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지지한 사람 안돼"…국화축제 '가고파' 명칭 놓고 발칵
시, 축제명칭 변경 추진…두 쪽 난 민심
이번 논쟁은 최근 창원시가 마산국화축제 명칭 변경 관련 행정 절차를 밟으면서 불거졌다. 지난달 26일 창원시는 축제위원회를 열고, 올가을 열릴 마산국화축제 명칭을 ‘마산국화축제’에서 ‘마산가고파국화축제’로 변경하는 안을 심의·의결했다. 시는 모 시의원 제안에 따라 정체·역사성을 담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축제 명칭 변경 관련 졸계는 오는 15일부터 열릴 창원시의회에서 처리한다.
시민 단체 “친독재 부역자…3·15의거 폄훼”
이들 단체는 1960년 4월 15일자 조선일보 ‘마산사태 이렇게 본다’ 제목의 기사에 실린 이 시인의 답변을 근거로, 3·15의거를 폄훼했다고 주장한다. 기사에서 ‘마산사건이 촉발된 근본 원인은 무엇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 시인은 “불합리 불합법이 빚어낸 불상사”라고 답했다. 이어 ‘마산 시민 시위가 확산하는 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지성(知性)을 잃어버린 데모라 앞으로는 더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고, ‘마산시민에게 보내고 싶은 말씀은?’이란 질문엔 “무모한 흥분으로 일이 바로잡히는 법이 아니다”고 했다.
또한 이들 단체는 “(이 시인이) 박정희의 유신선포 지지성명을 발표했고, 전두환에게 찬사를 보내고 국정자문위원을 역임했다”며 “친독재 부역 행위와 마산 민주성지의 정체성을 어떻게 융합할 수 있냐”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여론 수렴 과정도 전혀 없었다”며 창원시 행정도 질타했다.
추모 단체 “억지 논리가 민주이고 정의인가”
‘지성을 잃어버린 데모’ 등 3·15의거 폄훼 주장에는 “당시 비상사태에서는 데모가 확산하는 것은 과오의 연속으로 볼 수 있으므로, 당연히 지성적인 절제가 필요했다”며 “노산 선생의 합리적인 답변을 잘못된 것으로 오해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독립유공자이자 우리 지역 출신 당대 최고 대문호를 근거 없는 억지 논리로 폄훼하는 것이 민주이고 정의인지 되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 시인은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투옥돼 건국훈장 애국장도 받았다. 현재 국립서울현충원 유공자 묘역에 안장돼 있다.
이 단체는 박정희·전두환 정권 옹호와 관련해서도 “김구 선생이 돌아갔을 때도 추모시를 썼다”며 “박정희 서거 후 불안한 정국에서 집권한 전두환 정부에 당연히 정치를 잘하라고, 지면을 통해 몇 자 격려를 한 것을 독재자를 찬양한 것처럼 과장하는 것도 정당한 평가라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은상’ ‘가고파’…오래된 논쟁
이 시인과 가고파를 둘러싼 논쟁은 처음이 아니다. 1999년 옛 마산시가 이 시인을 기리는 ‘이은상문학관’ 건립을 추진할 당시에도 일부 시민단체는 반발했다. 마산시는 그의 호만 가져와 ‘노산문학관’을 지었지만, 계속된 반발로 2005년 ‘마산문학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2013년 2월 마산역광장에 설치된 이 시인을 기리는 ‘가고파 노산 이은상 시비’가 설치될 때도 논란이 일었다. 철거 요구가 있었고 시비를 페인트로 낙서하는 일도 발생했다. 같은 해 11월 시비 옆에 ‘민주성지 마산 수호비’도 세웠는데, 수호비에는 이 시인의 친독재 행보를 비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국 최대 국화축제인 마산국화축제도 여러 차례 명칭이 바뀌는 등 오락가락했다. 2000년 첫 축제 때 명칭은 ‘마산국화축제’였다. 2003~2004년에는 ‘마산국화박람회’로 바뀌었다가 ‘마산가고파국화축제’라는 명칭은 2005년 처음 사용했다. 이 명칭은 당시 전국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이후 ‘가고파’가 들어간 축제 명칭으로 줄곧 사용하다 2019년부터 ‘가고파’를 뺀 ‘마산국화축제’로 다시 바뀌었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축제 명칭 간소화’ 의견을 반영했단 게 당시 창원시 설명이지만, 지역에선 ‘민주당 소속 시장의 입김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창원=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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