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뽈터뷰] ② 변성환 "수원 승격에 도전하려면 분위기와 문화부터 바꿔야 했다"

김희준 기자 2024. 7. 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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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변성환 감독의 이미지는 '유망주를 성장시키는 젊은 지도자'(①편)다.

다르게 말하면 결과보다 내용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감독이었다는 뜻이다.

경기장 안에서 수원은 서서히 변 감독이 추구하는 색채를 갖추기 시작했다.

변 감독이 수원에 자신의 색깔을 입히는 건 결국 명확한 팀 컬러를 바탕으로 승격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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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환 수원삼성 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화성] 김희준 기자= 현재 변성환 감독의 이미지는 '유망주를 성장시키는 젊은 지도자'(①편)다. 다르게 말하면 결과보다 내용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감독이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처음 수원삼성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는 기대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연령별 대표팀에서는 과정이 좋으면 패배조차 용납될 수 있지만, 프로팀에서는 패배가 곧 실패이기 때문이다.


변 감독은 자신을 믿어준 수원을 위해 불철주야 축구에 매진한다. 6월 내내 두세 시간 정도만 잠자며 훈련 PT를 제작하고, 훈련 세션을 설정하고, 훈련 결과를 토의하고, 경기 전 상대를 분석하고, 경기 후 팀 경기력을 피드백했다. 부산, 창원, 포항, 광양 등 유독 남부지방 출장도 많아 클럽하우스에서 쪽잠을 청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경기장 안에서 수원은 서서히 변 감독이 추구하는 색채를 갖추기 시작했다. 강한 전방압박과 빠른 공격전환으로 적극적인 축구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조직적인 포지셔닝도 이전에 비해 훨씬 나아졌다. 아직 수비전환 과정에서 급격히 수비 대형이 무너지는 등 문제점이 남아있지만, 변 감독은 "수비에 안정감을 두는 것도 좋지만 잘하는 부분, 공격에 더 많은 색깔을 입히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비테슬라프 라비츠카 감독(가운데)과 변성환(오른쪽, 이상 당시 시드니FC). 시드니FC 홈페이지 캡처

▲ 감독 롤모델은 펩, 클롭, 비엘사 그리고 비테 라비츠카?


변 감독은 자신의 팀이 현대 축구에 걸맞은 전술을 구사할 수 있길 바란다. 그렇기에 현대 축구 최전선에 있다고 평가받는 펩 과르디올라와 위르겐 클롭, 감독들의 감독으로 여겨지는 '광인' 마르셀로 비엘사를 전술적 롤모델로 삼는다. 셋 모두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넉넉히 들어봤을 이름들이다.


변 감독이 롤모델로 여기는 지도자가 또 한 명 있다. 체코슬로바키아 출신 비테슬라프 라비츠카 감독이다. 선수 시절 시드니FC에 있을 때 감독으로 인연을 맺었다. 변 감독은 라비츠카 감독과 함께 2009-2010시즌 정규 리그와 최종 시리즈를 모두 거머쥐었고, 2015년 시드니FC 창단 10주년 베스트 11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펩과 클롭, 비엘사 감독에게 전술적 영감을 받았다면, 라비츠카 감독에게는 구단 운영과 선수 매니지먼트 측면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특히 선수들을 일관적인 태도와 명확한 기준으로 관리해 선수단 전체에 믿음을 심는 방법론을 수원에 이식했다.


"시드니FC에 있을 때 비테 라비츠카라는 감독님이 계셨어요. 팀을 운영하는 방식, 선수들과 스킨십하는 방법 등 그분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았어요."


"라비츠카 감독님께 일관성으로 선수들에게 믿음을 주는 법을 배웠습니다. 선수가 경기 명단에서 빠진 이유를 설명해주고요. 실전에서 경기력이 좋든 안 좋든 365일 똑같이 훈련했어요. 라비츠카 감독님은 아침에 모든 선수에게 다가가 먼저 인사해요. 저도 똑같이 우리 선수들에게 인사하죠."


변 감독은 이러한 일관성에 더해 가치와 동기부여를 선수들과 호흡하는 세 가지 키워드로 설정했다. 가치는 선수가 성장하면 팀이 성장하고, 팀이 성장하면 결과가 따라온다는 의미다. 동기부여는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으로 건강한 경쟁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가치, 일관성, 동기부여는 수원을 이끄는 변 감독의 개인 철학이다.


변성환 수원삼성 감독. 서형권 기자

▲ 게임 모델보다 중요한 건 '팀 문화'


변 감독은 축구협회 전임지도자 시절부터 '공부하는 지도자'로 이름을 알렸다. 축구협회 기술 분석 보고서 겸 월간지 'ONSIDE'에 전술 분석 칼럼을 기고할 정도였다. 수원에서도 열성적인 전술 분석에는 변함이 없다. 변 감독은 수원 부임 이후 6월 내내 클럽하우스에서 쪽잠을 자며 게임 모델 강화에 매진했다.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수원이 강한 전방압박과 공격적인 수비라인 등 전술적 특성을 갖추게 된 것도 변 감독이 열정을 쏟아부은 결과다.


하지만 변 감독은 게임 모델만 있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팀 문화가 바로 설 때에야 모든 게 톱니바퀴처럼 제대로 작동한다고 생각했다.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소통, 인성, 규율, 원팀'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제시하며 팀 문화 원칙을 설명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변 감독은 팀 문화나 개인 철학을 설명할 때는 물론 전술적인 방향성을 얘기할 때도 '팀 철학'이라는 이름 아래 정신력을 강조했다.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축구, 경기 지배와 같은 전술 키워드도 있었지만 위닝 멘탈리티와 헌신적인 플레이, 무조건 이기겠다는 자세, 열정 등 정신적인 키워드가 더 많았다. 정신이 바로잡혀야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팀을 만들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팀 문화입니다. 게임 모델은 후순위에요. 게임 모델만 가지고는 팀을 운영할 수도 없고 좋은 팀을 만들 수도 없어요. 우리 팀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팀 문화를 갖고 있어야 해요. 좋은 팀 문화를 만들어야 선수들이 진심으로 경기장에서 움직이고 감독을 위해서 뛰게 돼요."


"팀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4개를 우선순위로 올려놓고 팀을 빌드업하고 있어요. 그리고 밑바탕이 될 개인 철학을 선수들에게 전달했죠. 개인 철학을 바탕으로 팀 철학을 만들고, 팀 철학을 바탕으로 플레이 스타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수원은 변 감독이 주창한 팀 문화 속에서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선수들도 변 감독을 따라 서로 먼저 인사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식당에서도 보다 많은 대화를 나눈다. 수원의 경기력 향상 밑바탕에는 이러한 팀 문화 정착이 깔려있다.


"저희 팀의 가장 큰 변화는 분위기가 밝아진 거예요. 특히 식사 분위기, 서로 인사하는 걸 신경을 많이 써요. 전략, 전술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것에 충실해야 해요."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오래되고 잘못된 습관들이 경기장에서 나오면 강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좋았던 부분은 기분 좋게 칭찬을 해줍니다. 명장이나 덕장도 좋지만 솔직한 코칭을 하고 싶어요. 이러한 스타일로 팀을 이끌겠다는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수원삼성 선수단.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변성환 감독에게 수원삼성 승격이 가능한지 묻다


변 감독은 수원 부임 후 '1%의 기적', '축복받은 사람', '행운아' 등 강렬한 표현을 사용해왔다. 그만큼 변 감독에게 수원 부임은 쉽사리 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였다. 그래서 박경훈 단장이 처음 수원 감독직을 제안했을 때는 오히려 곧바로 받아들이기보다 한 차례 숙고를 거쳤다. 수원에 가장 필요한 게 성장보다 승격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없어서 주저한 게 아니라 믿음에 보답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거였어요. 혹시나 기회를 주신 분에게 피해를 줄까 하는 걱정이 앞섰죠. 사실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부터 너무 하고 싶었습니다. 결과로 증명해야겠지만 자신은 있었어요.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기회인 만큼 내 축구를 마음껏 펼쳐보겠다고 생각했어요."


변 감독은 경기장 안에서 자신의 축구를 구현하기 위해 활발하게 이적시장을 활용하고 있다. 중원에 투박하더라도 에너지레벨을 올릴 수 있는 피터를 카즈키와 맞트레이드를 통해 품에 안았고, 수비에 안정감을 불어넣어 줄 홀딩 미드필더 홍원진도 영입했다.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김천상무에서 미드필더로 한 단계 발전을 이룬 강현묵도 돌아왔다. 변 감독은 강현묵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격 옵션을 펼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변 감독은 궁극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구현하기 위해 그에 알맞은 선수를 필요로 하는 지도자다. 그렇기에 구단에도 지속적으로 스카우팅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확립할 것을 강조한다.


"제가 하고 싶은 축구와 선수에 맞춘 축구를 적절히 배합하는 게 가장 고민입니다. 지금은 제가 하고 싶은 축구의 한 40% 정도인 것 같아요. 프로팀이나 대표팀에서 제일 중요한 건 선수 구성이고, 그래서 스카우팅 시스템이 아주 잘 돼있어야 합니다. 그래도 부분적으로 계속 선수들을 제가 원하는 쪽으로 터치하고 있고, 밸런스가 조금씩 향상되는 게 보이고 있어요."


변성환 수원삼성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변 감독이 수원에 자신의 색깔을 입히는 건 결국 명확한 팀 컬러를 바탕으로 승격하기 위함이다. 상기했듯 프로팀은 결과가 곧 성패를 좌우하며, 나아가서는 결과가 과정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변 감독이 추구하는 이상향은 가장 탄탄한 길인 동시에 다소 돌아가는 길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변 감독은 지금과 같이 팀 문화를 바탕으로 구단 모든 체계를 확립해 승격 그 이상을 바라볼 수 있는 팀을 만들길 원한다.


"저만의 축구 철학은 명확해요. 선수를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절대 안 돼요. 당장의 승리보다 선수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선수와 호흡하고, 선수와 신뢰를 쌓아가는 게 더 중요해요. 그렇게 함께 싸우고 노력하는 게 올바른 길이고, 이걸 위해 팀 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승격에 대한 확답을 드릴 수는 없지만 승격을 위해 제가 이 자리에 온 건 확실합니다. 대표님도, 단장님도 수원삼성만의 색깔을 명확하게 입혀줬으면 좋겠다고, 저만의 축구 철학과 플레이 스타일로 선임 명분을 만들어달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수원삼성에 고유의 색을 입히고 있고 동시에 승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시즌이 끝났을 때 모두가 다 웃을 수 있게 하루하루 가치있게, 절실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진= 풋볼리스트, 시드니FC 홈페이지 캡처,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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