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중고오토바이 사러 갔다가 100만대 거래 플랫폼 만든 ‘韓청년’[신기방기 사업모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7. 1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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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쎄 창업자 김우석 대표(오케이쎄 제공)
20대 꿈많은 청년은 창업이 하고팠다. 마침 화장품 산업이 뜨니 ‘제조업체에 도전해보자’해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만만찮았다. 국내 경쟁이 워낙 치열했다. 그래서 2016년 시장조사 차 베트남으로 눈을 돌렸다. 젊은 평균연령의 국민, 경제성장률, 시장 잠재력 등에서 매력적이어서다.

그러려면 우선 ‘현지에서 살아보자’란 생각부터 했다. 문제는 이동수단이었다. 수도 하노이지만 대중교통이 상대적으로 덜 발달하다 보니 현지인은 물론 본인도 주요 교통수단으로 오토바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오래 있지도 않을 건데 중고나 사자. 얼마나 하겠어?”라며 찾아간 하노이의 한 중고 오토바이 시장에서 그의 운명은 바뀐다.

막상 가서 보니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단 거래하려 해도 ‘엿장수 마음대로’였던 것.

“베트남 오토바이 시장 규모는 7조원대로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런데 중고시장을 가보면 머리가 아픕니다. 일단 고객이 나타나면 시장 상인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오토바이 살 거냐?’고 물어요. 그런데 외국인이거나, 영어로 가격을 물으면 갑자기 가격이 50% 높아지더군요. 이후 계속 신뢰할 수 없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당시 베트남 사람들이 많이 쓰는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홈페이지에 가 봐도 대부분이 허위매물이었어요. 일종의 레몬마켓인거죠. 이러니 구매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함을 확신하게 됐습니다.”

베트남 최초 중고오토바이 플랫폼 ‘오케이쎄’의 창업 계기는 이랬다. 2020년 창업한 그 청년은 이제 현지에서 유명한 기업인으로 성장했다. 김우석 대표 얘기다. 참고로 오케이쎄(OKXE)는 베트남에서도 많이 쓰이는 영어 표현 ‘OK’와 차량에 대한 베트남어 관사 ‘XE’를 더한 합성어다. 현지에서는 ‘오케이차’ 정도로 쉽게 인식된다.

오케이쎄 앱 다운 사용자 수
베트남 시장, 어떻게 혁신했나

무엇보다 오케이쎄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뢰 시스템’으로 차별화했다. 베트남 최초로 투명한 중고오토바이 시세 정보, 베트남 최대 딜러매장 확보, 보증매물 시스템 등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 3000여 종에 달하는 오토바이를 IC, EV 등 카테고리 별로 전문적으로 나누고 앱도 소비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게 직관적으로 디자인해 젊은 고객에게 어필했다. 여기에 더해 할부, 리스 등 사용자를 위한 다양하고 체계적인 금융 혜택도 제공했다.

수익모델도 단순화했다. 크게 3가지다. 우선 온라인에서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거래수수료와 광고로 돈을 번다. 오프라인에서는 직영점인 스테이션을 기반으로 한 보증 매물 판매와 정비서비스, 금융 부문에서는 금융여신중개와 보험중개를 통해 수수료를 받는 개념이다.

그 결과 베트남에서 누적 고객 900만명(앱 다운로드 기준), 활성사용자수 150만명, 연간 100만대 이상, 거래의사 등록매물 규모 연 2조원(지난해 기준)을 거래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오케이쎄의 성장세에 주목, 올해 상반기 JB금융지주와 JB인베스트먼트가 공동으로 오케이쎄 지분 약 8%를 인수하고 파트너 회사인 웹케시그룹 산하 ‘비즈플레이’를 붙여 핀테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등 외부 투자,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7월 기준 누적투자유치 금액은 164억원에 달한다.

‘외국인 사장님’ 분투기도 눈길

물론 지금은 현지 시장점유율 13%를 차지하며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이 됐지만 출범 초기부터 이런 모델이 곧바로 자리잡은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창업을 하는 것은 시작부터 어려움이자 위기였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창업자가 가진 개인적 역량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외국인 창업자’로서 창업을 하다보니 제가 가진 언어, 문화 이해 부족에서 많은 시행착오도 있었어요. 베트남어를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계약서를 검토하거나 문서 작성은 매우 전문적이라 쉽지 않았습니다. 현지 네트워크도 매우 제한적일수 밖에 없었죠.”

이런 상황을 해결하는 유일한 길로 그는 그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좋은 현지 팀원을 구하는 것이라 믿었다. 김 대표는 “그러려면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한을 부여해야 했다”며 “운이 좋게도 뛰어난 팀원들을 만나게 됐고 그들도 주말, 새벽을 마다하지 않고 전력을 다하며 근면 성실한 모습을 보여줘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베트남 소재 오케이쎄 오프라인 직영점(오케이쎄 제공)
앞으로 어떤 전략?

“베트남을 넘어 동남아 시장까지 서비스를 확장한 이후,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의 포부다. 논리는 이렇다. 동남아시아에는 약 6억명 이상의 인구와 2억 5000만대의 오토바이가 있다. 동남아 인구의 38%가 오토바이를 이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베트남 외 이 시장에는 제대로 된 서비스가 없다는 것이 김 대표의 인식.

“베트남에서 이미 증명된 오케이쎄 서비스는 동남아 다른 국가 사용자들에게도 명확한 혜택을 제공할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오케이쎄는 베트남을 넘어 동남아시아를 대상 마켓으로 하고 있으며, 단계별 진출 전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동남아 시장을 대표하는 오토바이 종합 플랫폼 서비스로서, 1억명 이상의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물론 본인도 이런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과제가 많다는 것을 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자본 확충이 뒷받침돼야 하고 오토바이 외 자동차 시장 진출을 하려면 글로벌 기업과 직접 경쟁도 해야 한다.

그는 “업의 본질은 신뢰”라며 사용자 평가시스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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