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정책 토론에서 동해안 오징어가 거론된 까닭은?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감독회장 이철 목사) 목회자들이 다가오는 총회 감독 및 감독회장 선거를 앞두고 교단을 넘어 한국교회의 미래를 짊어질 리더십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기감 개혁그룹인 바른감리교협의회(바감협, 회장 문병하 목사)가 12일 서울 동작구 하나교회(정영구 목사)에서 ‘감리교회 길을 묻다’를 주제로 정책 전망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제 막 안수를 받은 새내기 목사부터 은퇴를 앞둔 시니어 목사까지 5명의 목회자가 감리교회의 현재와 나아갈 방향을 논의했다. 토론회에서는 먼저 한국교회의 위기에 대한 진단이 이어졌다. 김명섭 강릉 예향교회 목사는 “합계출산율과 역삼각형 교회구조로만 보면 한국교회는 한마디로 망해가고 있다”며 “문제는 한국교회, 특히 감리교회는 교회가 왜 망해가는지, 혹은 망해가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기감 본부가 실질적인 지원이나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개체교회 목회자와 교인을 위해 존재해야 할 본부가 위기 상황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오히려 개체교회가 본부를 위해 존재하는 듯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동해에서 잡히는 방어’ 이야기로 입을 뗀 최종구 인천 만남의교회 목사는 객관적 현실 인식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동해에 오징어는 줄고 제주에서만 잡히던 방어가 잡한다고 한다”며 “한국교회도 시대와 상황이 변했다는 걸 빨리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방식으로 양적 성장만 외치는 건 동해에서 여전히 오징어만 잡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며 “좋은 지도자라면 정확한 상황 파악과 미래를 향한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리더십을 바로 세우는 방안으로 선거제도 개혁이 거론되기도 했다. 김 목사는 ‘성경적 제비뽑기’ 방식을 제안하면서 “하나님의 결정권을 묻는 선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중교회와 다른 감독교회 고유의 공교회성을 살리려면 감독의 권위가 서야 한다”며 “지금처럼 선출 방식이 정의롭지 못하면 권위가 설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직선거라 할 수 있는 우리 교단의 선거 문화에 대해서는 금전적, 인맥적 요소에 치우쳐 공정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며 “감리교는 선거 때문에 망한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본부개편, 통합신학교 개교, 연회통합, 연금제도 개혁 등 기감의 시급한 현안으로 거론되는 문제들에 대한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특히 연금제도 개혁과 관련한 40대 목회자의 지적이 눈길을 끌었다. 이주헌 성남 바른교회 목사는 “제 또래 목회자들은 은급 부담금을 돌려받지 못할 거로 생각한다”며 “지금 본부에서 은급 기금으로 800억원을 투자도 않고 현찰로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지금 추세라면 10년 뒤에는 고갈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본부가 부담금 비율을 높이는 건 엄청난 저항을 불러올 것”이라며 “ 이밖에 감독회장과 감독들이 본부 구조조정이나 신학교 및 연회 통폐합 등을 미적거린다면 다 직무유기”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편 이번 제36회 감독 및 감독회장 선거는 정 1급(안수받은 지 1년 된 목사)까지 선거권이 확대된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선거로, 그 중요성이 크다. 문병하 양주 덕정교회 목사는 “감독제로 운영되는 감리교회는 좋은 지도자가 좋은 정책을 쓰고 좋은 역량을 발휘해야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할 수 있다”며 “이번 선거가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올해 목사 안수를 받은 박민준 서울 답십리교회 목사는 “새내기 목사들이 본받을 수 있는 지도자상이 필요하다”며 “젊은 목회자들은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고, 신뢰와 상식의 회복을 통해 교회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대희 인천 중부교회 목사는 “정책 선거가 될 수 있도록 오늘 같은 토론 자리가 많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제36회 감독 및 감독회장 선거는 9월 26일 열리며, 후보자 등록은 오는 17일 오전 10시부터 18일 오후 4시까지 진행된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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