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퍼.1st] 사우디, 신의손 시절 K리그와 똑같잖아? 해외 골키퍼 수급 열풍, 자국 대표 뛸 자리 없어지는 사우디

김정용 기자 2024. 7. 13.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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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송 베케르(리버풀).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프로리그 구단들의 외국인 스타 선수 영입은 골키퍼로 마무리된다. 지난 시즌 두어 명에 불과했던 스타급 골키퍼는 이번 시즌 대여섯 명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사우디에 세계적인 스타들이 몰려든 지난 시즌, 우승팀 알힐랄의 '신의 한 수'는 야신 부누였다. 다른 팀들도 공격부터 수비까지 스타를 대거 영입했지만 알힐랄은 여기 한술 더 떠 모로코의 2022 카타르 월드컵 돌풍 주역이었던 부누 골키퍼를 데려왔다. 이 점이 프로리그 무패 우승으로 이어졌다. 심지어 알힐랄은 간판스타 네이마르가 시즌 내내 부상으로 빠진 상태였다. 알힐랄은 최다득점, 최소실점 팀이었다. 다득점 부문에서는 알나스르와 단 1골차여서 독보적이진 않았다. 그런데 최저실점 부문에서는 단 23실점만 내주면서 유일한 0점대 실점률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스타급 골키퍼는 부누와 더불어 알아흘리의 에두아르 멘디 정도였다. 이들의 영향력을 본 사우디 축구계는 골키퍼를 찾아나섰다. 사우디 구단들의 선수 영입을 지원하는 건 사우디국부펀드(PIF)인데 골키퍼 영입에 투자하겠다는 의욕이 강하다. 그래야 이들 중 어느 팀이 아시아축구연맹 엘리트(ACLE)와 클럽월드컵에 진출하든 끝까지 우승을 노릴 수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지난해 1월 영입하며 스타 영입 러시를 먼저 시작했던 알나스르는 호날두 이후 공격수 사디오 마네, 미드필더 마르첼로 브로조비치, 수비수 에므리크 라포르트 등을 요충지마다 영입했지만 결국 우승을 놓쳤다. 결정적 차이가 골키퍼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여름 알나스르의 골키퍼에 대한 야망은 거대하다. 여러 보도에서 나오는 알나스르의 골키퍼 영입 목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최고 골키퍼 자리를 놓고 경쟁해 온 리버풀의 알리송 베케르, 맨체스터시티의 에데르송 중 한 명이다. 유럽에서 튕겨나오는 골키퍼를 노렸던 기존 영입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또한 PIF의 큰그림에 따라, 알레송과 에데르송 중 한 명이 알나스르로 향한다면 나머지 한 명도 다른 사우디팀이 영입할 거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두 골키퍼의 라이벌 구도를 사우디로 고스란히 이식한다는 구상이다.


카림 벤제마 보유팀 알이티하드는 집요하게 케파 아리사발라가를 노리고 있다. 케파는 첼시에서 고연봉에 비해 떨어지는 활약으로 방출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지난 시즌 레알마드리드로 임대됐는데, 2순위 골키퍼 자리조차 차지하지 못해 다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레알의 유소년 출신 유망주 안드리 루닌이 주전 자리를 찾아 새 팀으로 떠난다면 레알이 케파를 2순위 골키퍼로 영입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만약 루닌이 레알에 잔류하면 케파는 연봉을 왕창 깎지 않는 한 유럽에서 갈 곳이 없어진다.


에데르송(맨체스터시티). 게티이미지코리아
케파 아리사발라가(첼시). 게티이미지코리아

승격팀 알카디시야가 '빅 4'를 위협하기 위해 적극적인 영입 중인데, 골키퍼부터 수급한 점이 눈에 띈다. 벨기에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로 유로 2024를 책임졌던 쿤 카스테일스가 볼프스부르크를 떠나 알카디시야로 합류했다. 수비수 나초 페르난데스, 미드필더 나히탄 난데스도 스타급 선수들인데 전반적으로 유럽파 영입을 후방부터 시작한 점이 눈에 띈다.


이와 같은 골키퍼 영입러시는 사우디 대표팀 전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른 포지션은 그래도 해외파 스타와 번갈아 뛸 수 있지만 골키퍼는 팀당 1명만 뛸 수 있기 때문에 사우디 대표 골키퍼들은 마냥 후보로 밀릴 수 있다. 이 현상은 올해 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이미 벌어졌고, 로베르토 만치니 대표팀 감독의 골치를 썩였다.


교통정리를 위해 리그 차원에서 국가대표급 골키퍼들을 강팀이 아닌 리그내 중하위권 팀으로 이적시켜 주전 자리를 보장하는 방법을 쓸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1990년대 말 K리그와 비슷한 형국이 된다. 당시 국내 프로축구는 사리체프(이후 신의손으로 개명)가 일으킨 외국인 골키퍼 러시로 대부분 구단이 해외 골키퍼를 수급해 오면서 한국 대표 선수가 뛸 자리를 잃을 지경이 됐다. 결국 1999년 외국인 선수 영입시 골키퍼로는 활용할 수 없다는 규정을 신설했고,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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