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30원 최저임금에…자영업자들 "직원 줄일 수 밖에" 한숨
경기도 성남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60대 김선웅씨는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직원 4명과 아르바이트생 1명을 고용하고 있는 김씨는 “직원은 최저임금 오른 만큼 수당까지 계산해 월급을 올려줘야 하고, 아르바이트생은 지금도 1만2000원씩은 줘야 일하러 오는데 여기서 더 오르면 어떻게 식당 운영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대한민국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12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내년 최저임금액이 1만30원으로 결정되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9860원에서 1.7%(170원) 오르는 것이지만, 최저임금이 1만원의 벽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저임금 ‘동결 또는 인하’를 주장해온 자영업자들은 인상 소식에 고용 규모를 줄이거나 상품 가격을 올리는 등의 대응 방식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가격 올리거나 고용 줄이거나
서울 관악구에서 시급 1만1000원을 주고 아르바이트 직원 1명을 고용해 김치찌갯집을 운영하는 유모씨는 “현재 1인분에 9000원인 김치찌개 가격을 최저임금이 오르는 시기에 맞춰 올려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씨는 지난해 2명이던 아르바이트생을 1명으로 줄였는데, 식자재값과 임대료에 더해 인건비까지 오르면 현재의 가격으로는 도저히 가게를 운영할 수 없다고 했다. 유씨는 “불경기에 손님들 주머니도 어려운 걸 알지만, 최저임금이 올라 어쩔 도리가 없다고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매출에 타격이 있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일하는 시간을 늘려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점주들도 있다. 서울 중구에서 부부가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오지현(48)씨는 “지금으로써는 아르바이트생 서너명을 요일·시간대에 따라 다르게 고용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모두 고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오씨 부부는 주말에는 두 딸과 함께 출근해 부족한 일손을 보충한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오르면 상황에 따라서는 가족이 일하는 시간을 더 늘려 인건비를 줄여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오씨는 “사업주의 입장에서도 일을 더 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지만,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어 구직자들도 최저임금 인상이 마냥 달갑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점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중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임재성(41)씨는 “바쁜 편의점도 있겠지만, 다른 업종 대비 편의점·PC방 등의 업무는 강도가 그리 높지 않음에도 지역과 업종 구분 없이 똑같은 최저임금을 보장받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씨는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이라는 보호막이 두텁게 보장되는 만큼 고용주의 어려움 대한 보호막도 함께 보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중소기업계 “최저임금 인상 강력 유감”
중소기업중앙회는 “현재의 높은 최저임금은 준수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취약 사업주는 범법자가 될 위험을 안고 사업을 영위해야 한다”며 “업종별 지불 능력을 고려한 최저임금의 구분 적용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사용자 위원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소상공인들의 바람대로 최저임금을 동결하지 못해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면서 “최저임금 고율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한 고심 끝의 결과”라고 밝혔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인상 수준으로 평가한다”며 “노사 간 협상에 의한 최저임금 결정 체계가 객관적 지표를 바탕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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