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우세론 ‘방산株’ 모멘텀… 탈바꿈한 ‘아베크롬비’, 올해도 ‘쭉’?
투자 목적은 ‘수익’이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미국 증시라지만 월가는 조심스럽게 더 위를 바라본다. 전문가들은 올해 11월 미국 대선 결과가 증시 변곡점이 될 수 있는 만큼, 시나리오에 맞게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들은 방산 업종과 일부 소매 업종을 주목한다. 동시에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AI) 패러다임을 이끄는 핵심 기업도 여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美 대선서 국방 부각 가능성
미국 언론을 중심으로 팽팽했던 미국 대선 판세가 공화당 소속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소속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우려가 커지면서다. 81살 고령으로 연임에 도전한 바이든 대통령은 첫 TV 토론 중 활기 없는 목소리와 어눌한 말투로 유권자 불안을 고조시켰다. 민주당 내부에서 바이든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7월 2일(현지 시간) CNN 방송이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해 발표한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49% 지지율로, 바이든 대통령(43%)에 6%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이에 증권가도 ‘트럼프 당선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계산에 나섰다. 업종별로 희비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에너지와 자동차주는 정책 변동성이 커진 반면, 방산주는 글로벌 방위비 부담에 반사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위경재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후보는 미국의 과한 재정 부담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며 “미국 분담금 축소 과정에서 NATO를 비롯한 글로벌 방위비 부담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트럼프의 압도적 승리로 평가되는 1차 토론이었다”며 “트럼프 정책 수혜 업종이 하반기 투자 아이디어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월가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지배적이다. 샘 스토발 CFRA리서치 최고투자전략가는 투자 메모를 통해 “11월 대선이 다가올수록 항공우주·방위산업체가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선거 기간에 국방비 지출 증가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인 만큼 록히드마틴 등 뒤처진 종목의 약진을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록히드마틴을 중심으로 한 미국 방산 업체 주가가 전체 지수 대비 전반적으로 약 15%포인트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어 진입하기에 매력적인 구간”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세계 최대 방산 업체 록히드마틴 주가는 올해 지지부진했다. 7월 2일 종가는 465달러로 올해 1월 2일(456달러)과 비교해 2% 상승에 그쳤다. 같은 기간 S&P500지수 상승률(16%)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록히드마틴과 함께 ‘RTX(구 레이시온테크놀로지스)’도 주목할 방산 업체로 꼽힌다. 최보원 애널리스트도 “주목할 방산 종목은 록히드마틴과 RTX 등이 있다”고 말했다. RTX는 미사일과 레이더에 특화된 회사다. 주가 역시 이미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 올해 초 85달러였던 주가는 7월 2일 종가 기준 100달러를 기록했다. 상승률은 17.8%로 같은 기간 S&P500지수 상승률을 웃돌았다.
배런스가 찜한 ‘아베크롬비’
가성비 앞세운 ‘갭’도 관심
미국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Bar ron‘s)는 소매 업종을 언급했다. 배런스는 “올해 S&P500지수 상승률이 두 자릿수인 반면 소매 주식은 4% 안팎 상승에 그쳤다”며 “계속된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임금 상승 둔화가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억제한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분석했다. 배런스는 “그럼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종목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배런스는 미국 의류 업체 ‘아베크롬비앤피치(이하 아베크롬비)’를 주목한다. 아베크롬비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글로벌 인기 브랜드 중 하나였다. 하지만 2010년대 초 외모와 인종차별적 경영으로 소비자 외면을 받았다. 실적 부진을 겪던 아베크롬비는 2017년 프란 호로위츠를 신임 대표로 선임한 뒤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모든 인종과 성별을 포함하는 포용적 이미지를 내세웠다. 동시에 저가 웨딩드레스와 잠옷 카테고리를 신설해 젊은 층을 공략, 미국 Z세대 브랜드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덕분에 실적도 호조세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늘어난 10억2000만달러다. 7분기 연속 매출 확대를 이뤄냈다. 이에 올해 초 90달러에서 7월 2일 종가 기준 183달러까지 올랐다. 101% 상승이다.
또 다른 의류 업체 ‘갭(GAP)’도 배런스가 관심 갖는 종목이다. 배런스는 애널리스트 의견을 종합해 2025년 예상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22%를 점쳤다. 배런스는 “비용을 절감하고 운영을 효율화하며 갭의 이익률에 월가도 고무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갭은 지난해부터 발주를 줄여 최소한의 재고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이 같은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분석이다. 미국 투자은행 TD코웬도 최근 갭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바꾸고, 목표주가도 28달러에서 3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TD코웬은 “갭 산하 4개 브랜드인 갭, 올드네이비, 바나나리퍼블릭, 애슬레타 모두 수익 성장 잠재력이 과소평가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 20달러였던 갭 주가는 7월 2일 기준 23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외 소비재 중에선 미국 대형 소매 업체 코스트코홀세일(이하 코스트코)이 주목받는다. 나스닥 증시에 상장된 코스트코 주가는 연일 고공 행진이다. 글로벌 유료 멤버십 수가 늘면서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연이은 주가 상승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진 상태지만, 증권가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코스트코와 월마트는 대형 소매 업체지만 일상 용품과 식료품을 많이 판매하는 탓에 필수 소비재 회사로 분류된다는 점이 투자 포인트로 꼽힌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소비자의 ‘트레이딩 다운(생활 필수품은 되도록 싼 제품을 사는 현상)’ 지속에 따른 중저가 유통 채널 선호 현상 등이 코스트코 긍정적 관점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코스트코 주가는 올해 초 650달러에서 7월 2일 859달러까지 올랐다.
엔비디아 여전히 ‘톱픽’ 후보
AI 패러다임의 선두 주자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6월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에 오른 직후 하락세를 보인다. 일각에선 2000년대 닷컴 버블 당시 ‘시스코’와 비교하며 ‘AI 거품론, 엔비디아 거품론’을 제기한다. 하지만 증권가는 과도한 우려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흐름은 ‘단기 조정’에 가깝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조셉 무어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최근 리포트에서 “여전히 AI 분야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종목”이라며 “GPU가 H100에서 H200으로, 또 블랙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더 높은 실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기존 116달러에서 144달러로 24% 상향 조정, 비중 확대를 제시했다. 블루칩데일리트렌드리포트의 래리 텐타렐리 최고기술전략가는 “엔비디아 하락은 상당히 건강한 조정”이라고 분석했다.
닷컴 버블 당시 시스코와 비교하면 밸류에이션도 무난한 편이다. 현재 엔비디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40배 안팎이다. 2021년과 2022년보다 낮다. 심지어 실적 발표 때마다 서프라이즈를 내준 덕에 PER이 하락 중이기도 하다. 또 2000년 3월 닷컴 버블 당시 시스코가 보여준 100배 이상의 PER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닷컴 버블 당시 시스코의 PER은 205배까지 올랐다”며 “반면 엔비디아는 탄탄한 실적이 뒤를 받쳐주고 있어 실체 없는 닷컴 열풍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 한편에서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특히 전 세계 AI 가속기 시장을 사실상 독점 중인 엔비디아도 규제 당국의 타깃이 된다는 점은 우려할 대목이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프랑스 경쟁 당국이 엔비디아를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반도체 업종은 그간 반독점 제재 사례가 드물었다. 하지만 엔비디아 독점으로 AI 가속기 가격이 급등하고 기업 부담이 커지자 규제 당국이 나선 셈이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중국 등도 독점 문제를 들여다볼 가능성이 커지면서 엔비디아 독주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프랑스 당국은) 최근 AI 경쟁 보고서에서 가속 컴퓨팅에 필수적인 GPU와 엔비디아의 개발자용 소프트웨어인 쿠다(CUDA) 관련 의존도를 문제 삼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입 모아 “핵심은 인센티브”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정부 주도 밸류업으로 가능한 주가 부양은 일시적 수준에 그친다”면서 “장기적으로 기업에 주가 부양을 유인할 인센티브를 주고, 기존 디스-인센티브 정책도 손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꼽은 대표적인 디스-인센티브 정책은 ‘배당소득’이다. 현행 배당소득은 종합과세 방식이다. 배당소득세 자체는 선진 자본 시장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2000만원 이상 금융소득자라면 말이 다르다. 배당소득 2000만원 초과분에 금융종합소득세 누진세율(최대 45%)이 적용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분리과세가 허용돼야 배당소득이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합산되지 않아 세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고, 투자자가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배당 관련 전면적인 분리과세 조치가 시급히 필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정부도 인센티브 확대와 디스-인센티브 규제 조정에 긍정적 입장이다. 정부는 2025년부터 직전 3개년 평균 대비 배당·자사주 소각 규모를 5% 이상 확대한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이들 밸류업 기업에 투자한 주주에게는 배당소득 저율 분리과세를 적용해 배당소득세도 깎아준다. 정부는 배당소득 ‘증가분’에 대해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하일 경우 기존 14%에서 9%로 세율을 인하할 방침이다. 쉽게 말해 밸류업 기업 투자자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하라면 배당 증가 금액에 대해선 9%로 저율 과세하고 나머지 배당금만 14% 세율을 적용한다는 뜻이다. 다만 로드맵 실현을 위해서는 법률 개정과 예산 뒷받침이 필수다. 야당이 분리과세 등에 ‘부자 감세’ 주장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상속·증여세율을 꼬집은 전문가도 있다. 한국 기업 대주주는 상장 이후 주가 관리에 소극적이다. 비상장주식은 장부 가치로 상속·증여세를 매기지만, 상장주식은 주가로 과세해서다. “기업 지배주주는 주가 상승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 역시 상속세 개편 의지를 드러냈다. 상속재산 평가 시 대기업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 가치를 일반주주 주식 평가액보다 20% 가산하는 ‘최대주주 할증과세’ 제도 폐지를 추진한다. 지배주주가 상속세 부담으로 주가 부양을 꺼리는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역시 야당 협조가 필요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쟁을 멈추고 경제에 올인해야 하는데 지금은 경제보다 권력 쟁취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상황”이라며 “정치 환경도 함께 변해야 한국 증시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7호 (2024.07.03~2024.07.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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