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김동연'이 유독 '김대중 정신' 강조하는 까닭은?
[최경준 기자]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월 5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 경기도 |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2일 오후 박우량 신안군수 등 관계자들과 함께 신안군 하의도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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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국민을 믿고 민주주의, 민생, 평화의 길을 여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2일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있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해 방명록에 적은 글이다.
김동연 지사의 수원 광교 경기도청 집무실에는 '나는 마지막까지 歷史(역사)와 國民(국민)을 믿었다'는 김 전 대통령의 어록이 담긴 액자가 걸려있다.
김동연 지사는 정치에 입문하면서 유독 '김대중 정신'을 강조해 왔다.
2년여 전 경기도지사 출마 공식 첫 행보로 국립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방문한 김 지사는 "행동하는 양심,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공정한 경기, 번영하는 경기를 만들겠습니다"라고 방명록에 적었다.
당시 김동연 지사는 현장에서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실 보좌관으로 근무하면서 김 전 대통령과 맺었던 첫 인연을 소개했다. "청와대 출근 첫날, 야근을 하며 혼자 남아있었는데, 책상 위의 전화가 울려 받았더니 김대중 대통령님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언제나 나라와 경제를 생각하고 생각의 깊이나 철학, 정책의 디테일이 대단하셨던 분이다. 옆에서 모시면서 많이 배울 수 있어서 내게는 큰 행운이었다"고 회고했다.
윤석열 '국정 난맥상'에 '김대중 정신' 소환한 김동연
김동연 지사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난맥상이 심화할 때도 어김없이 '김대중 정신'을 소환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미·일 편중 외교로 치닫던 지난해 8월 김 지사는 "한반도는 4대국의 이해가 촘촘히 얽혀 있는, 기회이자 위기의 땅이다. 도랑에 든 소가 되어 휘파람을 불며 양쪽의 풀을 뜯어 먹을 것인지, 열강의 쇠창살에 갇혀 그들의 먹이로 전락할 것인지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상기시켰다.
김 지사는 이어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치열한 외교 각축전이 벌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균형 외교와 실리 중심의 외교가 필요하다"면서 "단순히 '전 정부 지우기' 식의 접근은 위기를 심화시킬 뿐이다. 양쪽의 풀을 뜯어 먹는 당당하고 지혜로운 외교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연 지사는 '김대중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흔들리자, "지금이라도 민주당다운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공천 갈등을 겪던 지난 2월 말 그는 SNS에 올린 글에서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오만이 다 덮이고 있다. 국정 역주행과 폭주, 조롱의 정치를 막지 못하고 있다"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6월 10일 전남 목포를 방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교인 목상고(구 목포상고)에서 김 전 대통령의 동상에 헌화 및 묵상을 하고 있다. |
ⓒ 김동연SNS |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2일 오후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 방명록에 “역사와 국민을 믿고 민주주의, 민생, 평화의 길을 여는 데 앞장서겠습니다"라고 적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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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모교 방문한 김동연 "민주, 민생, 평화... 세 가지 큰 좌표"
김동연 지사는 9·19 평양공동선언 기념식 등 김 전 대통령 관련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김대중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올해 1월 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김동연 지사는 SNS를 통해 "김대중이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내다본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어 "15년 전 이미 대통령께서 대한민국의 위기에 대해 말씀하셨다. 민주주의, 경제와 민생, 평화의 위기를 걱정했다"면서 "그 말씀을 되새기며 우리 앞에 놓인 위기의 극복을 위한 지혜와 용기를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달 10일 'MZ 세대' 공무원, 문화예술인 등과 조선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였던 강진을 방문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교인 목상고(구 목포상고)에 들렀다. 김 지사는 "기차를 타기 위해 들린 목포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을 좇아 옛 목포상고를 찾아 헌화했다. 저도 상고 출신이어서 감회가 새로웠고 6.15 남북공동선언 24주기를 앞두고 있어 더 특별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김 지사는 이어 "민주주의, 민생, 평화가 심각한 위기에 놓인 오늘의 상황을 보며 두 분 거인 앞에 부끄러운 마음뿐"이라며 "다산의 경세유표를 다시 써내려 가겠다는 초심,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해본다. 경기도가 걸어오고 앞으로 걸을 발걸음이 앞으로 대한민국이 걸어갈 큰 걸음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김동연 지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헌화하고 묵상하면서 "김대중 대통령님은 우리에게 민주, 민생, 평화라는 세 가지 큰 좌표를 주셨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김동연 지사가 이날 김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해 방명록에 적은 내용이다.
정치권에 들어와 줄곧 '김대중 정신'을 강조해 온 김 지사가 이날 하의도를 찾은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대선 잠룡으로 분류되는 김 지사의 향후 정치적 행보와 연관 짓기도 한다. 특히 김동연 지사는 취임 후 호남을 아홉 번째 방문했으며, 올해 들어 세 번째다. 그만큼 민주당의 성지인 호남에 공을 들이고 있는 셈이다.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2일 오전 박우량 신안군수, 신안군민들과 함께 신안 퍼플섬을 방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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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장미, 먹거리 등 경기도-전남 상생협력 지속
앞서 김동연 지사는 이날 오전 박우량 군수와 함께 신안군 퍼플섬을 찾아 경기도농업기술원과 신안군 간 상생협력 협약의 후속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12월 맺은 상생협력 협약은 '보라색의 성지'로 잘 알려진 퍼플섬에서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가시 없는 장미 '딥퍼플'(Deep Purple) 생산 기반시설을 마련해 관광 자원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신안군을 어떻게 도울까 고민하다가, 수출을 많이 하는 경기도 장미를 무료로 지원해서 퍼플섬을 보라색 장미로 뒤덮게 하자고 결심하고 신안군과 협치를 시작했다"며 "신안군을 관광 성지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강민석 대변인은 "퍼플장미는 상생의 꽃이다. 경기도와 전남의 상생협치는 장미를 넘어 먹거리로도 확산 중"이라며 "이번 주부터 온라인에서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부터 신안의 건우럭, 완도의 전복, 해남의 김, 나주의 멜론 등을 <마켓경기 : 경기-전남 상생코너>에서 판매 중이다.
한편, 김동연 지사는 13일 경기도로 돌아오는 길에 국립대전현충현도 참배한다. 대전현충원에는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가 순직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의 유해가 안장돼 있다. 오는 19일이 채 상병의 순직 1주기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통과 돼 넘어온 '채 상병 특검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자, "대통령님, 부끄럽지도 않습니까?"라며 "본인이 결자해지할 기회를 걷어차 버렸다. 경제도 민생도 국정도 모두 걷어차 버렸다"고 맹비판했다.
김 지사는 대전현충원에서 채 상병의 묘역과 함께 천안함 46용사 묘역, 천안함 피격 실종자 수색 도중 순직한 한주호 준위 묘역 등을 찾아 참배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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