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교회 유휴공간 개방과 공공성 회복
‘공간복지’라는 말이 있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놀이터, 도서관, 쉼터 등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갖춰 그 공간에서 주민들이 편하게 복지 혜택을 누린다는 개념이다. 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부문에서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부지를 확보하고 건물을 짓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이 지점에서 교회에 눈을 돌려보자. 대부분의 교회가 예배당과 부속 시설을 주중에 놀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많은 목회자들이 주중 유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에 공간을 개방하고 싶어한다.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지역주민들이 교회 문턱을 쉽게 넘을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교회 건물에 카페, 체육관, 서재 등을 만들어 지역주민과의 상생 실험에 나선 교회에는 주민들이 몰려들고 있다.
초기 한국교회 시절로 돌아가보자. 교회에 가야 선진 문화를 접하고 신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누구나 교회에 가면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했다. 자연스럽게 교회는 교인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넘나드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 됐다.
교회 건축의 첫번째 목적은 예배다. 하나님 사랑의 표현이다. 나아가 지역주민들을 위해 교회 공간을 개방한다면 이웃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 교회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장이 되는 것이다. 차제에 교회 건축을 하거나 리모델링을 하려면 지역사회 개방을 염두에 두고 다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공간 설계를 하는 게 좋다.
한국교회는 도시, 농어촌, 산골 등 전국 곳곳에 십자가를 밝히고 있다. 이런 네트워크는 정부도 감당하기 힘든 복지, 문화,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와 공간을 제공하는 사회적 인프라가 될 수 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역에 없는 시설 및 공간을 교회가 마련해주기를 주민들은 바라고 있다. 교회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열정 및 봉사정신이 가득한 인적 자원이 풍부해 이런 지역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당장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보육 공간이 필요한데 지자체들은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고 싶어도 부지 확보와 건축비에 발목이 잡힌다. 교회가 공간을 개방하고 지자체가 보육교사 등의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운영하면 어떨까.
교회가 유휴 공간을 지역사회에 개방한다면 교회의 신뢰도가 회복되고 전도의 기회도 생길 것이다. 이제는 교회가 더이상 교인들만 돌보는 ‘노아의 방주’에 머물러선 안된다.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선교적 공교회’의 모습이 아닐까.
지역사회에 교회 공간을 개방하고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때 중복을 막기 위해선 지자체를 비롯해 지역의 복지단체 및 기관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 마침 시군구 사회복지협의회 설치를 의무화하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존 166개 지역 외에 62개 시군구에도 사회복지협의회가 설립된다. 이를 통해 기업, 종교단체 등 지역의 민간 복지 자원을 적극 발굴하고 민관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교회가 선의로 유휴 공간을 개방하려고 해도 법·제도적 걸림돌과 이해관계 충돌이 있을 수 있다. 교회 부속 시설이 들어선 부지가 인허가 당시 종교 용도로 제한됐다면 상업용이나 복지 용도로 전용할 수 없다. 따라서 교회가 비영리로 유휴 공간을 지역사회에 개방할 경우 용도변경을 허용하는 특례 제도가 필요하다. 교회 내 카페, 식당을 운영해 지역에 개방할 경우 주변 상권의 반발을 부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역 상인들과 공존을 모색하고 국민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지역 소멸이 심화되더라도 영혼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여기는 교회가 있어 공간을 개방하고 주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그 지역공동체는 살아남을 것이다. 교회의 본질은 건물이 아니라 사랑의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김재중 종교국 부국장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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