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동네 커뮤니티는 ‘당근’으로 통한다 [천억클럽]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4. 7. 1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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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당근

국내 개인 간 거래(중고 거래) 시장 역사는 ‘당근’ 출현 전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5년 ‘당신 근처의 마켓’을 내세우며 동네 중심 거래로 서비스를 시작한 당근은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급성장, 이제 누적 가입자 수가 4000만명에 육박하는 국민 앱으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벤처캐피털(VC)업계와 투자 시장 이목을 다시금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사상 첫 연간 흑자 달성에 성공한 데다, 초기 투자자가 갖고 있던 구주 물량이 풀려나오며 당근에 베팅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흑자 덕분에 한결 맘 편히 글로벌 진출 공략에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중고 거래 무료’에도 흑자전환

커뮤니티 확장으로 광고 매출 ‘껑충’

2023년은 당근에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한 해였다. 8년 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리브랜딩을 진행했고 사상 첫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5월 당근은 서비스명에서 ‘마켓’을 떼고 ‘당근’만 남기는 변화를 시도했다. 중고 거래(마켓)를 넘어 지역 밀착을 뜻하는 ‘하이퍼로컬(당근)’을 우선시하겠다는 명확한 메시지가 담겼다. ‘마켓’보다는 ‘지역 커뮤니티’로서 정체성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다.

‘마켓’을 뗐는데도 수익성은 오히려 개선됐다. 당근은 그간 늘 따라붙었던 ‘적자 기업’ 꼬리표를 떼는 데 드디어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은 1276억원으로 전년(499억원) 대비 두 배가 훌쩍 넘는 156% 증가세를 보였다. 지역 커뮤니티 사업을 본격화했던 2020년(118억원)과 비교하면 10배가 넘는 매출 증대다.

영업이익 개선폭은 더 극적이다. 2020년(-134억원)에 이어 2021년(-352억원)과 2022년(-464억원)까지, 매년 늘어만 갔던 적자를 반전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73억원. 2022년 전체 매출보다 더 큰 액수의 영업이익 개선을 이뤄내며 수익성 우려를 불식시켰다.

핵심 서비스인 중고 거래 ‘수수료 무료’를 유지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는 점이 뜻깊다. 당근은 서비스 시작부터 지금까지 중고 거래 수수료를 일절 받지 않고 있다. 대신 광고 매출이 급성장했다. ‘지역 주민을 콕 집어 겨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광고주 수요가 늘었다. 3년 전인 2020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당근에서 광고를 집행하는 광고주 수는 6배, 광고 집행 수는 9배 늘었다. 당근 관계자는 “중고 거래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이용자 경험은 그대로 유지하고 대신 탄탄한 이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수익 모델을 찾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본연의 역할인 ‘집객’이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광고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최근 당근 앱을 들여다보면 ‘중고 거래 앱’으로 한정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지역 소식지’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020년 9월에 ‘동네생활’ 카테고리가 시작이었다. 동네 질문, 동네 맛집, 분실·실종센터 등 다양한 게시판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음식점 광고를 비롯해 동네 알바, 청소, 이사, 인테리어 등 자영업자와 지역 주민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로까지 확장됐다. 중고차와 부동산 직거래 기능도 생겼다.

리브랜딩을 진행한 지난해, 변화가 더 두드러졌다. 5월에는 구청이나 주민센터, 경찰서, 소방서 등 각 지역 공공기관이 당근을 통해 주민들에게 여러 정책이나 소식을 알릴 수 있는 ‘공공프로필’을 도입했다. 같은 해 10월 운동·독서·친목 등 주제별로 동네 이웃과 모임을 만들 수 있는 ‘당근 모임’ 서비스를, 11월에는 유튜브 쇼츠 같은 숏폼 서비스 ‘당근 스토리’도 전국 도입했다.

지역 커뮤니티 활동과 관련된 여러 기능이 추가되다 보니 자연스레 체류 시간이 늘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당근 앱 이용자 1명당 월평균 이용 시간은 올해 5월 153분이다. 2년 전인 2022년 5월(약 112분)과 비교하면 40분 넘게 늘어났다. 그만큼 앱을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됐다는 의미다.

황도연 당근 공동대표는 “당근은 신사업을 구상할 때 지역 생활 커뮤니티로서의미가 있는지를 우선시한다. 동네 이웃 간 연결과 신뢰 쌓기를 지속해나가다 보면 사업적인 부분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당근 ‘지역 광고’는 가게 반경 300m 이내, 걸어서 5분 거리 등 세밀하고 정교화된 광고 플랫폼을 실현해 보였다. 점차 로컬화되고 있는 광고 마케팅 시장을 선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가치 급등…초기 투자자 대박

당근 “IPO 계획 없다”지만 관심 급증

최근 당근에 투자 시장 관심이 쏠리는 건 비단 흑자전환에 성공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초기 투자자가 보유한 구주 물량이 풀리면서 거래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당근은 2016년 13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시작으로 2021년 1789억원 시리즈D까지, 누적 투자가 227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기업가치는 약 80억원에서 3조원까지 치솟았다. 단순 계산하면 375배에 달하는 증가다. 최근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기업가치는 향후 더 높게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초기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던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보통주 전환 만기 시점이 도래하면서 관심이 뜨겁다. 초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차익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가, 다른 투자자에게는 유망하다고 생각되는 당근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최근 당근에 초기 투자한 VC 중 몇 곳은 당시 투자한 RCPS 일부인 8만주가량을 보통주로 전환했다. 실제 거래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가 아직 전환하지 않은 나머지 물량도 올해 말이면 보통주 전환 만기 시점이 도래한다.

보통주로 전환한 주식은 상장 후 장내 거래가 가능하다. 최근 당근 초기 투자자 행보를 놓고 ‘당근 IPO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는 이유다. 당근 관계자는 “최초 투자한 기관 투자자가 펀드 만기 등 이유로 그간 보유했던 구주가 일부 거래될 수 있다”면서도 “기업공개(IPO)와 관련해서는 현재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근은 글로벌 서비스 ‘캐롯’이 최근 캐나다 가입자 100만명을 넘어서는 등 글로벌 무대에서도 맹활약 중이다. (당근 제공)
글로벌에서는 “아 유 캐롯?”

캐나다 소셜 앱 3위로 올라서

당근은 이제 글로벌 무대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앱 ‘캐롯(Karrot)’을 통해서다. 2019년 11월 영국을 시작으로 현재 캐나다·일본·미국 등 4개국 800여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캐나다에 특히 공을 들이는 중이다. 2021년 캐나다에 현지 법인을 설립, 2022년에는 당근 창업자인 김용현 공동대표가 직접 캐나다로 넘어가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성과도 있다. 캐롯은 올해 6월 기준 캐나다 애플 앱스토어 ‘소셜네트워킹’ 부문에서 스레드(1위), 왓츠앱(2위)에 이어 3위에 올랐다. 4위는 페이스북이었다. 토론토, 밴쿠버, 캘거리, 에드먼턴 등 일부 거점 도시만 오픈한 초기 단계 성과라 더욱 눈길을 끈다. 최근 캐나다 캐롯 가입자 수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당근 관계자는 “GPS 인증을 해야만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지인 사이에서도 믿고 쓸 수 있는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보통 중고 거래 앱이 이름을 올리는 ‘쇼핑’ 카테고리가 아닌 ‘소셜’ 카테고리 인기 순위에 랭크된 점도 긍정적이다. 단순 중고 거래 플랫폼이 아닌 지역 커뮤니티로서 교류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김용현 공동대표는 “흑자전환으로 숨통이 트이면서 글로벌 도전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며 “적극 투자를 통해 5년 내 북미 50개 도시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7호 (2024.07.03~2024.07.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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