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박지성의 묵직한 직격 발언 "회장 거취, 스스로 결단해야" 외국인 감독 무산 아쉬움도 밝혀
[풋볼리스트] 김동환 기자= 한국 축구 레전드 박지성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박지성 전북현대 테크니컬 디렉터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문화행사 'MMCA: 주니어 풋살'에 참여한 뒤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대표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가감없는 발언들로 축구협회에 직언했다. 다음은 박지성 디렉터의 발언 전문.
Q. 대표팀 감독 선임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데, 축구인으로서 어떤 심정인지?
박지성 : 첫번째 드는 감정은 슬픔인 것 같아요. 한국에서 축구를 시작했고 아직도 축구라는 분야에 있지만 우리가 이것 밖에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고, 둘째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아쉬움이 커서 축구인으로서 너무 슬픈 상황을 맞이했고 마음이 상당히 아픈 상태인 것 같아요.
Q. 절차적 정당성? 결과? 어떤게 가장 슬픈가요?
박지성 : 가장 슬픈건 뭐 하나 확실한 답이 없다는 것이에요.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인해서 한국 축구는 상당히 변했고, 앞으로 상당히 많이 변해갈거란 기대가 있었는데 그때와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이렇게 받았다는 것이,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기분이 들긴 합니다. 저 역시도 이런 상황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맞이하는 축구인들이 다 가슴아플 거라 생각하고요.
문제는 과연 어디까지 이래야 하는 건가, 이 상황에서 명확하게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라도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나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협회에서 일한다는 것이 누구에게나 의미가 있고,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현재는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되어가고 있고. 안에 들어가면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Q. 여러 가지 중 가장 큰 문제점은?
박지성 : 제가 내부에 있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 내막을 자세히 모르지만 결국 진실은 안에 있는 사람들이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지 않나. 결과야 어쨌든간에, 그 과정 속에서 이런 결과를 맞이할 수 밖에 없는 어느 정도의 이유를 말하는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재 나온 얘기들로만 봤을 때는 나올 수 없는 답이기 때문에,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이 필요하고.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내부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문제고.
문제는, 지금 맞닥뜨린 이 상황을 아무런 해결책 없이 넘어가면 안되는데 언제 어떻게 이 해결책을 제시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지에 대한 답을, 우리는 받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거죠. 여기서 멈춰서 한국 축구가 끝나는 걸 바라볼 수는 없을 테니까.
결국 사건은 이뤄졌고, 되돌릴 수는 없는 상황인데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생각하는 대안이 있나요?
박지성 : 결과적으론 진실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진실을 알아야 해결책을 가질 수 있고, 이미 대한축구협회의 신뢰는 떨어졌고,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하는데 회복의 시작을 위해서는 진실을 말하고, 사실대로 말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절차를 밟아서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약속 자체가 무너졌기 때문에 당장 사실을 말하더라도 받아들일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그러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은, 사실에 입각해서 일을 진행하고... 사실에 입각한다고 결과가 좋을 수만은 없겠죠. 모든 일이 그렇듯이. 하지만 적어도 그 과정 속에서 투명한 것을 사람들이 지켜보고 그것이 이뤄지고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앞으로는 쌓여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박주호 선수 발언에 협회는 징계를 얘기했는데?
박지성 : 가장 먼저 느낀건 그 회의 기간 내내 (박주호 위원이) 상당히 많은 무력감을 느꼈겠구나. 본인의 의견이 회의에서 100% 받아들여질 수 없는건 사실이지만, 결국 안에서 얘기했던 절차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그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느껴지는 무력감은 상당히 컸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 부분이 가장 아쉽지 않나 생각하는거죠.
좋은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와도 결국 그 행정절차가 투명하지 않고 올바른 시스템이 있지 않으면 결국 그렇게 영입한 좋은 인재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제물로 써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부분이 가장 안타까운 결과인 것 같습니다.
Q. 홍명보 감독에게 쏟아지는 비판, K리그 종사자로서 생각은?
박지성 : 글쎄요, 대표팀 감독을 떠나서 어떤 감독이든 새 감독이 부임했을 때는 기대감을 안고 시작을 해도 좋은 결과가 날지 안날지 어려운 상황인데 과연 감독 선임을 한 이후 이런 상황이 지속된 적이 축구계에 있었나 싶을 정도의 상황이기 때문에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걱정이 되는건 사실이고요.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이 협회 규정이 결국 이번을 통해 사라져야겠죠? 당연히 사라져야 할거라는 기대를 가진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한국 축구의 위기라고 말하는데 그 위기가 대표팀이 위기기 때문에 위기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한국 축구의 근간이 흔들렸을 때가 위기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그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Q. 홍명보 감독과 인연이 있는데, 통화했는지?
박지성 : 아뇨, 전혀 이야기를 나눈 건 없었고요. 지금 현 상황에 대해,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인것만은 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여기서 누군가는 결단을 내려야 할 거고 그 해결책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대로라면 한국 축구 대표팀에 영향을 떠나서 유소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어서 최악의 상황을 면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 현재 선수들 심정은 어떨까요?
박지성 : 선수들한테 직접 들은 얘기는 없고요. 너무나 큰 상황이어서 선수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습니다.
선수들이 얼만큼 당황하고 있을지 어느 정도 예상은 됩니다. 5개월이라는 선임 작업 동안 국내파 감독이 된다는 상황이 나올 때마다 안좋은 여론이나 평가가 나왔기 때문에, 분명 그 선택은 하지 않을 거라는 기대 속에서 국내파 감독이 선임됐다는건 선수들에게는 굉장히 당황스러운 상황이지 않을까. 그러나 선수들이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자기 역할을 할 거라 생각하지만 문제의 매듭을 짓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앞으로 협회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에 따라서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협회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센데, 회장부터 지도 체계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박지성 : 지금은 어떤 체계 자체가 완전히 무너졌지 않나. 결국 그 체계를 바로세우고 앞으로 나아갈 거라는 기대는 5개월전이 마지막이 아니었나. 그 상황에서 협회가 전력강화위원회를 만들고 제대로 된 선임을 한다는 행정적 절차를 밟는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팬들에게 심어줬던 것 같아요. 결국 그러지 못했다는 게 팬들에게도 충격이지만 협회 내에서도 상당히 큰 충격이지 않을까. 결과적으로 체계 변화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고 모든걸 하나부터 쌓아가야하는 상황을 맞이한것 같습니다.
Q. 협회장 사퇴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겠지만 의견이?
박지성 : 글쎄요, 상당히 어려운 부분인건 사실인것 같아요. (그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협회장이 내려와야 한다, 외부의 압력이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회장님이 스스로 선택을 하셔야 하는 상황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렇다면 회장님이 그만둬야 했을 때 대안이 있는지도 고민을 해봐야 하는 부분이어서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협회를 바라보는 시선들을 재확립시키고 신뢰를 심어줄지가 우선시돼야 하는 부분이고 그 상황에서 그 답이 맞는 거라면 그렇게 해야 하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Q. 홍명보 감독 체제로 대표팀이 이어갈 수 있을까요? 사퇴 가능성은?
박지성 :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당연히... 아까도 말했지만 새 감독이 왔을 때 기대감, 사람들의 기대 심리가 큰 상황에서 시작하는 감독이 대부분인데 이런 상황에서 시작하는 감독은 처음이어서 어떤 결과를 맞을지는 모르죠.
더군다나 프로 스포츠에서는 결과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결과가 과정을 이기는 때가 너무나 많았다는걸 잘 알고 있고요. 하지만 이번 사례는 너무 커서 결과가 이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 가늠이 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결국 감독 선임 번복을 하느냐 마느냐는 협회와 홍명보 감독님의 결정이 남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하지만 쉽사리 지금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은 남아 있습니다.
Q. 과거 외국인 감독과 함께 많이 하셨는데, 이렇게 외국인 감독을 찾지 못하는건 이해가 안되는 면이 있는데, 왜일까요?
박지성 : 그건 진짜 내부자가 아닌 이상 모르는 일인데, 저도 그 부분이 가장 아쉽지 않나. 기간이 짧았던 것도 아니고, 지금 한국 축구 역사상 이렇게 많은 외국인 감독들이 한국대표팀 감독을 원한 적이 있었나 봤을 때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는 결과를 받아들었다고 생각하죠.
Q. 책임감을 느껴 길게 말씀하셨는지?
박지성 : (한숨) 네, 그렇죠. 박지성이라는 축구선수가 갖고 있는 한국 축구에 대한 책임은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상황에서 이런 상황을 맞이했는데... 더군다나 제가 아무런 일도 안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 언론을 맞닥뜨리는 상황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 말도 안 한다는 것은, 아예 한국 축구를 배제한다는 것과 같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이렇게 말한다고 바뀔 거란 기대는 갖고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저의 생각은 전달해야 하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Q. 훌륭한 선수들이 많은 대표팀을 두고 (운영이) 엉망인데, 후배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박지성 :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미안하죠. 선배로서...
조금이나마 좋은 환경에서 후배들이 실력을 뽐낼수 있게 했어야 하는데, 꼭 축구를 했던 사람이 그런 일을 맡아야 하는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영향력을 보일 수 있는 사람들이 좋은 영향력을 보여줬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거라 생각하고 어떻게 보면, 한국 축구 역사에서 가장 좋은 선수들로 구성된 이 시기에, 그걸 뒷받침할 수 없는 지금 상황이 축구인들뿐만 아니라 팬들 역시도 그 부분이 가장 아쉽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사진= JTBC 유튜브 캡처, 대한축구협회 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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