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쪽지] 비난이 아니라 비판을 하려면

2024. 7. 13.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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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과 비난은 무언가 다른 것 같기는 한데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라고 하면 뭐라고 해야 할지 막막해지기 쉽다.

기본적으로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하는 지적은 비판이고 합리적 근거가 없이 하는 지적은 비난이다.

상대방이 문제점이 있는 의견과 행동을 더 이상 지속하지 않기를 바라서 지적하는 것은 비판이지만 내가 상대방보다 우위에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혹은 상대방의 존재방식을 내가 원하는 대로 조정하기 위해 지적하는 것은 비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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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미 철학커뮤니케이터


비판과 비난은 무언가 다른 것 같기는 한데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라고 하면 뭐라고 해야 할지 막막해지기 쉽다. 기본적으로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하는 지적은 비판이고 합리적 근거가 없이 하는 지적은 비난이다. ‘합리적 근거가 없다’는 것은 근거가 적절하지 않거나 근거라고 하기에는 내용이 빈약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합리적이라는 기준을 자의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제기하는 쪽에서는 비판이라고 생각하는데 듣는 쪽에선 비난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비난이라고 해서 근거가 전혀 없지는 않기 때문에 비판과 비난이 혼동되곤 한다. 보통은 꼬투리라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근거가 미약할 경우 비난이 된다. 아주 작은 건더기를 가지고 부풀리는 경우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부풀리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체로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싶어서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비난은 감정이 섞여 들어가는 것이고, 비판은 감정이 섞이지 않는 것이라고 정리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비판이 될까. 상대방의 행동과 의견에 대한 지적은 비판이 되지만 사람 자체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면 비난이 된다. 인격 전체에 대한 지적으로 가게 되면 비난이 되는 것이다. ‘당신의 ~한 의견은 이러이러한 이유에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당신의 ~한 행동은 이러이러한 이유에서 적합하지 않습니다’라는 방식의 표현은 비판이지만, ‘당신이 그래서 안 되는 거야’로 가면 비난이다.

아이가 학교에 지각을 한다고 했을 때 지각의 문제점을 얘기하면 비판이지만 ‘그렇게 네가 게을러서 안 되는 거다, 그런 태도로 생활하니까 안 되는 거다’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비난이다. 상대방이 문제점이 있는 의견과 행동을 더 이상 지속하지 않기를 바라서 지적하는 것은 비판이지만 내가 상대방보다 우위에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혹은 상대방의 존재방식을 내가 원하는 대로 조정하기 위해 지적하는 것은 비난이다. 다시 말해 비판은 상대방의 발전을 바라면서 하는 것이고, 비난은 상대방이 나보다 못났음을 확인하는 것을 은근히 좋아하면서 혹은 상대방이 내 마음대로 되기를 바라서 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함으로써 무의식적 쾌감을 느낀다면, 혹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대방에 대해 화풀이를 하고 있다면 비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비판을 하려면 근거의 강도에 부합하게, 감정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의견이나 행동에 대해, 상대방의 성장을 위해 지적해야 한다. 근거를 넘어서거나 근거 없이, 감정을 동원해서, 사람 자체에 대해서, 나의 우월을 확인하거나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하기 위해서 하는 지적은 비난이다.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지적을 할 때 자신이 그 사람의 의견과 행동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지, 그 사람의 인격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신이 지적하는 이유가 그 사람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나의 우월을 확인하거나 상대방을 조정하려는 데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박은미 철학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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