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원 80만 시대의 그늘…"조직 통제 한계, 네거티브로 승부"
# 인구 11만명 남짓한 경북 A 지역구의 국민의힘 책임당원은 8000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A 지역구 의원은 “관리되는 건 3000명 남짓이고, 나머진 닿지 않는 존재들”이라고 말했다.
# 수도권 내 B 지역구는 국민의힘 당원 규모가 약 3000명인데, 이곳의 원외 당협위원장은 “지령을 내리면 그중 말을 들을만한 사람이 100명이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조직선거가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위 당직자)는 말이 나온다. 온라인 당원 가입 활성화로 역대 최대 규모인 84만3000명의 선거인단이 확정되면서, 지역 당협을 중심으로 모집한 당원 조직이 이전만큼 힘을 못 쓰기 때문이다. 조직선거는 원내·외 당협위원장이 각 지역 당원 조직을 동원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던 것을 일컫는다.
2021년 전당대회 때부터 이런 조짐은 엿보였다. 당시 코로나19로 대규모 '체육관 선거' 대신 온라인 투표가 전면 도입됐다. 당시 나경원 후보는 조직력을 앞세워 선거인단 투표(70% 비중)에선 이준석 후보(37.13%)보다 3.85% 포인트 앞섰지만, 공중전에 능했던 이 후보가 여론조사(30% 비중)에서 2배 넘게 격차를 벌리면서 승리했다.
이번 선거인단은 그때보다 2.5배가량 규모가 더 커졌다. 당 대표 경선은 선거인단 투표 80%, 일반 국민 여론조사 20%로 치러진다. 익명을 요구한 재선 의원은 “80만명 규모의 선거인단이란 일반 여론, 즉 ‘민심’과 다를 게 없다는 의미”라며 “아무리 조직을 결집해도 컨트롤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온라인을 통한 자발적 당원 가입이 많아진 게 변화의 큰 이유다. 국민의힘 당직자는 “현재 선거인단 규모가 작년보다 3723명 더 커졌는데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통상 총선이 끝나면 조직적으로 가입됐던 당원들이 빠져 확 줄어드는데, 한동훈 비상대책위 체제에서 온라인 팬덤이 당원으로 대거 유입돼 남아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당에선 ‘조직’의 한계를 드러낸 장면으로 8일 호남권 합동연설회 현장이 꼽힌다. 당초 원희룡 캠프 내에선 “친윤계 박상호 전 전남도당 선대위원장이 조직을 몰아줘 2000명도 동원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지만, 실제 모인 건 100명 남짓이었다.
각종 네거티브 공방으로 ‘공중전’이 절정에 달한 것도 이런 상황과 관련 있다. 영남권 한 의원은 “조직으로 승부를 보는 것에 한계가 있다 보니, 아무래도 그 빈틈을 고공전이 채운 것 같다”고 했다.
12일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합동연설회 현장도 이런 흐름의 예외는 아니었다. TK(대구·경북)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투표권을 가진 선거인단(84만3292명) 비중이 수도권(3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지역(21.6%)이다. 전통적으로 조직이 유독 강한 지역이지만, 팬덤도 그 못지 않았다.
한 후보 팬클럽인 ‘위드후니’ 회원들은 드레스코드인 하얀 티셔츠를 맞춰 입고 몰려들었다. 자신을 ‘위드후니’ 회원이라고 밝힌 30대 여성은 “지난 3월 한동훈 비대위 시절에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했다”며 “저도 부산에서 자발적으로 찾아 왔고 전국에서 제각각 위드후니 공지를 보고 현장을 찾는다”고 했다.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 등 비한계 진영에선 조직 결집이 포착됐다. 현장에서 만난 나 후보 지지자는 “서울 동작을 당협에서 같이 내려왔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친윤 최대 외곽조직인 새미준(새로운미래를 준비하는 모임)도 현장에 화력을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이날도 당 대표 후보들은 연단 위에서 거친 말을 쏟아냈다. 비한계 주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고향인 대구에서 ‘탄핵’을 고리 삼았다. 한 후보를 겨냥해 “나 하나 살자고 당무개입이니, 국정농단이니 핵폭탄급 발언 쏟아내며 대통령과 정권을 궁지에 몰아넣고 민주당에 앞장서서 탄핵 구실을 갖다 바치는 후보”(나경원),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누군가는 인생의 화양연화였다. (채상병 특검법 등으로) 적과 화해를 주선하는 자가 바로 배신자”(원희룡) 등의 발언이 쏟아졌다.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 탄핵당하고 우파가 분열될 때 여러분과 누가 울어줬냐”고 했다.
반면 한 후보는 “(찾아뵀을 당시) 박 대통령께서는 정말 따뜻하게 맞아주셨다”며 “역시 큰 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게 ‘100일이 짧았다, 이재명 민주당을 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하는데), 제가 그거 할 수 있다”며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장외 공방도 이어졌다. 현장에서 기자들을 만난 나 후보는 “(한 후보가 꺼낸) 당무개입은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형사기소의 죄목”이라면서 “당시 검사로서 기소했던 사람이 또 그 단어를 꺼내는 것은 정부를 위협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 특징이 메신저만 공격하면서 답변은 피하는 것”이라고 했고, 윤 후보는 “(한 후보 둘러싼) 사천 논란, 문자 논란 이게 총선백서 발간 안 돼서 그렇다”고 했다. 한 후보는 취재진과 별도 간담회 없이 현장을 빠져나갔다.
대구=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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