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자두 고야, 보기 힘든 녀석입니다

이재관 2024. 7. 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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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고야는 우리나라 토종 자두입니다.

자두는 한 개를 먹어도 먹은 것 같지만 고야는 그렇지 못합니다.

7월에 한두 알만 맛보고 넘어가는 해가 태반입니다만, 고야 없는 시골집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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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에 집을 지으면서 알게 된 토종 자두의 맛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재관 기자]

▲ 고야열매 자두 보다 작고 앵두 보다 큰 고야열매
ⓒ 이재관
고야라는 과일이 있습니다. 어느 지역에서는 오야주라고도 한다네요. 이름이 참 이국적이고 이쁩니다. 그 이름이 맘에 들어 유튜브 아이디 만들때 고야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고야는 우리나라 토종 자두입니다. 이 녀석의 품종을 개량해 현재 모습의 자두를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정확히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곳 강원도 시골 사람들은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홍천에 집을 지으면서 처음 이 과일의 존재를 알게 됐습니다. 몇 해 전 돌아가신 마을 이장님과 가깝게 교류했는데, 그 댁에 고야나무 몇 그루가 있었습니다. 이젠 홍천에서도 보기 힘든 녀석이라고 합니다. 토종이라면 눈이 휘둥그레지는 저였기에 반가운 마음에 두어 그루 새끼 나무를 옮겨 심었습니다.

4월에 꽃이 피고, 7월 초면 과일이 익습니다. 꽃은 사실 볼품이 없습니다. 작은 흰꽃이 잔가지에서 다닥다닥 피는데, 그 속에서 화사함을 찾아보긴 힘듭니다. 꽃이 많은 만큼 열매도 많습니다. 너무도 많이 달려 그 자신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비라도 맞으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가지 몇 개는 부러지기까지 합니다. 자식 욕심이 너무 많습니다.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 정도만 열릴 것이지, 왜 이리 많이 달려 스스로를 헤치기까지 할까요.

충분히 익지 않은 열매는 약간 신맛이 있습니다. 미묘하지만, 자두와는 조금 다른 신맛입니다. 까만 색이 돌만큼 충분히 익거나 후숙시키면 훨씬 맛이 좋아집니다. 그 때는 신맛이 사라지고 풍미가 입안 전체를 감싸줍니다. 자두의 조상다움이 얼핏 맛에서 묻어납니다.
 
▲ 고야2 가지가 휘어지도록 달린 고야나무
ⓒ 이재관
 
고야는 토종입니다만, 이곳 홍천에서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키우는 사람도, 키우려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인기가 없습니다. 개량 자두가 득세한 탓도 있겠지만, 나름대로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이렇습니다.

우선 열매가 작습니다. 자두는 한 개를 먹어도 먹은 것 같지만 고야는 그렇지 못합니다. 덩달아 손과 입이 바쁩니다. 열매는 작고, 씨앗은 또 발라내야 하니 손이 많이 이 가는 녀석입니다.

둘째, 너무 많습니다. 달려있는 열매나, 땅에 떨어져 있는 열매를 보면 귀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소중하다 여기지지 않습니다. 사람의 입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몇 개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처치 곤란입니다. 이래선 사람들에게 이쁨을 받기 힘듭니다.

셋째, 떨어진 열매가 썩으며 악취가 납니다. 이것이 제일 큰 골칫거리입니다. 너무 많이 달려 생기는 문제입니다. 장맛비를 맞고, 바람이라도 좀 불고 나면 밭고랑에 우수수 떨어져 썩어 갑니다. 족히 보름 이상 악취를 감당해야 합니다.  
 
▲ 고야와 자두 자두의 반에 반 크기인 고야.
ⓒ 이재관
그렇지만 저는 고야를 매우 좋아합니다. 7월에 한두 알만 맛보고 넘어가는 해가 태반입니다만, 고야 없는 시골집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스페인 낭만주의 화가와 동명인 고야는 순우리말인 듯 아닌 듯, 세련되고 친근하게 참 잘 지은 것 같습니다.

크고 맛있는 것만 살아남는 세상에 요런 녀석 하나 정도는 살아 남아야지요. 무엇보다 저에겐 추억이 많은 녀석입니다. 시골집 짓고 14년 동안이나 함께 했으니 결코 그 인연이 가볍지 않습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에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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