 청바지를 입고, 머리를 깔끔하게 묶었다.
대본은 역시 없었다. 이 때문에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기자와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 대표가 다소 장황하게 발언을 이어가자 한 기자가 말을 끊고 “다들 바쁜 사람들이고 시간을 내서 왔으니 질문에 대한 답변만 해달라”고 항의한 것이다. 당황한 민 대표가 “그럼 기자님 질문 먼저 받겠다”며 상황을 무마하려 했으나, 날 선 분위기는 한동안 이어졌다.
이날 민 대표 발언의 하이라이트는 “지긋지긋하게 싸웠으니 삐지지 말고 화해하자”였다. 그는 “제 스타일대로 표현하면 ‘지긋지긋하게 싸웠으니 이제 끝’”이라며 하이브에 화해를 제안했다. 자신의 업무 신조가 ‘일할 때 삐지지 말자’라며 “논리와 이성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타협점이 찾아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 대표는 지난 9일 오후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업무상 배임 혐의 관련 피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이날 오후 10시2분쯤 조사를 마치고 나온 그는 두 번째 기자회견 때만큼이나 편안한 모습이었다. 민 대표는 “사실대로 얘기해서 속이 너무 후련하다”며 자신이 원해서 예정된 일정보다 앞당겨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고 했다.
‘업무상 배임 혐의는 계속 부인하는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당연하다”며 “제 입장에서는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8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길어진 것 같다)”고 했다.
민 대표는 이날 첫 번째 기자회견 때처럼 유명 브랜드의 볼캡에 흰색 반소매 상의를 입었다. 특히 상의는 자신이 ‘엄마’를 자처하며 제작한 걸그룹 ‘뉴진스’의 ‘굿즈’(기념품)였다. 일본 스트리트 패션 대부로 불리는 히로시 후지와라와 뉴진스가 협업한 제품이다. 민 대표가 입은 것은 해당 굿즈의 네 번째 버전으로, 뒷면에 뉴진스 멤버 5명의 이름이 모두 적혀 있다.
이처럼 민 대표는 대중 앞에 설 때마다 화제의 중심에 서고 있다. 그가 언론에 나올 때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민 대표 관련 글이 쏟아진다. 글 작성자의 대부분이 젊은 여성으로, 민 대표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가 갑과 을의 대결로 비춰지면서 대중이 을의 입장인 민 대표에 더욱 감정 이입하는 것”이라며 “민 대표가 굉장히 솔직하고 다소 감정적으로 억울함을 토로하는 모습이 공감을 부르고, 조직에 대항하는 용감한 여성처럼 보여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또 “첫 번째 기자회견 때의 편안한 모습이 대중에게 더욱 호소력 있게 보였을 것”이라며 “두 번째 때의 당당한 모습은 (앞으로의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민 대표가 옳다는 이미지를 줬다”고 했다. 이어 “사람들은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다양한 정보를 흡수하지만, 판단 이후에는 자신이 주목하고 싶은 정보에만 집중한다”며 “첫 번째 등장 때 이미 큰 지지를 얻었고, 두 번째 기자회견으로 긍정적인 이미지가 강화됐다”고 덧붙였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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