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우승 글렀어'…손흥민, 케인이라도 우승하길 기원했다→"잉글랜드 트로피 든다"
(엑스포츠뉴스 김준형 기자) 팔이 안으로 굽힌 걸까. 스페인 전력이 무섭지만 손흥민의 선택은 잉글랜드였다. 이유도 명확했다.
토트넘 홋스퍼 주장 손흥민이 2024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우승팀으로 잉글랜드를 예측했다. 자신과 환상의 호흡을 보인 전 동료 해리 케인 우승을 위해서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12일(한국시간) "토트넘 홋스퍼는 훈련을 준비하는 동안 선수들에게 일요일 밤에 누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예측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손흥민은 잉글랜드가 승리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친구이자 전 팀 동료인 해리 케인에게 감동적인 메시지를 남겼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유로 2024 우승팀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스페인은 놀라운 토너먼트를 치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잉글랜드가 이기길 바란다"며 "해리 케인이 이기길 바란다. 그는 역사상 최고의 잉글랜드 선수다"고 말했다.
손흥민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은 갑론을박을 펼쳤다.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 아쉽게 뽑히지 못한 제임스 매디슨은 조국 잉글랜드의 우승을 점쳤고 독일 공격수 티모 베르너와 새로 합류한 아치 그레이, 루카스 베르발도 마찬가지였다. 스페인 선수인 브라이언 힐과 브라질 선수인 에메르송 로얄은 반대로 스페인의 우승을 예상했다.
손흥민과 케인은 '손케 듀오'로 불릴 만큼 완벽한 파트너로 오랜 기간 활약했다. 손흥민이 토트넘에 합류한 2015년 여름부터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지난해 여름까지 함께 토트넘의 공격을 이끌었다.
두 선수가 합작한 기록도 대단하다. 두 선수는 첼시의 레전드 선수인 프랭크 램파드와 디디에 드로그바가 합작한 36골의 기록을 깨고 47골을 합작하며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합작한 듀오로 이름을 남겼다. 둘 모두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토트넘에서 두 선수의 활약은 영원할 것 같았으나 케인이 먼저 토트넘을 떠났다. 두 선수 모두 토트넘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우승과는 연을 맺지 못했고 케인은 트로피를 위해 독일의 거함 뮌헨으로 향했다. 뮌헨은 케인이 이적하기 전까지 11시즌 연속 리그에서 정상에 올랐기에 케인이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였다.
하지만 뮌헨은 2023-2024시즌을 12년 만에 무관으로 마무리했다. 리그에서는 3위로 마무리했고 UEFA 챔피언스리그는 준결승 탈락, 독일축구연맹(DFB) 포칼 2라운드 탈락, 슈퍼컵 패배 등 우승 근처에서 미끄러졌다.
케인의 기량 문제는 아니었다. 케인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32경기 36골로 득점왕에 올랐고 시즌 45경기에서 44골을 기록하며 유럽 최다 득점 주인공에게 주는 유러피언 골든슈까지 받았다. 유럽 5대 리그 최고의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나 우승하지 못했다.
새로운 시즌에 들어가기 전, 케인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케인이 주장으로 있는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이 유로 2024 결승에 올라 우승을 두고 마지막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잉글랜드는 대회 전부터 이번 대회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다. 유럽 최고의 골잡이인 케인을 비롯해 레알 마드리드의 2관왕(스페인 라리가, UEFA 챔피언스리그)을 이끈 주드 벨링엄,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맨체스터 시티의 필 포든 등 공격진이 화려했다. 프리미어리그 최다 공격 포인트를 올린 첼시의 콜 팔머가 후보일 정도로 탄탄한 스쿼드를 자랑했다.
하지만 시작은 좋지 못했다. 잉글랜드는 조별 예선 3경기에서 1승 2무를 기록하며 경기력 논란에 휩싸였다. 화려한 공격진으로 그들이 3경기에서 넣은 득점은 단 2골이었다. 16강에서도 슬로바키아에 선제골을 허용하며 탈락 위기에 놓였으나 후반 추가시간 벨링엄의 득점과 연장 전반 케인의 득점으로 겨우 8강에 올랐다.
8강부터는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잉글랜드의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이전 4경기에서 사용한 포백 대신 스리백을 사용했고 효과를 봤다. 8강에서 돌풍의 팀 스위스와 접전을 벌였고 승부차기 끝에 4강에 올랐다. 4강에서는 네덜란드를 만나 선제골을 내줬지만 케인의 동점골과 케인 대신 투입된 올리 왓킨스의 후반 추가시간 역전골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잉글랜드는 지난 유로 2020에 이어 두 대회 연속 결승에 올랐고 유로 대회 첫 우승에 도전한다. 축구 종주국이지만 메이저 대회 우승은 196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이 가장 최근 우승이다.
상대가 만만치 않다. 잉글랜드의 결승 상대는 이번 대회 유일의 전승을 기록하고 있는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유일한 조별 예선 3전 전승을 기록하고 독일과의 8강을 제외하고 모든 경기를 90분 이내에 끝냈다. 독일과의 경기도 연장 후반 결승골을 넣으며 승부차기 전에 승부를 봤다. 스페인은 유로 2012 이후 12년 만에 우승을 노리고 있다.
케인도 우승을 향한 의지가 강력하다. 케인은 준결승 경기 이후 인터뷰에서 "역사를 만들 한 경기가 남았다"며 "90분, 120분을 넘어 승부차기까지 갈 수 있지만 우리는 거기에 있을 것이다. 그 경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DB, 토트넘 SNS
김준형 기자 junhyong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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