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선임 '규정상 문제' 수두룩…이임생 이사·정몽규 회장 책임 피하기 어려워

김희준 기자 2024. 7. 1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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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서형권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논란이 꺼지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채용 비리'에 다름없는 행위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지난 7일 홍 감독은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전격 내정됐다. 8일에는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브리핑을 통해 홍 감독 선임을 확정했다. 11일 홍 감독이 울산HD와 상호 계약 해지를 하며 공식적인 절차도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그럼에도 홍 감독 선임에 대한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먼저 이 이사 스스로 홍 감독을 모셔오면서 선임 프로세스를 제대로 가동하지 않았다고 자인했다. 외국인 감독 2명을 면접하고 돌아온 5일 밤 홍 감독 집 앞에서 대화로 대표팀 감독직을 설득했다고 밝혔다. "회장님이 모든 권한을 주셨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절차대로 투명하게 나 스스로 했다"고 말했지만 홍 감독은 적어도 이번 선임 과정에서 제대로 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인물이다.


선임 관련 규정도 올바로 지켰는지 의문이다. 국가대표 축구단 운영 규정 제12조 '감독, 코치 등의 선임' 1항은 '각급 대표팀의 감독, 코치 및 트레이너 등은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기준'에 따라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또는 기술발전위원회의 추천으로 이사회가 선임한다'고 돼있다. 전력강화위원회는 18세 이상, 기술발전위원회는 17세 이하 대표팀을 관장하기 때문에 '또는'으로 묶여 있어도 명백히 역할이 구분돼 서로를 침범할 수 없는 분과위원회다.


대한축구협회 정관 제49조 6항은 '각 분과위원회 위원은 다른 분과위원회 위원을 겸임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이 이사는 기술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전력강화위원회가 맡은 대표팀 감독 선임 추천 등 권한을 이어받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고, 권한을 이어받기 위해서는 적법한 절차를 밟아나갔어야 했다. 그럼에도 정 회장의 말 한 마디로 전권을 위임받아 이번 선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기준'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해당 기준은 통상 서류 심사, 훈련계획서 및 지도법 평가, 면접으로 구분된다. 서류 심사는 지도자의 전적을 확인하는 작업이기에 홍 감독과는 별개 사안으로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훈련계획서 및 지도법 평가와 면접은 홍 감독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때 수행 가능한 영역이다.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게 이뤄진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제대로 된 훈련계획서 및 지도법 평가가 있었을 리 만무하며, 면접은 이 이사가 인정했듯 진행조차 되지 않았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서형권 기자

이 이사가 정 회장에게 전권을 위임받는 과정이 투명했을지도 쟁점이다. 대한축구협회 정관 제49조 9항에 따르면 '분과위원회 업무에 대한 이사회 승인, 추인, 보고 등을 포함하는 세부업무 절차는 이사회 결의에 의한다.' 물론 대한축구협회 정관 제47조 1항 '경미하거나 긴급을 요하는 사항은 회장이 처리할 수 있다. 다만, 회장은 차기 소집되는 이사회에 이를 보고하여 승인을 받아야 한다'와 같은 예외조항은 있다. 그러나 대표팀 선임 과정이 경미하다는 건 어불성설이며, 대표팀 선임 과정이 긴급했다면 지난 5개월 동안 선임이 미뤄진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다가오는 A매치는 9월에 있기에 대표팀 감독이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정 회장도 이번 선임 과정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이번 대표팀 감독 선임은 프로세스도, 규정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 이사는 이와 관련해 "협회 법무팀의 조언을 받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모든 규정에는 예외조항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법적인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럼에도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대표팀 감독 선임과 같은 중요한 문제에 전력강화위원회나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전권을 휘두르는 건 기망에 가까운 행위다.


홍 감독 선임과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건 홍 감독의 역량에 대한 의문보다도 감독 선임 과정에서 프로세스를 제대로 밟아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한을 위임받았다고는 하나 규정을 엄밀히 따지면 문제가 되는 부분도 분명 있다.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고, 이 이사와 정 회장 등 관련 인사들의 책임감 있는 행동이 요구된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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