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참석으로 안보 강화? 윤석열 대통령의 위험한 착각

오태규 2024. 7. 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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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행동대장' 떠맡아 러시아·중국과 충돌 가능성 커져... 인도-베트남 실용 외교 본받아야

[오태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가 개최된 미국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 도착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월 8일부터 12일까지 2박 5일 일정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올해 들어 6월 중순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국 순방에 이은 두 번째 해외 방문이었습니다.

이번 방문의 주목적은 10~11일 워싱턴에서 열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이었습니다. 그에 앞서 8~9일 미군의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를 방문하는 일정을 곁들였습니다.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2022년 스페인 마드리드, 2023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이어 연속 3회째입니다. 한국 대통령이 미군의 인도·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한 것도, 1981년 전두환, 1995년 김영삼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이 사령부의 이름이 태평양사령부에서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바뀐 2018년 이후엔 처음입니다.

이런 일정만 봐도, 이번 미국 방문이 철저하게 안보에 초점을 맞춘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도 "나토 정상회의 일정과 호놀룰루 방문을 아우르는 핵심 콘셉트는 글로벌 공조를 통한 우리 안보의 강화"라고 설명했습니다.

나토와 협력 강화로 한국 안보 강해졌나?

그런데 문제는 '이번 순방으로 한국의 안보가 훨씬 강해졌는가?' 하는 점입니다. 저는 이번 윤 대통령의 세 번째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보면서, 윤 대통령의 안보 강화 노력이 오히려 한국의 안보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한 나라의 안보(군사력) 강화가 다른 국가의 안보 불안을 불러일으키면서 전반적으로 이전보다 안보 불안이 커지는 '안보 딜레마'가 벌어질 소지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나토는 원래 옛소련 및 러시아를 가상의 적으로 한 북대서양지역 서방 국가들의 군사동맹입니다. 이런 북대서양지역의 군사동맹이 1991년 소련의 붕괴 이후 점차 옛 소련권으로 동진하면서 촉발된 전쟁이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입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는 러시아를 '현존하는 최대의 위협', 중국을 '구조적 도전'이라고 규정한 새로운 전략 개념을 채택했습니다. 나토는 이때 처음 중국을 위협 세력으로 공식화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2022년 나토 정상회의에 처음 초대받은 것은, 나토가 러시아와 함께 중국을 위협으로 규정한 결정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나토가 전통적인 위협 세력인 러시아를 상대하는 북대서양의 지역 동맹에서 중국이 급부상하는 아시아 지역까지 포함해 사실상 전 지구적 동맹으로 활동 범위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그 역할을 맡아 줄 행동대장이 필요했습니다.

여기서 나토가 간택한 나라들이 이른바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으로 불리는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입니다. 나토는 이때부터 매년 이들 4개국을 총회에 초청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으로 활동 확장을 구조화·제도화하려는 나토의 노력 중 하나입니다. 이런 움직임에 누구보다도 적극 호응하며 앞장 서고 있는 사람이 바로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윤 대통령은 마드리드 회의에 참석한 뒤 나토 담당 대사까지 신설했습니다.

하지만 나토의 행동대장 노릇을 하는 것이, 한국 안보를 강화할 것인지는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오히려 한국과 직접 관계없는 국제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워싱턴 나토 정상회의 성명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을 각기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위협'과 러시아의 '결정적 지원자'라고 규정했습니다. 2년 전의 마드리드 회담 때보다 몇 단계 강해진 표현입니다.

나토의 인도·태평양 파트너국 중에서도 핵심임을 자임하는 한국도 나토로부터 이런 규정에 따른 행동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런 행동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반발도 불을 보듯 뻔합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검토 발언에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고, 중국도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에 개입하려는 한국의 움직임에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나토의 세력권으로 깊숙하게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한국이 러시아, 중국과 최전선에서 대결하는 구도를 피하기 어렵게 됩니다. 이걸 과연 나토와 협력을 통한 안보 강화라고 할 수 있을까요.

러시아, 중국과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 증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함께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 만찬 리셉션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 김건희 여사, 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 연합뉴스
 
실제, 미국과 나토는 한국의 윤 정권이 러시아와 중국에 맞서 더욱 강력한 역할을 해주길 부추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통일교 쪽이 운영하는 미국의 우파지 <워싱턴타임스>는 1면에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윤 대통령의 사진을 실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은 나토 비회원국인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추켜세웠습니다.

특히,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은 우크라이나가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나토가 구하고 있는 무기들의 방대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최근 북러 사이에 맺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 조약(군사 조약)에 대한 윤 정권의 강한 불만을 지렛대 삼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끌어내려는 '비행기 태우기' 전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 정권은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나토와 국제 연대를 통해 북한의 도발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하나만 보고 둘을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들과 협력을 통해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면이 있는 걸 부정할 수 없지만, 미국과 나토가 생각하는 주적은 북한이 아닙니다. 중국과 러시아입니다. 이런 미국과 나토의 큰 전략을 읽지 못하고 부화뇌동하다가는 벼룩을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기 십상입니다. 그게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이번 워싱턴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기 직전에, 대미 추종 일변도 외교를 하는 윤 정권에 교훈이 될 만한 외교적 사건이 잇달아 벌어졌습니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크게 공을 기울여온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러시아 압박을 주 의제로 한 워싱턴 나토 정상회의 개막 하루 전인 9일,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고 특별 협력관계를 확인했습니다.

인도는 미국이 짜놓은 중국 견제망의 큰 기둥인 쿼드(미국, 인도, 일본, 호주)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미국에는 커다란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디 총리는 국익과 실리를 위해 미국의 원성을 무시하며 집권 3기의 첫 방문지로 러시아를 택했습니다.

나토 회원국이자 7월부터 유럽연합 의장국인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도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5일과 8일 러시아와 중국을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과 회담했습니다. 미국이 동남아에서 중국 견제의 주요 축으로 삼고 있는 베트남도 6월 20일, 직전에 북한을 다녀온 푸틴 대통령의 방문을 받아들였습니다.

이 모든 걸 관통하는 열쇳말은 '국익 중시의 실용 외교'입니다. 국익과 실리는 다른 나라가 거저 내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공간을 만들고 찾는 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실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도·베트남의 국익 중시의 실용 외교에서 배워야

윤 대통령은 8일 미국 방문을 위해 출국하기 전, "이번 장마에도 피해 대비를 철저히 할 것"이라는 '16자 지시'를 덜렁 내렸습니다. 이 지시를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황당해했습니다. 어떻게 대비를 하라는 내용이 없는 지시는, 하나 마나 한 지시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겁니다.

마치 시험을 앞둔 자녀에게 "이번 시험에도 좋은 성적을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자녀의 화를 돋우는 것과 다름없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의 16자 지시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에서 숱한 피해가 났습니다. 구체성 없는 지시가 피해를 더욱 키웠을지도 모릅니다.

윤 대통령의 16자 장마 대책 지시를 보면서 나라의 명운이 걸린 외교도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이 들었습니다. 미국 하자는 대로, 나토가 하자는 대로, 일본 하자는 대로 하면 한국 외교가 훨씬 튼튼해진다고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수해는 국내의 노력으로 복구라도 할 수 있지만, 잘못된 외교로 인한 피해는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자칫 나라가 거덜 날 수 있습니다.

나토 정상회의에서 귀국한 윤 대통령이 아직도 그곳에서 많은 나라가 띄워준 '비행기 놀음'에 취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독이 풀리면 정신 차리고 인도와 베트남의 실용 외교를 거울삼아 나라 살리는 외교의 방향을 찾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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