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친윤·비윤? 활윤만 있다"…與 '읽씹 난타전'에 한숨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대하는 대통령실의 입장은 시종일관 같다. “일절 개입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개입하지 않을 것”이란 무개입 원칙이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출마 선언이 임박했던 지난달 18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설명한 “웨이트 앤드 씨(wait and see·기다리고 지켜본다)” 기조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원칙은 지난 1월 명품백 사과 문제와 관련해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전 위원장에게 보낸 5건의 텔레그램 문자 메시지를 한 전 위원장이 읽기만 하고 답장을 하지 않은 이른바 ‘문자 읽씹(읽고 무시)’ 논란이 벌어진 뒤에도 유지되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전당대회 이슈와 관련해 어떠한 발언도 하지 말라고 참모들에게 엄명을 내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안팎에선 답답해하는 기류도 읽힌다. 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후보가 읽씹 문제로 난타전을 벌이며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대통령실을 자주 언급하고 있지만 입을 닫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말을 보태면 당무 개입 프레임으로 공격 당하고, 말을 안 하면 일방 주장에 끌려가는 일종의 딜레마 상황인 셈이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가 지난 10일 새벽 페이스북에 “총선 직후 거의 2년 만에 김 여사한테 전화가 왔다. 기록을 보니 57분 통화한 것으로 되어 있네요”라고 쓴 데 대해선 답답함을 넘어 불쾌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진 교수는 ‘한동훈 전 위원장 측이 문자를 유출한 게 아니다’는 취지에서 김 여사와의 통화 기록을 공개했지만, 정치권에선 김 여사가 진 교수와 57분이나 통화한 게 의아하는 반응이 적잖게 나왔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가 57분이나 통화할 정도면 사람 대 사람으로 믿고 전화한 게 아니겠느냐”며 “그걸 저렇게 공개하는 걸 보면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가 반응할 수 없는 걸 알고 우리를 자꾸 끌어들이는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전당대회 자체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한 참모는 “지금 당에 친윤이니 비윤이니 어딨냐. 다들 윤 대통령을 활용하는 활윤(活尹)만 있는 거 아니냐”며 “친윤은 친윤대로, 친한은 친한대로 다들 대통령을 활용해서 자기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도 “여당 전당대회인데 죄다 하는 소리가 무슨 대통령이나 영부인”이라며 “결과적으로 보면 다들 대통령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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