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분 내내 '탄핵 저지' 부르짖은 원희룡 "누군가는 화양연화였지만"

조선혜 2024. 7. 1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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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 자극한 원희룡... 박근혜 추켜세운 한동훈

[조선혜, 조정훈 기자]

 국민의힘 원희룡 대표 후보가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2024.7.12
ⓒ 연합뉴스
 
"여러분, 왜 (대통령 탄핵을) 못 막습니까? 의원들이 모두 의원직을 버릴, 사즉생의 각오로 뭉쳐 싸우면 국민이 지켜줍니다."

연고를 내세운 호소도 없었다. 대구·경북 지역 맞춤형 정책 약속도 없었다. 국민의힘 4명의 당 대표 후보자들에게 고루 주어진 8분간의 정견발표 내내 원희룡 후보는 "대통령 탄핵 저지"만 목이 터져라 호소했다. 

12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원희룡 후보는 "전당대회는 축제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총선 참패로 우리는 탄핵 열차 앞에 다시 섰다"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나. 누군가는 (당시가) 인생의 화양연화였는지 몰라도 우리 모두 지옥을 겪었다. 다시는, 탄핵은, 절대로, 안 된다"고 부르짖었다. 

이어 "국민께서 탄핵만은 막으라고 108석을 줬다. 그런데 바보같이 (한동훈 후보는) 아직도 채상병 특검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며 "채상병 특검이 뭐겠나. 뭐라도 걸어서라도 대통령을 탄핵해 보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두번이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이 통과할 경우 대통령 탄핵 시계가 빠르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를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원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를 상기시키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집권 여당은 대통령과 척지는 순간 모두 망한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당 대표가 충돌하다 탄핵으로 우리 모두 망해봤지 않나. 또 당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 높였다. 

원 후보는 "영화 '대부'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적과 화해를 주선하는 자가 있다면, 바로 그가 배신자'"라며 "이번에 뽑는 당 대표는 대통령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 제가 앞장서 온 몸을 던져 거대 야당의 탄핵으로부터 우리 당과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강하게 호소했다. 

박근혜 추켜세운 한동훈 "역시 큰 분"
나경원 "모태 TK", 윤상현 "의성의 아들"... 연고 내세워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가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4.7.12
ⓒ 연합뉴스
 
이날 원 후보는 8분간의 정견발표 시간을 온전히 대통령 탄핵 저지 관련 발언으로 채웠다. 지난 8일 화정 아이파크 사건 수습 경험을 내세웠던 광주 합동연설회와 10일 화물연대 운송거부 수습 경험을 강조했던 부산 합동연설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트라우마가 비교적 강한 '보수의 심장' 대구의 당심을 파고들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이번 합동연설회에서 원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은 대구·경북 지역과의 인연, 지역 맞춤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나경원 후보는 "모태 TK 나경원이다. 제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공군 파일럿이었던 아버지가 K2 비행장에서 근무했다"면서 신공항 숙원 사업 해결, 첨단 바이오 일자리 창출 등을 약속했다. 

또 윤상현 후보는 자신을 "의성의 아들"로 소개하며 신공항 등 정책 이행 의지를 드러냈고, 한동훈 후보는 4·10 총선 당시 조지연 국민의힘 후보가 최경환 무소속 후보를 이긴 점을 강조했다. 

이어 한 후보는 "대구·경북의 위대한 시민들의 애국심을 존경한다. 여러분이 이 나라를 여기까지 이끌고 왔다"면서 총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을 풀어냈다. 그는 "저에게 과거 어떻게 손에 붕대를 감았는지, 어떻게 목을 관리하는지, 차 안에서 김밥으로 어떻게 영양보충해야 하는지 자상하게 말해줬다"며 "당시 큰 과제였던 의료파업 문제 해결에 대해 굉장한 식견으로 좋은 제언을 해줬다. 역시 큰 분"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저에게 기회를 달라. 여러분을 위해 폭풍 속에서, 맨 앞에서, 비바람 맞으면서 싸워 반드시 이겨내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정견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난 후보들은 한동훈 후보 비판에 열을 올렸다. 나경원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형사 기소된 게 당무개입"이라며 "그걸 평검사로서 기소한 분이 당무개입이니, 국정농단이니 그 위험성을 알면서 꺼낸다는 건 본인에게 유리하고자 당과 정부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의 문자메시지 관련 의혹에 연루된 한 후보를 직격한 것이다.

원희룡 후보는 "한동훈 후보 특징이 메신저만 공격하고 모든 문제에 대해 답변을 피해가는 기술이 있는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런 식의 말 기술에 넘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 후보를 둘러싼 '사천 의혹' 관련으론 "제가 사무총장 1년 해봤고, 많은 공천 작업을 해봤지만 (4·10 총선 당시) 이런 식으로 이뤄진 공천은 본 적이 없다"며 "(사실이 밝혀지면) 모든 집단이 들고 일어날 정도"라고 주했다. 

이같은 상대 후보들의 공세에 대해 한 후보는 이날 합동연설회가 끝난 후 현장 취재진에게 별다른 추가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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