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당원은 왜 한동훈·나경원·원희룡·윤상현을 지지할까 [與 TK 합동연설회]
"오랫동안 당 지켜온 정통보수 나경원"
"진정성 보고 원희룡 지지 마음 먹었다"
"윤상현, 지역에서 진짜 잘하시는 분"
'보수의 심장'이란 애칭이 명불허전이었다. 12일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가 열린 대구 북구 엑스코 앞 광장은 연설회 2시간 전부터 깃발이 하늘을 뒤덮고 펼침막은 땅을 가로질렀다. 수천 명 인파가 몰린데다 사물놀이 소리에 지지 후보를 연호하는 목소리까지 떠들썩했다. 실내에 입장한 인원만 3500명으로 추산됐다.
엑스코 오디토리움 3번 게이트 앞에는 한동훈 후보 지지자들이 5칸 규모의 천막을 쳤다. 천막 앞 유세차량에서는 한동훈 당대표 후보와 함께 '러닝메이트'를 이룬 장동혁·박정훈·진종오 최고위원 후보의 홍보 영상이 끊임없이 교차재생됐다. 건물 입구까지 이르는 통로에도 한동훈·장동혁·박정훈·진종오 후보가 함께 나온 입간판이 빈틈없이 세워졌다.
한동훈 후보도 연설회장 입장 자체를 장동혁·박정훈·진종오 후보와 함께 할 정도로 주도면밀하게 배려하고 신경을 썼다. 실내로 입장한 한 후보가 지지자들이 모여있는 관중석을 돌며 인사를 건네자, 한 후보의 지지자들은 이름을 크게 연호하며 함성으로 화답했다.
한동훈 지지자, '변화'와 '혁신'에 방점
"보수가 민심 못 쫓아가는데 한동훈이"
"지도부 세대교체해서 확 변화했으면"
"당 구태 기득권들, 한동훈 왕따 안된다"
이날 현장에서 데일리안 전당대회 취재TF팀과 만난 한동훈 후보 지지자들은 지지의 이유로 국민의힘 정당의 변화 필요성과 함께 한 후보야말로 혁신에 적합한 후보라는 점을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경남 창원에 살고 있는데 지난 번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가 치러지는 날에 일이 있어 가보지를 못해 이날 대구까지 달려왔다는 구모(65·여)씨는 "지금 국민의힘이 개혁을 안하면 안되는 상황인데, 한동훈 후보가 당을 제대로 혁신할 것 같다"며 "기득권들이 지금도 한동훈 후보를 왕따시키고 있는데 그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지금은 대구에 살고 있지만 본관과 고향은 경북 안동이라는 권모(71·남)씨는 "새로워서 한동훈을 지지한다"며 "국민의힘이 변해서 젊은 사람들이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하는데, 그건 한동훈만이 할 수 있다. 구태에 물들지 않은 사람 아니냐"고 반문했다.
경북 경산에서 온 김모(58·여)씨는 "30대 아들이 있는데 이 나라가 우리 아들과 같은 청년들이 꿈을 꿀 수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한동훈 같은 새 인물이 돼야 한다. 신선하지 않느냐"고 거들었다.
대구 수성구의 송모(42·여)씨는 "보수가 민심을 너무 못 쫓아가고 있는데 그나마 한동훈 후보가 민심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며 "보수에 대해서 사람들이 꼰대·구태라고 생각하는 게 너무 강한데, 한동훈 후보가 가진 이미지나 그런 게 변화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지지한다"고 밝혔다.
대구 달서구의 이모(52·여)씨도 "우리 보수가 너무 낡고 참신하지가 않잖느냐. 낡고 오래된 느낌이 강해서 이제는 세대교체가 좀 필요한 것 같다"며 "한동훈 후보 뿐만 아니라 같이 나온 러닝메이트들이 지도부를 구성해서 확 변화해가지고 4050대도 좋아할 수 있는 국민의힘이 됐으면 해서 응원하고 있다"고 기대했다.
나경원 지지자, 후보의 능력에 '엄지 척'
"강단 있게 당을 이끌 아주 딱 부러진 분"
여성 정치리더로서 면모에 기대 걸기도
"데이트 폭력 문제, 지혜롭게 해결할 것"
오디토리움 4번 게이트 앞으로는 나경원 후보 지지자들과 원희룡 후보 지지자들이 각각 좌우로 3칸 규모씩의 천막을 세웠다. 나 후보의 지지자들은 천막에 '대구는 나경원이다' '바꿀 사람 이길 사람 나경원' '당대표는 나경원' 등의 펼침막을 내걸었다.
나 후보의 지지자들은 사물놀이 옷을 입고 북을 치며 흥겹게 나 후보의 도착을 기다렸다. 연설회장이 5층이었던 관계로, 엘리베이터까지 이르는 길에 지지자들이 도열해 나 후보를 위한 길을 만들어놓고 "나경원"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이날 데일리안 전당대회 취재TF팀과 만난 나 후보 지지자들은 당을 지켜온 보수정통성과 후보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젊은 여성 지지자 중에서는 대표적인 여성 정치리더로서의 면모를 높이 평가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엑스코가 있는 이곳 대구 북구에 산다는 이모(67·여)씨는 "나경원 후보가 항상 좋다고 생각했다. 당대표가 되면 당을 패기 있고 강단 있게 이끌 수 있는 아주 단단한 당대표감"이라며 "무슨 일이 터졌을 때 항상 가르마를 잘 타시고 이야기를 진지하게 잘 하신다. 방송토론만 봐도 호감이 절로 가지 않느냐"고 웃음 지었다.
경북 예천에서 온 남모(71·남)씨는 "오랫동안 당원이었는데 역시 오랫동안 당을 같이 해온 정통보수인 나경원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동훈 후보와 비교한다면 아무래도 경험에서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느냐. 당대표가 되면 5선의 힘으로 잘해낼 것"이라고 기대를 걸었다.
나 후보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에서 내려온 홍모(68·여)씨는 "어찌나 열심히 발로 뛰시는지 아주 우리는 쫓아갈 수도 없다"며 "약속을 하면 꼭 실천하고, 말도 연설도 그렇게 잘할 수가 없다. 아주 딱 부러진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경북 경산에서 왔다는 김모(32·여)씨는 "여성으로서 나경원 후보를 지지하고 항상 응원해왔다"며 "데이트 폭력 같은 경우에도 우리가 그걸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다들 큰일이라고 말은 해도 중장년 남성 후보들이 그걸 어떻게 알겠느냐. 나경원 후보가 아무래도 심각성이나 그런 것에 대해서 관심이 더 있을 것이고, 당대표가 되면 지혜롭게 해결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원희룡 지지자, 진정성 겪고 감화된 사례
"호남 폭설 때 원희룡만 끝까지 남아서
수습 도와…그 때의 진정성 보고 지지"
"양천서 많은 희망 주고 지역 발전시켜"
원희룡 후보 지지자들의 천막 주변에는 캠프 관계자와 지지자 외에도 유튜버 등도 상당수 목격됐다. 지지자들은 천막에 '우리가 원희룡이다' '원희룡이 좋다' 등 포지티브한 구호를 내건 반면, 유튜버들은 '문재인의 칼잡이 진중권의 노리개 보수의 배신자 한동훈을 퇴출하라' 등의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는 점이 차이점이었다.
원 후보 지지자들은 원 후보의 진정성을 체험하고 지지자로 감화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3선 국회의원에 광역단체장과 국무위원까지 두루 거친 경험과 경륜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광주광역시에서부터 왔다는 김모(60·남)씨는 "2005년도에 호남에 폭설이 내려서 하우스고 축사고 뭐고 다 무너졌던 적이 있었다"며 "그 때 대통령도 금방 서울로 다시 올라가고 국회의원들도 오래 있지를 않았는데, 원 후보만 끝까지 남아서 수습을 도왔다. 그 때의 진정성을 보고 지지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게 지금까지"라고 회상했다.
원 후보의 과거 지역구인 서울 양천구에서 내려온 강모(62·남)씨는 "양천구에서 국회의원을 하실 적에 어린 친구들한테 교육에 대해서 많은 희망을 주고 지역 발전도 시켜줬다"며 "그 때부터 미래의 지도자감이라 생각하고 지지해왔다"고 밝혔다.
이곳 대구에 산다는 박모(38·남)씨는 "왔다갔다 하는 사람, 정치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당을 맡길 수는 없다"며 "네 사람 중에 가장 경험이 풍부하고 당을 잘 이끌 리더의 자질이 있어 원희룡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에서 온 정모(54·남)씨도 "아무래도 원 후보가 경험이 많다"며 "제주도지사를 하셨고 국토부장관도 하시지 않았느냐. 하시는 것 보면 리더십도 있고 그래서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가세했다.
윤상현 지지자, 한동훈·원희룡 지지자
사이에 지지자 천막 세워 '충돌 차단'
"남을 비방해 사익 취하려 하지 않아"
"정의롭게 당 잘해보려 나서서 지지"
한동훈 후보 지지자들이 늘어선 3번 게이트와 나경원·원희룡 후보 지지자들이 위치한 4번 게이트 사이에는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치고 차단했다. 수천 명의 당원과 지지자들이 몰린 만큼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충돌에 대비해 유력 후보 지지자간의 동선을 분리한 것이다. 또 말끔한 모습의 행사 경비·진행요원도 눈에 많이 띄었다. '보수의 심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 대구시당의 철저한 준비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경찰과 시당 진행요원 외에도 윤상현 후보 지지자들이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 지지자 천막 사이에 2칸 규모의 천막을 설치하면서 자연스레 둘 사이의 분쟁 가능성을 차단하는 역할을 했다. 마치 최근 방송토론에서의 윤 후보의 모습과 비슷해보였다. 윤 후보 지지자 천막에는 윤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보수혁명' 기치와 함께 '국민·당원과 나란히 앞으로'라는 구호가 담긴 펼침막이 내걸렸다.
서울에서 온 배모(79·남)씨는 이날 데일리안 전당대회 취재TF와 만나 "윤상현 후보는 우선 정직하다. 남을 비방해서 자기의 이익을 취하려 하지 않는다"며 "정의롭게 나라를, 또 당을 한 번 잘 해보려고 나선 사람이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온 이모(49·여)씨는 "예전에 무소속으로 나왔을 때도 무소속은 정당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말하자면 아무 기반이 없는 것인데, 다들 많이들 도와드렸다"며 "봉사단 활동에도 꼭꼭 오시고 지역에서 많이 움직이시면서 진짜 잘하시는 분이라, 다들 도와드리려고 그런다. 오늘도 인천에서부터 오지 않았느냐"고 윤 후보를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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