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전면전? 서방이 주시하는 헤즈볼라 32년 이끈 수장 [후후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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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간 전면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제사회가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64)를 주시하고 있다. 1992년부터 32년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무장한 비국가 행위자’인 헤즈볼라를 이끌며 전략적 모호성을 취해온 그가 ‘중동 광역전쟁’의 불씨를 당길 것이냐에 관심이 쏠린다.
“이란의 대리인 넘어 주요 지역 플레이어”
최근 영국 가디언은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를 이스라엘과의 전쟁 직전으로 이끈 사람’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를 조명했다. 가디언은 “종종 이란의 대리인으로 묘사되지만 그 이상이고, 그 자체로 중요한 지역 플레이어”라고 평했다.
헤즈볼라는 시아파 이슬람 맹주인 이란과 가까운 반미·반이스라엘 무장세력인 ‘저항의 축’의 주축이다. 지난해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팔레스타인 하마스 지원을 명분으로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해왔다.
최근엔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고위 사령관이 사망하자, 로켓을 수백 발 쏘는 등 대대적인 보복에 나섰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의 거듭된 충돌로 북부 주민 수만 명이 집을 떠나게 됐다며 가자지구에 있던 병력을 레바논 접경으로 재배치할 뜻을 밝혔다. 이에 “양측 전면전은 시간 문제”(뉴욕타임스)라는 관측이 쏟아졌다.
이런 상황에 서방은 나스랄라의 입에 주목한다. 그가 영상 연설 등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에서 헤즈볼라의 향후 행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어서다.
“이스라엘은 거미줄처럼 약하다” 주장
그래서 그간 나스랄라의 연설은 해석의 대상이 돼 왔다. 그는 “진정한 저항이 훨씬 우월한 군대를 압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자주 표현했다. 2000년 수천 명의 군중 앞에서 “이스라엘은 핵무기에도 불구하고 거미줄처럼 약하다”고 했던 연설이 대표적이다.
헤즈볼라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 다음날인 지난해 10월 8일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서 충돌을 시작했는데, 처음엔 하마스 지원을 명분으로 내세우다 점차 국경 문제로 이슈를 확대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중동 정책을 거부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됐다.
특히 최근 수개월 동안은 이스라엘의 군사·민간 표적을 공격하고 하이파와 다른 도시들을 위협하며 “관리된 갈등” 보다 상황을 키우는 모습을 보였다.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 벌어졌던 제2차 레바논 전쟁 이후 보여온 입장, ‘이스라엘 도시는 위협하나 전면전은 원하지 않는다’던 것과 달라졌다.
32세에 헤즈볼라 수장 올라
나스랄라의 대응 방식은 그의 개인사에도 뿌리를 두고 있다. 레바논 내전의 종파간 갈등 속 10대였던 그는 15세에 시아 아말 민병대에 입대했다가 이라크 나자프에 있는 신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1978년엔 사담 후세인에 의해 다른 레바논 학생들과 추방됐으나, 이라크에서 만난 헤즈볼라 공동 창립자인 압바스 알 무사위의 영향으로 헤즈볼라에 합류했다. 1992년 이스라엘이 무사위를 암살했을 때 나스랄라는 그를 대신해 헤즈볼라의 수장이 됐다.
나스랄라는 2006년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믿음이 형성된 과정을 설명하며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 가자 지구, 골란, 시나이에서 일어난 일”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랍연맹 국가나 유엔에 의존할 수 없다. 유일한 방법은 무기를 들고 점령군에 맞서 싸우는 것”이라 강조했다.
“헤즈볼라 병력·화력, 하마스보다 훨씬 강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양측 피해는 막대할 전망이다. 헤즈볼라의 병력·화력이 하마스와는 비교할 수 없이 강하기 때문이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방공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대도시를 타격할 수 있는 로켓·미사일을 최소 13만기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리아 내전 등 실전 경험이 있는 병력 규모만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리적으로 고립된 가자지구와 달리 헤즈볼라는 이란·이라크·시리아를 통해 무기와 보급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도 이스라엘에겐 불리하다. 다만 레바논의 열악한 경제 상황은 전면전을 막는 요인으로 꼽혀왔다.
10일 나스랄라는 영상 연설에서 “하마스는 ‘저항의 축’ 전체를 대신해 이스라엘과 협상하고 있다”며 “가자에서 휴전이 이뤄지면 우리 ‘지원 전선’도 별도 절차 없이 바로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휴전에 동의하도록 ‘당근’을 제시한 셈이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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