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생겼으니 세금 내라" 국세청의 경고…폭력조직과 전쟁도 불사하는 美 [송승섭의 금융라이트]
'세금 불공정' 문제로 독립전쟁 시작한 미국
국내·외 불문 세금 미납하면 초강경 대응해
불법 마약거래도 "소득 생겼으니 세금 내라"
미국 재무장관 "세금징수는 미국인에 결실"
1,376,500,000,000원.
미국의 국세청(IRS)이 지난해 1600여명의 부자에게 징수했다고 밝힌 금액은 무려 10억달러에 이릅니다. 원화로 환산하면 1조원을 훌쩍 넘기죠. 1인당 평균 세금부과액만 62만5000달러에 달합니다. 놀라운 것은 이들이 바로 세금을 내지 않던 체납자라는 겁니다. IRS는 수년 전부터 세금 신고를 누락한 12만5000명의 백만장자들을 의심해왔는데, 지난해 본격적으로 추적을 시작해 단 1년 만에 천문학적인 돈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미국 국세청의 이같은 저력을 이해하려면 수백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나라가 건국될 때부터 세금은 미국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미국을 식민통치하고 있던 영국이 1767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자, 보스턴 지역에서 과세에 대한 반발이 일었습니다. 이는 영국과의 전쟁으로 이어졌고 1776년 미국이 독립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때 “대표 없이 과세 없다”라는 대원칙이 미국에 확립됐기 때문에 IRS도 이때부터 본인들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설명하죠.
이후 미국은 자국·외국을 구분하지 않고 세금에는 아주 강경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1791년 미국에서 위스키 1갤런에 25센트의 세금이 붙자 반란이 일어났는데요. 초대 대통령이었던 조지 워싱턴 대통령과 내각 재무장관이었던 알렉산더 해밀턴이 1만2950명의 병사를 모아 무력으로 진압했습니다. 당시 저항하던 시민들이 군대 출동 소식을 듣고 세금조정안을 제시했지만, 해밀턴은 이를 무시하고 군대를 그대로 진격시켜 제압했죠.
미국인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폭력배, 마약 카르텔, 갱단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18세기 미국 서부 지대는 중앙권력의 힘이 닿지 않았는데 여기에도 직원을 보내 어떻게든 세금을 징수해냈습니다. 당시 세금체납자들은 총기로 사격까지 하면서 저항했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후퇴하기는커녕 똑같이 무장한 채 총격전까지 벌여 세금을 징수했죠. 옛 미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게임에서 IRS 직원들이 나와 총격전을 벌이는 것도 이런 역사적 맥락이 있습니다.
1900년대 초 미국 마피아로 활동했던 전설적인 갱단 두목 알 카포네를 처음 감옥에 집어넣었던 기관도 IRS였습니다. 알 카포네는 각종 폭력행위와 마약 유통 혐의가 있었지만 연방수사국(FBI)은 증거를 찾지 못해 그를 체포하지 못했죠. 하지만 IRS는 1920~1933년 주류판매가 금지됐던 시기 알 카포네가 밀주 판매로 돈을 벌었음을 추적해냈습니다. 그리고 탈세 혐의로 수만달러의 벌금을 내게 만든 뒤 징역형을 살게 했죠.
IRS의 세금징수에 대한 집념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금 신고 기간이 되면 지구 대기권 밖에 있는 우주비행사에게도 납세의무를 부과합니다. 아폴로 13호 승무원이었던 잭 스와이거트가 달에 있는 동안 휴스턴 통제센터에 연락해 “세금 신고 마감 연장을 못했다”며 도움을 요청한 일화가 아주 유명하죠. 또 IRS는 가이드라인에 훔친 물건과 뇌물, 불법 거래도 세금을 내라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득을 챙겼으니 공정시가를 산출해서 내년에 세금을 내는 방법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죠.
광기에 가까운 세금징수에 미국인들도 IRS를 따가운 눈초리로 보는 것은 사실입니다. 미국인들이 가장 무서워하고 인식이 좋지 않은 기관으로 자주 IRS가 꼽히기도 하죠. 2019년에는 한 미국인이 IRS 소유건물에 경비행기를 몰고 충돌하는 자살 비행 공격까지 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IRS가 태도를 바꾸지 않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공평한 세금징수가 국가의 근본이며 모든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거라는 믿음 때문이죠.
주요 외신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2023년간 부자들로부터 10억달러의 세금을 징수했다는 자료를 낸 뒤 직접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과세 공평성을 높이고 고액 체납자들로부터 세금을 징수해내는 일은 이미 미국인들에게 많은 결실을 주고 있습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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