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넘어 허탈감 호소하는 점주들 "배민이 우릴 바보 취급"
[권성훈 기자]
▲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가 6월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6.21 배민항의행동, 배달라이더 X 배달상점주 플랫폼 갑질 규탄대회'를 열었다. |
ⓒ 이정민 |
배민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UI 및 수수료율 개편의 목적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와 다양한 식당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음식점 사장님들의 비즈니스 성장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요금 정책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별첨 자료를 통해 자사의 배달대행 서비스인 '배민1'이 음식점 사장님들에게 비용 절감 효과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배민은 새로운 UI 개편으로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음식점 사장님들의 플랫폼 접근성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절박한 호소, 외면된 상생
그러나 수수료 인상 소식과 배민의 입장을 전해 들은 음식점 사장님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 가맹점주 A씨는 "야당 일부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항상 민생을 우선한다고 말하면서도 배달 앱사의 독과점 문제는 방치하고 있다"라며 "플랫폼 수수료는 원가에 반영되는 요소다. 그렇다면 우리도 이제 치킨값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정말 큰 걱정이다. 프랜차이즈다 보니 가격을 점주 마음대로 할 수 없어 본사의 눈치까지 봐야 한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배민의 '한 달에 50건 미만 주문 시 20% 페이백 제공' 발표에 대해서는 "우리를 바보 취급하는 것 같다"라며 분노했다.
또 다른 브랜드 치킨매장 점주 B씨는 "배달료를 내린 것이 결국 중개 수수료율을 올리기 위한 트릭으로 보인다"라며 "이는 쿠팡이츠와 수수료를 담합하는 행태로 보이며, 무료배달을 앞세워 점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배달료가 라이더를 직접 고용했을 때보다 저렴하다는 주장에 대해 "말도 안 되는 논리"라고 반박했다. 특히, 울트라콜 광고로 '가게배달'을 이용하는 점주의 '배민클럽' (구독 서비스, 가입 고객은 배달비 무료) 주문이 50건 이하일 때 월 광고비의 20%를 돌려주겠다는 발표에 대해 "배민1(배민이 광고부터 배달대행까지 일괄 수행하는 상품)에 주력하면서 주춤해진 자사의 또 다른 광고 상품인 '울트라콜' (위치기반 상품으로 한 지역당 8만8000원, 지역을 무제한 설정 가능)을 유지하기 위한 호객행위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가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6.21 배민항의행동, 배달라이더 X 배달상점주 플랫폼 갑질 규탄대회'를 열었다. |
ⓒ 이정민 |
인천에서 프랜차이즈 피자 가맹점을 운영하는 C씨는 이번 발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이번에 발표를 보면 중개 수수료를 3% 인상한다고 정확하게 밝혔죠. 그런데 (업주 부담) 배달비는 세부 기준 없이 모호하게 (건당) 최소 100원에서 최대 900원까지 낮추겠다고 했습니다. 제 피자 가게의 '배민1' 매출 평균 객단가가 대략 2만8000원 정도입니다. 3% 인상으로 계산하면 건당 840원이 인상되는 거죠. 그렇다면 제가 이번 개편으로 이득을 보려면 제가 부담하는 배달비가 상한 900원이 돼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될까요?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음식점 사장이 직접 배달하거나 동네 배달대행을 이용하는 '가게배달'도 무료배달 상품인 '배민클럽'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단서가 달렸죠. 업주 부담 배달료를 '일정 기간' 지원하는 방안을 확정도 아니고 '검토'하겠다고요. 여기서 문제는 '가게배달'이 배민의 '배민1'과 경쟁이 안 된다는 겁니다. 동네 배달대행 기사들이 대부분 '배민1' 기사도 병행하고 있어요. 그 기사들이 '가게배달'을 받아 가다가 '배민1' 배달이 배차되면 무조건 그것부터 배달해야 합니다. 배민 본사가 동선을 추적하고 있거든요. 가게배달은 뒤로 밀리는 거죠. 이게 현실입니다."
이번 발표에서 배민은 그동안 앱 입점 사장들의 성토 대상이었던 '배민1' 배달대행 수수료를 의식한 듯, 복잡한 수학 셈식을 동원한 별도의 자료까지 배포하며 배달 플랫폼의 배달 대행을 이용하는 것이 비용 절감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입점 사장들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에서 브랜드 햄버거 가맹점을 운영하는 점주 D씨는 배민 자료가 비현실적이라며 반박했다. 그는 "배달원을 자체 고용한 경우와 비교했으나, 그것은 맥도날드 등 대형 프랜차이즈에 해당하는 극소수 사례다"라며 "최근에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며 운영하는 매장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라고 되물었다.
이처럼, 고객 경험 개선과 업주 성장 지원을 위해 UI 개편 및 배달비 인하를 제시했다는 배민의 주장에 대해 대다수의 입점 자영업자들은 해당 조치가 실질적으로 매출 개선이나 부담 경감으로 이어지지 않으리라 전망했다. 특히 업주 부담 배달비 인하(건당 100~900원)에 대해서는 세부 기준이 불명확하여 형식적인 조치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배민1'의 중개 수수료 인상에 대한 물타기식 정책으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 자영업 커뮤티 회원을 대상으로, 배민 수수료 인상에 대한 여론 조사 |
ⓒ 권성훈 |
현재 입점 업주 대다수는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느끼는 상황이다. 실제 대형 자영업 커뮤니티 회원을 상대로 조사 결과, 입점 업주들의 주된 심리 상태는 분노보다는 '무기력'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동안의 절실한 호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최근 가게의 매출 손실까지 각오하고 진행한 '배민' 보이콧 캠페인마저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좌절감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정부와 사회에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에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책정 방식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적절한 규제 마련을 촉구했다. 또한, 소비자들에게도 소상공인 지원 차원에서 직접 주문을 늘리고, 배달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 문제에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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