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첫 1만원 시대…차등 적용 등 과제 여전히 산적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렸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시급 9860원)보다 170원(1.7%) 오른 1만30원으로 확정됐다. 당장의 진통은 마무리됐지만 노사 간 충돌이 예상된다. 최저임금 제도 개선 필요성이 부각된 데다가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등의 풀어야 할 과제도 많기 때문이다.
12일 새벽 2시 39분,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전날 오후 3시부터 이어진 약 12시간여의 마라톤 회의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1만30원으로 결정했다. 월급(주 40시간·월 209시간 근무)으로 환산하면 209만6270원으로 올해(206만740원)보다 월 3만5530원을 더 받게 된다. 최저임금이 1만원이 넘은 건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37년 만이다.
노사 간 최초 요구안이 제시된 지 나흘 만에 도출된 결과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9일 최초 요구안으로 근로자위원 측은 1만2600원(올해 대비 27.8% 인상)을, 사용자위원 측은 9860원(동결)을 제시한 뒤 11일 자정까지 네 차례 수정안을 내며 간극을 900원까지 좁혔다.
하지만 표결 가능한 수정안을 만들기 어렵다고 판단한 노사의 요청으로 결국 공익위원 측이 12일 새벽 심의촉진구간으로 1만~1만290원을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노동계는 1만120원(2.6%↑), 경영계는 1만30원(1.7%↑)을 5차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투표 끝에 경영계 안이 14표, 노동계 안이 9표를 받아 1만30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공익위원 9명 중 4명은 노동계 안에, 5명은 경영계 안에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산고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은 결정됐지만 노사 간 갈등은 거세질 전망이다. 당장 최저임금 인상안을 둘러싸고 노사 모두 불만을 토해냈다. 이번에 결정된 1.7% 인상률은 지난 2021년의 1.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과 인상률은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9%)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1%) ▶2023년 9620원(5.0%) ▶2024년 9860원(2.5%)이다. 한국노총은 성명에서 "최저임금 1만원 돌파가 엄청난 것인 양 의미를 부여하지만, 실질 임금은 사실상 삭감됐다"며 "역사적이니 뭐니,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경영계도 유감을 표명했다. 앞서 업종별 차등 적용이 부결된 상황에서 소상공인의 부담이 가중됐다는 이유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한계 상황에 직면한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절박함을 고려하면 동결돼야 하는데 사용자위원으로서 이를 반영 못 한 것이 매우 아쉽다”라고 말했다.
매년 극심한 노사 갈등과 심의 파행, 물리적 충돌이 반복되다 보니 제도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2일 열린 최임위 회의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 표결을 앞두고 노동계 측 위원들은 의사봉을 뺏고 투표용지를 찢는 등 물리적 충돌을 일으켰다. 최종안 표결을 앞두고는 민주노총 위원 4명이 심의촉진구간에 반대해 퇴장하는 사건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소모적 갈등을 반복하다가 시한을 맞추기 위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를 끊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를 위해선 최저임금 결정 산식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행 최저임금법에는 ‘근로자의 생계비와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내용 정도만 적시돼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국회를 통해 구체적인 기준이나 공식이 법제화되면 매년 노사 간 갈등이 되풀이되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기응변적인 산식이 아니라 지속가능하고 중장기적 예측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노사 간 풀어야 할 이슈도 많다.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 문제와 플랫폼 종사자 등 건당 수수료를 받는 '도급제 노동자'에 대해 최저임금 수준을 별도로 설정하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올해는 노동계의 강한 반발로 최종 부결됐지만, 경영계는 음식점업과 택시 운송업, 체인화 편의점 등 일부 업종에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이번 최임위에서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문제를 새롭게 꺼내 들었다. 특수고용노동자(특고)·플랫폼·프리랜서 종사자 중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이들을 위해 도급제 최저임금을 정하자는 주장이다. 경영계는 도급제 최저임금을 최임위가 정할 권한이 없다며 맞서고 있지만, 플랫폼 종사자가 급증하는 추세인 데다가 노동부가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별도 설정을 최임위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해석을 밝힌 터라 향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이우림·나상현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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