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 받음에서 섬김으로’···대만·한국 팀워크 이룬 아웃리치
대만선교 30주년, 위기 속에서도 의미 있는 열매 거둬
12일 오후 강원도 강릉 병산동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박수와 환호성이 귓가에 들렸다. 소리가 흘러나오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자 한 교회 예배당에 모인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희끗희끗한 머리에 연신 박수를 치는 어르신 관객들을 향해 반짝이 모자를 쓰고 나비넥타이를 맨 청년들이 안무에 맞춰 트로트 ‘찐이야’를 열창하고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른 청년들은 진실된 믿음을 주제로 한 연극 ‘떨어지지 않는 의자’ 공연을 펼친 뒤, 기독교 복음의 진수 ‘사영리’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는 순서를 이어갔다. 강원도 영동 지역 50여개 교회에서 3박4일간 진행되는 삼일교회(송태근 목사) 단기선교 현장 모습이다. 청·장년부 성도 1000여명은 나흘 동안 지역 교회와 함께 경로당 어르신 섬김, 여름성경학교 사역, 거리 전도와 심방 등 다양한 아웃리치(지역 주민을 위한 봉사) 활동을 진행했다.
이번 선교 여정이 보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 삼일교회 성도들과 함께 한 104명의 대만교회 성도들 덕분이다. 이들은 ‘방한성회(訪韓聖會)’란 이름으로 한국을 찾았다. 2019년 8회째 한국을 찾은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의 장벽에 막혔다가 5년 만에 아홉 번째를 맞았다. 어떻게 대만과 한국 성도들이 한 팀을 이뤄 아웃리치에 나서게 되었을까. 그 시작점은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삼일교회의 대만선교가 14년차를 맞았던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만교회 성도들 안에서 ‘한 교회가 해외의 한 지역을 이토록 오랜 기간 헌신적으로 섬길 수 있는가’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궁금함이 생겼지요. 그래서 목회자들 중심으로 삼일교회 탐방을 오게 됐습니다. 새벽기도회는 물론 금요철야기도회까지 줄을 서가며 참여하는 모습, 예배 후에도 성도들이 손을 잡고 기도하며 영적 교제를 나누는 모습 등 아직 신앙적으로 깊이 뿌리내리지 않은 대만교회에선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듬해엔 목회자뿐 아니라 장로를 비롯한 중직자들이 방한했고, 그 다음 해부턴 청년 성도들이 함께 오게 됐습니다.”(현혜욱 대만 구산교회 선교사)
대한민국보다 20여년 일찍 복음의 씨가 뿌려졌음에도 여전히 복음화율이 7~8%대에 머무르는 대만교회 현실에서 방한성회는 성도들의 영적 야성을 일깨워주는 기회가 돼줬다. 동시에 매년 대만을 찾아와 전폭적인 섬김 사역을 펼치는 한국교회의 고마움에 보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올해 세 번째로 방한성회에 참여하는 양 페이 이(28·대림포교회)씨는 2012년 대만선교에 나섰던 삼일교회 성도와 거리 전도를 통해 만나면서 처음 신앙을 갖게 됐다. 그는 “한국어를 잘 하는 교회 친구와 한국 드라마, 영화를 보면서 전도에 필요한 한국어 능력을 키웠다”고 했다. 이어 “이번에 자녀와 함께 참여한 성도들과 아웃리치에 나섰는데 가족이 함께 거리에서 복음을 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신앙적 울타리 안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전도도 하는 소망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위기가 없던 것은 아니다. 그중 가장 위협적인 건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이었다. 하지만 세 겹줄처럼 연결된 신앙적 유대는 양국의 성도들을 더 견고하게 붙들었다. 간사를 맡고 있는 윤권덕 삼일교회 집사는 “출입국이 제한돼 선교의 문이 닫혔을 때 각 지역별 대만교회 성도들과 정기적으로 온라인 기도회를 진행하고, 마스크를 비롯해 필요로 하는 물품을 지원하면서 서로를 향한 마음이 단단해지고 애틋해졌다”고 회상했다.
올해는 대만교회가 ‘섬김을 받는 자’에서 ‘섬김을 전하는 자’로의 전환점으로 삼고 준비에 나섰다. 방한성회에 필요한 제반 비용을 절반 가까이 스스로 부담할 수 있도록 마련했고, 성회에 참여하는 16교회가 뜻을 모아 한국교회의 다음세대를 위한 사역에 도움을 주기로 결정했다.
현혜욱 선교사는 “삼일교회가 다음세대와 지역 주민을 위한 복합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하나님의 역사에 동참하는 의미로 대만선교 30주년 예배를 드릴 때 1000만원을 헌금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나흘 간 진행되는 영동지역 선교는 저녁 집회와 새벽예배를 통해 영적 성장을 경험하는 기회가 돼주기도 한다. 박미진(타이페이 삼일교회) 선교사는 “대만교회 강단에선 주로 선한 삶을 추구하거나 도덕적인 메시지가 주를 이뤄 복음의 진수를 경험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공동체가 함께 기도하며 영성을 다지는 훈련이 아직 부족하다”며 “예배 때마다 강하게 도전을 받고 눈물 흘리는 성도를 볼 때마다 대만교회로 돌아가 펼쳐질 영적 부흥을 기대하게 된다”고 말했다.
송태근 목사는 “대만교회 성도들과 함께 하는 영동지역 선교가 은혜 가운데 온전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건 강릉중앙감리교회(이철 목사)가 거점으로서 헌신해 준 덕분”이라며 “엔데믹 이후 두 번째이자 10회째가 될 내년 방한 성회 때는 대만 성도들이 선교에 더 적극적으로 동참하고자 하는 사모함을 갖고 찾아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강릉=글·사진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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